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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권의 '21세기 드레퓌스', 그리고 '에밀 졸라'와 해병대 '피가르' 중령

尹정권의 '21세기 드레퓌스', 그리고 '에밀 졸라'와 해병대 '피가르' 중령

[밸런스칼럼 - '突直口']

전북 CBS 이균형 보도제작국장전북 CBS 이균형 보도제작국장 "나는 메르시에 장군을 고발합니다. 나는 세 필적감정가를 고발합니다. 나는 국방부를 고발합니다. 나는 1894년 제1차 군사 법정을 고발합니다. 불타오르는 나의 항변은 내 영혼의 외침입니다. 나를 중죄 재판소에 고발한다 해도, 백일하에 날 심판한다 해도 두렵지 않습니다! 각오하고 기다리겠습니다."
 
 1894년 프랑스의 대문호 에밀졸라가 한 일간지에 게재한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기고문은 프랑스를 발칵 뒤집어놓았다. 당시 프랑스 군사 법정은 유대인 출신 프랑스 육군 대위 알프레드 드레퓌스를 독일 측에 군사정보를 빼돌렸다는 간첩혐의로 체포해 종신형을 선고했다. 빼돌려진 서신의 필적이 비슷하다는 조작된 혐의를 씌웠지만, 더 큰 이유는 드레퓌스가 유대인이란 것이었다. 드레퓌스가 무죄 확정판결을 받기까지는 모진 고문을 받고 '악마의 섬'에 유배돼 수형생활을 해야 하는 등 무려 12년이란 세월을 바쳐야 했다. ⓒ Émile Zola/wikipedia | Public Domainⓒ Émile Zola/wikipedia | Public Domain여기에는 '나는 고발한다.'라는 제목의 '에밀 졸라' 칼럼이, 그리고 자신의 안위를 뒤로한 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수사를 펼쳐 진범을 밝혀낸, 후일 프랑스 국방 장관에까지 올랐던 '피가르' 중령이 자리해 있다.
 
 그 뒤 130년이 흐른 대한민국에 '21세기판 드레퓌스'가 소환되고 있다. 그것도 대한민국 해병대에서…. 해병대 병사가 상급자로부터 명령을 받고 폭우로 불어난 하천에서 실종자 수색작업을 펼치다 사망한 사건을 수사하던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그 주인공이다. 박 대령은 수사를 통해 순직 병사 소속 사단장에게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보고 그 수사 결과를 경찰에 이첩했다. 이 과정에서 '사단장의 혐의를 제외하라'는 지시가 내려왔고 여기에는 국방부와 국가안보실, 해병대 사령관 등이 직, 간접적으로 연루됐다는 의혹들이 속속 터져 나오고 있다. 결국, 박 대령은 혐의 제외 지시를 받아들이지 않고 수사 결과를 경북경찰청에 이첩했다는 이유로 국방부로부터 보직해임을 당했다. 이후 군 검찰 측은 박 대령을 죄명도 무시무시한 '집단항명 수괴'로 입건했다가, 그들 자신도 조금 지나쳤다는 판단이 들었는지 항명과 상관 명예훼손으로 수위를 낮춰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리고 그 영장은 다수의 예상을 뒤엎고 기각됐다.
 
 이 대목에서 필자가 공개 사과를 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 박정훈 대령의 법률대리인인 김정민 변호사는 이렇게 말했다. "군 검사 쪽에서는 박 대령이 증거 인멸을 할 우려가 있다고 했는데, 인멸할 증거가 없다. 게다가 박 대령이 항명 행위를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인가. 경찰에 수사자료 이첩을 며칠 먼저 한다고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항명할 동기가 없는 것이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군사법원이라서 당연히 구속영장을 발부할 것이라고들 예측했는데, 그건 군사법원 판사들을 모욕하는 것이다." 그렇다. 필자 역시 "군부대 특성상 어쩌고…. 군 최고 통수권자가 대통령이니까…." 하면서 당연히 구속영장이 발부될 것으로 보는, 군사법원 판사들을 모욕하는 행동을 보였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월 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응원에 나선 해병대 예비역 동기생들과 포옹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9월 1일 오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으로 들어가기 전 응원에 나선 해병대 예비역 동기생들과 포옹하고 있다. 류영주 기자 
자, 그런데 왜 국방부와 군 검찰, 그리고 국가안보실까지 나서서 박 대령을 잡아넣지 못해 안달일까? 그리고 또 '귀신 잡는 해병대' 대령은 왜 "VIP…. 꽝꽝꽝꽝~, 고개 끄덕끄덕…."하면서 겁도 없고, 거침도 없이 '용산'을 향해 돌격할까? 둘 사이의 극명한 대립 사이에서 합리적인 추론은 독자의 몫에 맡긴다. 그 합리적인 추론에 도움이 될까 싶어 필자의 주관적인 견해를 덧붙여 본다. 경북 포항 출신으로 "30년 해병대 생활을 하며 정의와 정직을 목숨처럼 생각하는 해병대 정신을 실천했을 뿐"이라는 박 대령. 특히 육군사관학교에 다니는 아들에게 "아버지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라, 나는 부끄러운 짓을 한 적이 없다"라는 '아버지' 박 대령에겐, 필자보다 나이가 어리지만,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어느 편에서 다행이고 어느 편에서 불행인지 모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하나, 둘씩 관련 사안들에 대해 덧씌워졌던 이면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 '팔각모 얼룩무늬, 바다의 사나이' 박 대령에겐 '19세기 드레퓌스'가 겪었던 인고의 모진 세월 12년까지는 아니더라도, 어렵고 힘든 시간이 상당 기간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감히 '용산'을 걸고넘어지는, '21세기 유태인 드레퓌스' 박정훈 대령에겐 지금의 이 넉넉하고 풍요로워야 할 '한가위' 연휴가 '한'스럽고 '가위'눌림을 당하는 혹독한 시기일 터. 그럼에도 필자는 앞으로 박 대령 앞에 놓인 지난하고 힘든 과정 속에서 자신의 안위를 제쳐두고 진실과 정의를 부르짖었던 또 다른 '에밀졸라'와 해병대 '피가르' 중령이 나타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왜냐고? 그것은 필자가 50대 후반을 넘게 살아오는 동안 하늘을 가릴만한 엄청난 크기의 손바닥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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