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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펴도 사라지지 않는다' 순천대, 학과 통폐합 '관건'[판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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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벚꽃 펴도 사라지지 않는다' 순천대, 학과 통폐합 '관건'[판읽기]

    편집자 주

    전남노컷의 '판읽기'는 전남CBS 기자들이 전남동부 지역의 이슈를 파고들어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사안의 맥락을 짚어내고, 깊이 있게 해석해 드리겠습니다.

    순천대, 전남 유일 글로컬30대학 선정 쾌거
    3대 특화분야 중심 지산협력 체계 전략 성공
    순천대, 2024년까지 학사 구조조정 마무리
    단과대 폐지, 54→15개 모집 계열 축소 계획
    이에 따른 학내 반발 및 갈등 해결 '관건'

    순천대학교 전경. 순천대 제공 순천대학교 전경. 순천대 제공 "벚꽃 피는 순서대로 지역 대학이 사라진다."

    지방 소멸 순서에 따라 대학도 존폐 기로에 놓인다는 의미로, 교육부가 5년간 천억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글로컬대학 30사업'(이하 글로컬30)을 추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글로컬30은 학령 인구가 감소하면서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대학교들이 붕괴되는 사태에 앞서, 정부가 구조조정에 나선 것입니다.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취약한 재정구조를 가진 대학들에게 교육부가 보장하는 대규모 국고를 투입해 경쟁력 있는 대학만 살리는 게 본 사업의 목적입니다.

    교육부와 글로컬대학위원회는 지난 13일 국립 순천대학교 등 10개 지역 대학이 포함된 '글로컬30' 평가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글로컬대학30 지산학 거버넌스 출범. 순천대 제공 글로컬대학30 지산학 거버넌스 출범. 순천대 제공 광주와 전남에서는 순천대가 유일하게 선정됐습니다.

    순천대는 지자체, 산업체와 손잡고 지역 인재를 양성하는 '지산학 협력 체계'를 구축해 지역 발전 방향을 제시한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린스마트팜,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 우주항공.첨단소재를 3대 특화 분야로 선정하고 지산학 협력 거점대학으로 거듭나겠다는 겁니다.

    앞서 순천대는 글로컬30 선정을 위해 전남도와 도의회, 순천시, 광양시, 고흥군을 비롯해 지역대학 총장, 평생교육 및 산업계 유관기관 대표, 지역 산업계 대표, 대학 내부 위원 등 39명을 '글로컬대학 운영위원회'로 구성했습니다.

    지난 6월 글로컬30 예비 지정 이후 약 3개월 동안 대학 주도의 전라남도 발전모델 창출을 기조로 지자체와 산업계, 대학 등 687개 기업·기관과 맞춤형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기업인과 동문으로 구성된 '발전자금유치단'을 꾸려 사업 성공 추진을 위한 추가 자금 유치에도 힘을 쏟았습니다.

    그 결과 전남도의 1349억 원(직접투자 500억 원, 공동참여사업 849억 원), 순천시의 110억 원 및 행·재정 지원 약속을 비롯해, 단기간에 기업과 지역민, 동문으로부터 민간 지원금 약 200억 원을 조성하는 등 지역사회의 지원을 확보했습니다.

    특히 산업체와의 연계로 지역 정주형 인재를 발굴, 양성하는 체계 완성이 순천대의 선정에 큰 도움이 됐습니다. 포스코퓨처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파루 등 굴지의 기업뿐 아니라 한국애니메이션제작자협회, 율촌·해룡산단협의회, 여수산업단지공장장협의회 등 지·산·학 캠퍼스 구축에 참여해 학생을 양성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프라가 구축된 겁니다.

    지산학연 업무협약. 순천대 제공 지산학연 업무협약. 순천대 제공 물론 순천대의 글로컬30 선정에는 정치력도 한 몫 했습니다.

    인근 지자체와 연계해 특화분야를 개발하는 데 순천시의 역할이 컸습니다. 노관규 순천시장은 첨단소재 산업과 관련해 광양시의 협력을 구하기 위해 정인화 광양시장에게 직접 제안을 했고, 우주항공 산업 분야를 위해서는 공영민 고흥군수에게 직접 전화해 순천대와 지자체 간의 다리를 놓아 지역의 협력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입니다.

