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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EN]멀어진 종전…미술로 DMZ에 평화 메시지 전하다



공연/전시

    [현장EN]멀어진 종전…미술로 DMZ에 평화 메시지 전하다

    'DMZ 전시: 체크포인트'

    국내외 27명의 현대미술 작가 60여개 작품 전시
    파주 일대서 8월 31일부터 9월 23일까지
    연천 일대서 10월 6일부터 11월 5일까지

    이우성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리얼디엠지프로젝트 제공 이우성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 리얼디엠지프로젝트 제공 지난 24일 경기도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내 도라산 전망대에 오르자 북한의 개성공단과 기정동 선전마을이 한 눈에 내려다 보였다. 남한과 북한의 초소와 160m 높이 게양대에서 인공기가 펄럭이는 모습은 육안으로 볼 수 있었다.

     1953년 7월 27일 발효된 한국전쟁 휴전협정에 따라 생긴 군사분계선에서 남북으로 4km에 걸친 DMZ는 다수의 지뢰가 매장되어 민간인 출입이 통제됐다. 한민족 분단의 아픔이 깃든 장소이지만 70년간 인적이 끊긴 탓에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생태의 보고가 됐다.

    평화관광 코스 중 하나인 도라산 전망대와 미군기지였던 캠프그리브스, 임진각 내 평화누리에서는 오는 31일부터 9월 23일까지 'DMZ 전시: 체크포인트'가 열린다. 국내외 27명의 현대미술 작가가 남과 북의 분단으로 생긴 현상을 동시대적 시각으로 해석한 60여개의 작품을 전시한다.

    김선정 아트선재센터 예술감독(리얼 DMZ 프로젝트 설립자 겸 예술감독)이 2011년부터 진행해 온 프로젝트다. 올해 정전 70주년이 됐지만 남북 관계가 갈수록 경색되고 종전과 평화가 요원한 상황에서 그 의미가 더 무겁게 다가온다.

    도라산 전망대에서는 자연으로 가득한 DMZ의 풍경을 기록한 작품이 눈에 띈다. 이끼바위쿠르르의 그라피티 작품 '덩굴: 경계와 흔적'은 DMZ 일대에서 채집한 식물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구성했다. 성립의 '아래에는'은 DMZ의 경이로운 자연을 드로잉과 영상으로 작업했고 킴웨스트팔의 '아이소트리아 메데올로지스, 다시 꿈꾸는 DMZ'는 DMZ에서 발견한 난초의 이미지를 태피스트리 기법으로 만들었다.

    이끼바위쿠르르 '덩굴: 경계와 흔적'. 작가 제공 이끼바위쿠르르 '덩굴: 경계와 흔적'. 작가 제공 이우성의 '잘 지내고 계신가요? 저는 여기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다'는 2021년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애기봉 전망대에서 바라본 북한 해물선전마을의 풍경을 분홍빛 천 위에 아련하게 표현했다. 도라산 전망대 밖으로 나오면 남과 북 사이의 서부전선과 파주 DMZ 주변 지뢰밭의 전경을 담은 토모코 요네다의 사진, 정소영의 조각 '환상통'을 볼 수 있다.

    임민욱 '커레히-홀로 서서' 작가 제공 임민욱 '커레히-홀로 서서' 작가 제공 차량을 타고 이동한 캠프그리브스에서는 총 5개의 공간에서 장소 특정적 작품을 선보인다. 체육관에 들어서자 천장 높이 매달린 36장의 군용 모포가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커레히-홀로서서'라는 제목의 이 설치작업(임민욱)은 통제된 DMZ와 통제를 벗어난 영토를 동시에 표현했다. D형 군용 텐트에 권력과 허상을 상징하는 별을 그린 이재석의 '오성텐트'와 개성공단의 갑작스러운 폐쇄로 한국기업들이 집단 탈출했던 기록을 재해석한 함경아의 '리프린트된 시차 17시와 17시30분 사이' 작업에도 눈길이 간다.

    서용선 '뉴스와 사건' 서용선 아카이브 제공 서용선 '뉴스와 사건' 서용선 아카이브 제공 
    남북 갈등을 소재로 한 서용선의 '시선'과 '뉴스와 사건'도 감상할 수 있다. '시선'은 작가가 남과 북을 가로지는 휴전선을 방문했을 때 느낀 공포와 긴장을 화폭에 담았고 '뉴스와 사건'은 1990년대 후반 북한의 식량 파동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남북 긴장 관계가 최고조에 달했을 무렵 사건들을 파노라마 형식으로 풀어냈다.

    문경원·전준호의 비디오와 설치작업 '자유의 마을'을 상영 중인 보존막사 모습. 문수경 기자 문경원·전준호의 비디오와 설치작업 '자유의 마을'을 상영 중인 보존막사 모습. 문수경 기자 페인트칠이 벗겨져 콘크리트가 드러난 보존막사에서는 한국의 DMZ 내 민간인 마을인 '자유의 마을'에 관한 문경원·전준호의 비디오와 설치작업 '자유의 마을'을 상영한다. 원래 화장실이었던' 도큐멘타2'에서는 해안폴권카잔더가 위장 개념과 JSA의 배수구를 소재로 한 작업을 선보이고 '도큐멘타3'에서는 동두천 미군클럽의 현재 모습을 다룬 최원준의 '미군 기지촌 클럽에 대한 작은 역사' 연작 등을 소개한다. '도큐멘타4'에서는 DMZ를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한 나미라의 비디오 설치 작업 '밤시각'을 볼 수 있다. 같은 종이지만 남북이 서로 다른 이름을 가진 식물들로 꾸민 정원 '식물 평행세계'(조경진·조혜령)도 흥미롭다.

     토모코 요네다의 사진 '지뢰-DMZ Ⅰ'. 작가 제공  토모코 요네다의 사진 '지뢰-DMZ Ⅰ'. 작가 제공 차량을 타고 잠시 달리자 임진각 평화누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3천 여개의 바람개비가 펼쳐진 잔디공원 아래쪽에는 도시와 자연 속에서 위장한 채 존재한 군사시설이 사라지는 풍경을 담은 최원준의 '언더쿨드' 사진 연작과 수풀과 철책 위에 지뢰라고 쓰인 모습을 찍은 토모코 요네다의 사진 '지뢰-DMZ Ⅰ'가 설치됐다.  위쪽에는 김홍석의 조각 '불완전한 질서 개발-회색 만남'이 서 있다. 텐트천에 공기를 주입해 만든 이 조각처럼 70년간의 남북 분단이 잉태한 장소들을 가벼운 마음으로 마주할 날은 언제쯤 올까.

     'DMZ 전시: 체크포인트'는 10월 6일부터 11월 5일까지 연천 연강갤러리와 경원선 미술관으로 장소를 옮겨 열린다.김홍석의 조각 '불완전한 질서 개발-회색 만남'. 문수경 기자 김홍석의 조각 '불완전한 질서 개발-회색 만남'. 문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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