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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치'를 모르는 '법치주의자'들[권영철의 Why뉴스]



정치 일반

    '법치'를 모르는 '법치주의자'들[권영철의 Why뉴스]

    CBS 정다운의 뉴스톡 530

    ■ 방송 : CBS 라디오 '정다운의 뉴스톡 530'
    ■ 채널 : 표준FM 98.1 (17:30~18:00)
    ■ 진행 : 정다운 앵커
    ■ 출연 : 권영철 대기자

    손흥민 선수가 축구 경기 도중 퇴장 당했다가 그 경기에 다시 뛸 수 있을까?
    축구경기 심판이 규칙을 모르고 '송구하다'고만 하면 될까?
    축구선수가 손으로 공을 던지거나 공을 들고 뛰어도 될까?
    '법치주의'는 통치자의 자의적 전횡을 억제하기 위한 제도



    ◇정다운> 요즘 고위공직 후보자들의 검증 과정을 보면서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축구로 비유를 하자면 전반전에 퇴장 당한 선수가 후반전에 다시 들어와 뛰고 있고요. 심판은 경기의 규칙을 몰라서 미안하다는 말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어떤 선수는 축구에서 손으로 공을 던져도 반칙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권영철 대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반에서 퇴장 당한 선수는 김태우 전 강서구청장, 현 보궐선거 후보자를 예로 든건데요.
       
    ◆권영철> 네. 예를 들어서 손흥민 선수가 어제도 두골을 넣었습니다만, 파울을 해서 경기도중 퇴장을 당했다면 어제 경기에 다시 뛸 수 있을까요?
       
    당연히 없습니다. 그런데 김태우 전 서울 강서구청장은 구청장에 당선되지 1년이 채 되기도 전에 유죄가 대법원에서 확정돼서 구청장직을 잃었습니다. 이게 가능한가요?
       
    ◇정다운> 대통령이 특별사면을 통해 사면복권을 하긴 했죠.
       
    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와 합당을 선언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오른쪽)이 악수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 김태우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후보와 합당을 선언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오른쪽)이 악수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권영철> 김태우 전 구청장은 5월에 대법원에서 형이 확정돼 구청장직을 상실했습니다. 대법원의 판결이 나고 3개월이 채 되지 않았는데 사면복권 시키더니, 다시 여당인 국민의힘 구청장 후보로 공천했습니다. 이건 대법원의 판결을 무시하는 겁니다.
       
    판사출신인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법원이 올바른 판단을 한 것이라고 수긍하기가 어렵다"며, "대단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역시 판사출신인 국민의힘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김명수 대법원은 '정의'와 '상식'을 외면했다.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민변의 '우·국·민 재판부'가 정치 재판을 했다"며, "공익 신고자들의 용기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지방선거 당시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된 김태우 후보를 공천했습니다.
       
    ◇정다운> 김태우 후보는 '조국이 유죄면 나는 무죄'라고 반박하고 있잖아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황진환 기자황진환 기자
    김태우 후보가 한 말 들어보시죠. "제가 강서구청장직을 박탈당한 이유에는 최강욱 조국 울산사건과 달리 제 사건을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을 보면서 형평성에 정말 문제가 있다. 이런 부분이 있고요 내용면에서도 조국이 유죄면 저는 무죄입니다, 그런 생각에 많은 분들이 공감하고 계십니다."
       
    자신은 공익제보자라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는 겁니다.
       
    ◇정다운> 김태우 후보가 폭로한 건 중 일부가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는 판결이었죠?
       
    ◆권영철> 검찰 수사관이었던 김 구청장은 2017~2018년 청와대 민정수석실 특감반원으로 근무하다 골프 접대·향응 의혹이 불거졌고 이후 검찰로 돌아와 해임됐습니다. 그는 해임 직전인 2018년 말부터 특감반 관련 의혹을 외부에 폭로했습니다.
       
