염증성 장질환은 완치되지 않는 희귀 난치성 질환이다. 병을 가진 사실을 안 뒤에는 평생을 두고 약물치료를 해야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통계자료에 따르면, 300만 명 이상의 북미지역 거주자가 염증성 장질환인 궤양성대장염이나 크론병을 앓고 있고 전 세계적으로 600여만 명이 이 질환으로 고통을 받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질병통계를 보면 우리나라는 이 두 개 질환의 환자수가 6만여 명(2017년 기준), 2021년 8만여 명으로 5년 사이 약 32%증가했고, 노인성 질환과 달리 이 병의 환자는 20~49세의 젊은 층 환자가 절반을 넘는다는 조사결과도 나와 있다.
현대의학 기술 수준으로도 병의 관리가 가능하지만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분변검사를 하거나 대장내시경을 찍는 것이 그 방법인데 분변검사는 때마다 변을 챙겨 병원으로 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내시경은 비용이 많이 들뿐만 아니라 시술준비가 어렵고 부작용 우려도 있다
3일전부터 식사조절을 해야 하고 검사 하루전에는 2리터의 물과 약을 섭취한 불편했던 건강검진의 경험이 한번씩은 있다. 피검사 방법도 있지만 특정부위의 염증상태를 제대로 파악해 내지 못하는 단점이 있다.
이같은 번거로움과 비용 문제를 덜기 위해 경북대 의과대에 기반을 둔 의료벤처기업 에이아이씨유가 피칼스캐너(Fecal scanner)를 개발해 상품화시키는데 성공했다. 말 그대로 대변 사진을 찍어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본인이 대변을 본 뒤 사진을 찍어 앱으로 전송하면 비전기반의 AI 딥러닝을 통해 이미지 자동분석 과정을 거치고 환자나 의료진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방식이다. 스마트폰 앱을 통해 받은 대변사진의 분석결과를 제공하는 대가 즉 '월 구독료'는 1년에 9900원(120회), 1달에 900원(10회)로 저렴하다.
에이아이씨유의 피칼스캐너 작동 개념도. 에아이씨유 제작 슬라이드 캡처 이 회사는 AI딥러닝을 위해 5개 국내 대학병원의 소화기내과에서 대장내시경검사를 시행한 495명의 환자로부터 3636장의 대변사진을 모았다. 에이아이씨유 CTO인 정성문 경북대 의대교수는 16일 "시공간적으로 자유로우면서도 검사에 대한 환자 피로도를 줄일 수 있는 스마트폰 카메라로 촬영한 대변사진의 딥러닝AI 분석을 통해 대장내시경 검사에 준하는 높은 정확도를 가지는 검사결과를 예측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전 딥러닝 기반의 대변사진 분석 솔루션. 피칼스캐너 작동 개념과 정확도 비교. 에이아이씨유 제공그는 "피칼스캐너의 상용화는 사회적으로나 임상적으로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진단의 정확도는 대장내시경 활성화도의 93% 수준이다. 분변검사로는 대장내시경의 85%에 그친다고 정 교수는 밝혔다. 현재는 아이폰(iOS)에서 동작하는 버전만 존재해 안드로이드폰 소유자들은 이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다.
강경훈 칠곡경북대병원 신경과 교수, 황은아 에에아이씨유 대표, 박재찬 경북대 의료인공지능연구센터장, 김은수 경북대병원 소화기내과교수, 정성문 경북대 의대 교수(왼쪽부터). 에이아이씨유 제공 에이아이씨유는 피칼스캐너의 유효성을 알아본 미국 THRONE사(社)와 기술이전 LOI(투자의향서)를 맺고 공동사업화에 대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중반 특허등록을 목표로 한국, 미국, 일본에서 특허출원을 진행하고 있다. 전세계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30%인 200만명의 유저 확보(매출기준 215억원)가 1차 목표다.
정성문 CTO는 국제소화기 학술회의 최우수구연상(2022년)수상, ECCO 즉 유럽크론병 및 대장염기구(2023년)에서 연제를 발표하였으며, 미국 소화기학회(DDW2023)에서 베스트DDW연구로 선정된 사실을 언급하며 피칼스캐너 시스템의 임상적 유효성이 검증됐다고 주장했다.
황은아 대표는 "누구든지 어디에서나 손쉽게 저가로 검사할 수 있는 의료기기나 헬스케어장비를 개발해 여러 가지 임상분야별 필요성을 가지는 디지털 의료 솔루션을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