    또, 김영록 전남지사는 전남대가 여수캠퍼스를 매개로 전남도에 도움을 요청했을 때, 전남은 순천대에 집중 지원하겠다며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순천을 지역구로 둔 소병철 국회의원은 글로컬30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하고 중앙에 순천대 글로컬대학 지정의 당위성 등을 설명하기도 해 지역 정재계의 협력이 순천대의 결실을 만들어 낸 셈입니다.

    순천대 이병운 총장은 "우리 대학이 글로컬대학으로 최종 선정된 것은 대학 구성원의 혁신에 대한 강한 의지와 함께 지역민, 지역 국회의원, 시·도의회, 지자체, 산업계 등 지역을 사랑하고 아끼는 많은 분의 관심과 성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전했습니다.

    인근 대학 간 업무협약. 순천대 제공 인근 대학 간 업무협약. 순천대 제공 글로컬30 선정의 조건은 과감한 혁신, 핵심은 대규모 구조개혁 및 구조조정, 학과 통폐합을 일컫는 학문융합으로 또 다른 형태의 대학 구조조정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대학의 존폐 위기에 처한 비수도권 대학에 5년간 천억 원이라는 대규모 예산을 집중 지원해 경쟁력 있는 대학으로 키운다는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탈락한 대학들이 맞닿뜨릴 위기감이나 선정된 대학들의 불가피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따른 갈등과 진통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순천대는 기존 5개 단과대학을 폐지하는 대신 3개 특화 분야에 정원의 75%를 배정할 방침을 밝혔습니다.

    단과대는 모두 폐지하고 6개 캠퍼스를 운영하는데 순천, 광양, 고흥에 지산학 캠퍼스 5곳과 기존의 대학은 융합 캠퍼스로 운영한다는 게 순천대 학과 구조조정의 골자입니다.  

    구체적으로는 순천의 바이오산업 혁신 거점이 되고 있는 승주읍과 고흥에 그린스마트팜 캠퍼스를 놓고, 한화 에어로스페이스가 들어서는 순천과 고흥에 우주항공 산업 캠퍼스를, 애니메이션 캠퍼스는 순천의 애니메이션 클러스터가 조성되는 곳에 각각 놓는 방식입니다.

    또 기존 54개 모집 계열을 15개로 대폭 축소합니다.

    이 과정에서 특화분야를 제외한 간호대, 약대 등 몇 곳을 제외하고 인문사회계열, 법, 경영계열 등은 자동적으로 폐과되는 구조가 되면서 학내 반발과 진통도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새로운 학과개편 구조는 2025년 3월 시행할 계획으로 약 1년 4개월의 기간 학과 통폐합에 따른 갈등을 해소하고 안정화하는 것이 최대 과제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687개 기업·기관과 맺은 맞춤형 업무협약을 실행하는 일도 과제로 꼽힙니다. 글로컬30 선정을 위해 국내외 기업, 대학들과 업무협약을 맺으며 판을 키웠는데, 이 협약들이 속 빈 강정이 되지 않도록 구체화하는 방안도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순천대는 2025년 3월부터 혁신 캠퍼스 시행을 목표로 올해 말까지 학과 구조조정을 위한 교직원, 학생 설명회를 거치고 내년부터는 본격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실행계획서 설명회. 순천대 제공 실행계획서 설명회. 순천대 제공 교육부는 글로컬대학의 혁신 실행력도 계속적으로 점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연도별 실행계획과 이행목표치의 달성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해, 3년차와 5년차에는 보다 강도 높은 성과 점검을 하겠다고 엄포를 놓았습니다.
     
    점검 결과 실행계획을 이행하지 않았거나 그 성과가 미흡한 경우 협약 해지나 지원 중지, 필요한 경우 사업비 환수 조치까지 하겠다는 방침입니다.

    이 총장은 "글로컬대학 준비 과정에서 들려주신 여러 의견을 잊지 않고 지역과 동반 성장하는 세계적인 특화 분야 강소지역기업 육성대학으로 도약하겠다"며 "대한민국 지방시대를 이끄는 교육 혁신모델을 완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이에 맞춰 순천대는 5년간 뼈를 깎는 과감한 혁신을 가시화해야 하는 상황.

    글로컬대학 30사업에 선정된 순천대가 앞으로 남은 과제인 학과 통폐합을 비롯한 구조개혁을 실행하고, 3대 특화분야에 집중한 지역을 넘어 세계적인 혁신 대학으로 우뚝 설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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