    당시 검찰은 김 전 구청장이 폭로한 16건 중 5건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보고 기소했고, 재판부는 이 중 4건이 공무상 비밀에 해당한다며 징역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정다운> 이어서 규칙을 모르는 심판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를 비유한 겁니다.
       
    ◆권영철>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잘 몰랐다. 송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후보자는 10억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재산 신고에서 빠뜨려 공직자윤리법을 위반했고, 해외에서 일하는 딸과 아들을 자신의 직장 피부양자로 등록해 국민건강보험법을 위반했다는 의혹을 샀지만 '잘 몰랐다. 송구하다'는 답변만 계속했습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윤창원 기자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윤창원 기자
    이균용 후보자 "해외 직장을 가지고 있을 때는 건강보험 자격이 안 되는 줄은 저는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송구스럽게 생각합니다."
    서동용 민주당 의원 "판사라는 분이 법을 몰랐다는 말을 이렇게 자주하세요?"

       
    ◇정다운> 모른다는 말로 불법을 피해갈 수는 없잖아요?
       
    ◆권영철> 증여세 탈루 의혹도 제기됐는데, 청문회 내내 "잘몰랐다. 송구하다"는 답을 이어가자 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33년 재판하면서 '몰랐다'고 하면 봐줬냐고 질문하기도 했습니다.
       
    박용진 민주당 의원 "혹시 33년 재판을 하시면서 재판정에 선 사람이 '몰랐습니다'하면 있던 죄도 없게 판결해주셨습니까?
    이균용 후보자 "그런적 없습니다."

       
    ◆권영철> 이 후보자는 2001년 처남이 보유한 주식을 증여받으며 증여세 약 6800만원을 납부했습니다. 주식 가액이 이미 5억5천만원에 이른 때였습니다. 증여받았다고 세금까지 납부해놓고 이제 와서 '몰랐다'고 주장하는 건 고위공직자로서 올바른 태도가 아닙니다. 또 이들 주식을 통해 2013년부터 2022년까지 3억원이 넘는 배당을 받았습니다.
       
    고위공직자의 재산신고 누락은 중징계 사안입니다. 이 후보자는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시절이던 2018년 지방선거에 출마한 우석제 전 안성시장이 재산 신고 때 가족 채무 40억6천만 원을 빠트린 혐의에 대해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공표를 적용해 1심대로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고, 이는 대법원에서 확정됐습니다. 우 시장은 시장직을 상실했습니다.
       
    이 후보자는 판결문에서 "공직자윤리법이 등록재산 신고서를 제출토록 한 것은 부정한 재산 증식을 방지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직자 윤리를 확립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판시했습니다.
       
    ◇정다운>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임명동의안 표결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대법원장은 공석이 되는 건가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24일까지가 김명수 전 대법원장의 임기였으니까 오늘부터 대법원장은 공석이 됐습니다.
       
    사법부는 30년 만에 대법원장 공석 사태를 맞이했습니다. 대법원장 궐위에 대한 규정에 따라 오늘(25일)부터 선임 대법관인 안철상 대법관이 대법원장 권한대행 역할을 수행합니다.
       
    법원조직법은 "대법원장이 궐위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선임대법관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2018년 1월2일 취임한 안철상·민유숙 대법관 중 기수가 높은 안철상 대법관이 선임대법관으로 권한대행을 맡게 됐습니다.
       
    ◇정다운> 임명동의안 표결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권영철> 예정대로 오늘 본회의가 열렸다면 표결이 이뤄졌을 겁니다. 그렇지만 국회 본회의가 열리지 않으면서 표결도 미뤄지고 있습니다.
       
    민주당은 지난 21일 인사청문 보고서를 채택하면서 본회의 표결 절차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는데요, 박광온 원내대표는 21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국민들이 대법원장의 적격 사유에 대해 충분히 판단했다. 민주당은 국민의 뜻을 표결을 통해 반영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민주당 내에서는 부결기류가 강한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의 한 청문위원은 "10억원 가량의 비상장주식 신고 누락 등의 의혹이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만큼, 국회 임명동의를 얻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대법원장 후보자가 불법 의혹이 너무 많다, 그런데 제대로 해명도 못한다"면서 "이렇게 자기관리가 안 돼 있어서야 대법원장은 고사하고 대법관으로도 부적절해 보인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밝혔습니다.
       
