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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사지마비…"이젠 나도 도움 주고파"



보건/의료

    교통사고로 하루아침에 사지마비…"이젠 나도 도움 주고파"

    '하루빨리 죽고 싶다'던 중증장애인, 지역보건의료센터 통해 변화
    복지부·국립재활원, 장애인건강보건 통합성과대회 4년 만에 대면 개최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사업 기반 고도화할 수 있는 중장기과제 발굴·추진"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그냥 사고 나던 순간에 바로 죽었으면 좋았을 텐데'란 생각을 하루도 안 해본 날이 없습니다(..) 그러던 중 보건소 주무관님을 통해 강원도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를 소개받았습니다. 센터 선생님들을 만나고 여러 가지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휴대전화로 조작하는 조명·블라인드 등 스마트기기를 설치해 주셔서 매번 누군가가 해주던 일들을 스스로 할 수 있게 되어 너무나 기쁘고 행복했습니다. 밤에 불을 켜고 싶어도 자는 가족을 깨우기 미안해 참은 적도 많았으니까요."

     
    강원도 태백시에 사는 40대 권모씨는 17년 전 교통사고로 인생이 완전히 달라졌다.
    경수 손상으로 인해 남의 도움 없이는 하루도 살기 힘든 '중증 사지마비 장애인'이 된 것이다.
     
    학창시절에는 태권도 선수로 대회 입상했을 뿐 아니라, 군대 유격조교로 활동하며 영화 <람보>에 나오는 M60기관총 사수를 지낸 권씨였다. 제대 후에도 막노동에 1t(톤) 탑차를 타고 다니며 장사를 하고, 안경렌즈 공장에서 일하는 등 "누구보다 건강하고 튼튼한 청년"이라 자부했었다. 국내 장애인 '10명 중 8명'이 해당된다는 후천성 장애가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임을 절감한 이유다.
     
    좌절은 컸다. 가족을 힘들게 만들었다는 죄책감도 그를 괴롭혔다. 병원에서 재활을 시도하는 동안 권씨의 어머니는 자그마한 보호자 침대에서 쪽잠을 청했고, 수도권에 있던 아버지는 왕복 3시간이 넘는 거리를 오갔다. 별다른 성과 없이 집에 돌아와서도 갑갑한 상황은 지속됐다. 권씨는 "(혼자서) 대소변도 하나 해결 못하면서" 어머니께 신경질을 부렸다.
     
    10년간 아들을 돌보던 어머니의 입원을 계기로 권씨는 조금씩 현실을 자각했다. 전동휠체어·리프트 등 기술을 활용한다면 조금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정부가 장애인 건강권을 위해 지정한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강원특별자치도 재활병원)는 확실한 분기점이 되어줬다.
     
    센터는 권씨에게 직접 병원을 내원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을 처음 알려줬다. 지역 내 의원의 방문진료를 받을 수 있는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를 이용하게 된 것이다. 그간은 휠체어 접근이 가능한지 알아보는 것부터 차량 예약·이동 등 복잡한 과정과 보호자의 도움을 거쳐야만 가능했던 일이었다.
     
    '장애인 당사자'로서 발언권도 얻었다. 지자체 보건의료 전문가들이 모인 협의회의 위원으로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했고, 관련 세미나에 패널로 참여하기도 했다. 권씨는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는 저와 다른 장애인들이 좀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같이 생각해주고 소통해 나가는 기관임을 알게 됐다"고 센터 관계자들의 노고에 감사를 표했다.
     
    최근 권씨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돼보고 싶다'는 생각에 한 사이버대 사회복지학과의 늦깎이 신입생이 됐다. "손발도 못 쓰는 사람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나 생각했"던 그에겐 엄청난 변화다.
     
    권씨의 사례는 2일 보건복지부·국립재활원이 서울 광진구 건국대에서 개최한 '2023 장애인 건강보건 통합성과대회'에서 대국민 이용수기 공모전 대상작(장애인보건의료센터 부문 복지부 장관상)으로 소개됐다.
     
    이날 행사는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약 4년 만에 전국 시·도, 지역장애인보건의료센터, 보건소 등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사업 담당자 및 장애인건강주치의 등 5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 자리에서는 장애인건강관리사업 분야별 유공자 시상과 함께 개별 우수사례 발표, 장애인 건강권 향상을 위한 발전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사업 활성화와 관련해선 총 25점(개인 23점·단체 2점)이 장관 표창을 받았고, 사업 우수사례 공모전 35점(복지장관상 24점·국립재활원장상 11점), 이용수기 공모전 27점(장관상 6점·재활원장상 17점·건강보험공단 이사장상 4점) 등이 각각 수상대상으로 결정됐다.
     
    서울시에서는 '장애인 재활! 사각지대 없는 노원!'을 표방한 노원구보건소가 최우수상(우수프로그램)을 받았다. 노원보건소는 거점 복지관(종합사회복지관 9곳)을 확보하고 지역센터·체육회 등의 유관기관과 연계해 △운동프로그램 △건강(진료)서비스 △여가프로그램 등을 지원했다.
     
    또 복지기관과의 네트워킹으로 찾아가는 장애인 재활프로그램을 보급·확대해 지역사회 장애인의 지속적인 건강증진을 도모했다는 평가다.

     
    보건복지부 제공보건복지부 제공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사업은 지역별 장애인보건의료센터(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와 보건소를 주축으로 지역 내 다양한 자원 연계를 통해 '맞춤형 장애인 건강통합서비스'를 제공하고, 장애인의 조기 사회복귀를 지원하는 데 목적이 있다.
     
    송준헌 복지부 장애인정책국장은 "정부 차원에서 장애인건강권법 시행 이후, 단계적으로 확충해 나가고 있는 장애인 건강보건관리사업 기반을 보다 강화하고 고도화할 수 있는 중장기 과제를 발굴해 추진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국립재활원 강윤규 원장도 "장애인 건강권 향상을 위해 애써주신 현장 실무자와 관계자 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며 "장애인 건강보건 관련 기관들과 유기적으로 협력해 지역사회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복지부와 함께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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