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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인재 의존하는데…" 노벨상 수상자들도 R&D 예산 삭감 우려

IT/과학

    "韓 인재 의존하는데…" 노벨상 수상자들도 R&D 예산 삭감 우려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 행사
    "기초과학 투자,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마이클 레빗(왼쪽부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요아힘 프랑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하르트무트 미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마이클 레빗(왼쪽부터)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요아힘 프랑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 하르트무트 미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장.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제공
    "기초과학에 투자하면 100배 넘는 이득을 볼 수 있지만 문제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득이 필요한 기업보다는 장기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
    (2006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조지 스무트 홍콩과기대 교수)

    "예산을 삭감하거나 주지 않는 건 결코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일으킬 것으로 생각한다." 

    (2013년 노벨화학상 수상자 마이클 래빗 스탠퍼드대 교수)

    노벨상 수상자들이 한국 정부의 기초과학 분야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에 대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노벨상 수상자와의 대화) 서울 2023'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다.

    마이클 레빗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24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노벨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3' 기자 간담회에서 "한국은 역사적으로 큰 예산을 과학기술에 할당해왔다"며 "예산 삭감에 타당한 이유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삭감 자체는 결코 좋은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인은 예산 투자의 목적은 물론 (여러 분야 간 예산) 균형도 생각해야 해서 차선책을 선택할 때도 많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하지만 과학기술과 관련 교육에 대한 투자는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레빗 교수는 DNA와 단백질 등을 분자생물학적으로 분석해주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개발한 공로로 2013년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전자현미경과 광합성 연구에 기여한 노벨 화학상 수상자 요아힘 프랑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와 하르트무트 미헬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장, 신소재 그래핀을 최초로 발견해 36세의 나이에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그래핀의 아버지'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 우주배경복사 연구로 역시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 등 석학 5인은 최근 국가 R&D 예산안을 둘러싼 논란에 직·간접적인 입장을 밝혔다.

    조지 스무트 홍콩과학기술대 교수는 "기초과학 발전은 장기 투자가 가능한 정부의 지지가 중요하다"면서 "새로운 발견이 상품화하고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듯, 기초과학에 투자하면 100배 넘는 결과물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한국처럼 천연자원이 없는 국가가 기술에 투자하면서 경제 10위권 국가가 됐다"며 "한국처럼 인력이나 인재에 의존하는 국가는 기초과학을 통해 발견하고 다양한 상품화를 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정부는 경제 발전을 위해서라도 기초과학에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스무트 교수는 2008년 자국의 기초과학 예산이 삭감되자 이를 복구하기 위해 조지 W 부시 당시 대통령에게 "국립과학재단(NSF) 등에 긴급 추가 자금을 요청하라"고 촉구하는 서한을 보낸 과학자 중 한 명이다.

    콘스탄틴 노보셀로프 영국 맨체스터대 교수는 정부가 과학 투자를 줄이는 것이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계적 문제라고 짚으면서, 근본적 이유로 과학적 발전과 선거의 주기가 다르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즉각적 결과가 없고 4~5년 만에 과학적 결과물을 내기 힘들기 때문에 항상 과학계는 남은 예산을 할당 받는다"면서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안타깝다"고 말했다.

    특정 분야에 대한 집중 지원에 대해서도 쓴 소리가 나왔다. 2017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요아킴 프랑크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정부 투자가 압력으로 작용해 특정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면서 "모든 과학자들이 가설을 기반으로 연구를 진행할 수 있게끔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미헬 소장도 "현재의 주류 연구 분야보다 비주류 연구가 나중에는 오히려 더 좋은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했다. 한국 정부는 올해 기준 연간 30조 원이 넘는 국가 R&D 예산을 줄이는 대신 국가전략기술 등 국가 경제와 안보에 중요한 핵심 기술 위주로 지원하는 '예산 효율화' 방침을 내세웠는데, 이보다는 R&D의 자율성을 보장해야 중장기적으로 과학기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비다르 헬게센 노벨재단 총재는 한국의 정치나 의사 결정 과정에 대해선 언급을 피하면서도 "과학·교육·연구 분야에서 장기적인 투자와 국가별 성공 사례 배출은 상관 관계가 있다. 노벨상 수상자 수만 보더라도 이는 쉽게 알 수 있다"면서 "경제적 상황 등 변수를 감안해야겠지만, 과학에 대한 투자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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