    ◇정다운> 룰을 모르는 심판에 대해 말씀드렸는데, 반칙을 해도 괜찮다는 선수도 있죠. 신원식 국방장관 후보자는 쿠데타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서 논란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권영철> 그렇습니다. 국군조직법 제8조(국방부장관의 권한)에는 "국방부장관은 대통령의 명을 받아 군사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고 합동참모의장과 각군 참모총장을 지휘·감독한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그런 국방장관이 쿠데타를 옹호한다는 건 말이 안 되는 겁니다.
       
    신원식 국방부장관 후보자. 윤창원 기자신원식 국방부장관 후보자. 윤창원 기자
    신원식 국방장관 후보자는 대법원에서 쿠데타로 확정한 12·12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했습니다.
       
    신원식 후보자 "12.12 하고 박정희 대통령 돌아가시고 그 공백기 뭐 서울의 봄 일어나고 그래서 저는 그때 당시 나라 구해야 되겠다고 나왔다 봐요."
       
    신 후보자는 5·16 쿠데타에 대해서도 '위대한 혁명'이라고 추켜세우기도 했습니다. 신 후보자는 2019년 10월 26일 서울 국립현충원에서 열린 박정희 전 대통령 40주기 추모식 추도사에서 "5·16은 누가 뭐라 해도 문명사적 관점에서 위대한 혁명"이라며, 박 전 대통령을 "5천년 민족사에 가장 위대한 성취를 가져다줄 초인"이라고까지 말했습니다.
       
    ◇정다운> 재야시절 발언이었다고 해명하고 있잖아요?
       
    ◆권영철> 신 후보자는 과거 발언에 대해 국회의원이 되기 전 '재야 투쟁가로서 격한 얘기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그렇지만 군 장성출신이 군사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이니 위대한 혁명이니 발언하는 건 위험한 발상입니다. 해서는 안 되는 발언인 겁니다.
       
    ◇정다운> 이 인물들을 지명한 사람, 윤석열 대통령입니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법치'를 강조해 왔는데 공정함과는 다 거리가 멀어 보여요.
       
    ◆권영철> 그렇습니다. 윤 대통령은 2021년 3월 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제 그토록 어렵게 지켜왔던 검찰총장의 직에서 물러납니다. 검찰의 권한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의 정의와 상식,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해서입니다"라고 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는 '자유'를 매우 강조했습니다.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 모두 발언에서는 "자유 인권 법치라는 보편적 가치는 국정 전반에도 녹아져 있다"며, "대통령의 제왕적 초법적 권력을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 들어오게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연설이나 공식 석상에서도 '법치주의' 또는 '법치'를 종종 언급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 하나가 '법치주의'다. '법치주의'는 윤석열 정부 국정운영의 원칙이자 기준으로 볼 수 있다.
       
    ◇정다운> 보시기에, 법치주의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나요?
       
    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윤석열 대통령. 연합뉴스
    ◆권영철>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법치'나 '법치주의'는 '실질적 법치주의'와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인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습니다.
       
    법치주의는 '실질적 법치주의'가 있고, '형식적 법치주의'가 있습니다. 실질적 법치주의는 '법의지배'를 말하는 것이고 형식적 법치주의는 '법에 의한 지배'를 말하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법에 의한 지배'가 히틀러 정권이었습니다.
       
    대통령이 가진 가장 강력한 권력이 인사권입니다. 인사권을 가졌다고 자신의 마음대로 인사를 해도 된다는 건 아닐 겁니다.
       
    대법원장 후보자를 임명하면서 여러 불법의혹이 해소되지 않는 '친구의 친구'를 지명하거나, 국방장관 후보자를 쿠데타를 '구국의 결단'이라고 옹호하는 정치인 출신을 지명하는 건 올바른 인사권 행사라고 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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