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정규' 규현 "차트 기대 안 해…바쁘지 않으면 들어보시길"[현장EN:]
"눈이 오는 날 사람들이 노래 많이 듣는다고 하더라고요. 뮤직비디오 찍을 때 불도 막 꺼졌거든요? 저도 (오늘) 아침에 한 피디님이 '규현아, 눈 오는 날 노래가 잘 된대. 방송도 잘되고'라고 하셨어요. 희망 고문이긴 한데, 작은 희망은 남아 있고요. 작은 기대가 남아 있어서 크게 실망 안 할 겁니다."
첫눈이 내린 2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CGV청담씨네시티에서 규현의 정규 1집 '컬러스'(COLORS) 음악감상회(음감회)가 열렸다. 2014년 11월 자신의 이름을 건 첫 솔로 앨범 '광화문에서'(At Gwanghwamun)를 낸 지 꼭 10년 만에, 규현은 10곡이 수록된 첫 번째 정규앨범을 내게 됐다.
"진심으로 궂은 날씨에 찾아와 주셔서 너무 감사드린다"라고 인사한 규현은 "사실 저라는 가수가 정규앨범 자체를 그닥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그동안 사실 큰 욕심이 없었다"라면서도 '10주년'인 만큼 정규앨범을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회사의 제안으로 준비하게 됐다고 전했다.
규현은 "딱히 정규앨범에 대한 욕심이 별로 없다. 요즘에는 곡을 아무리 많이 실어서 내도 너무나 쉽게 쑥쑥쑥 지나치다 보니까 노래가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회사의 강력한 권유가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게 좀 애매하다. 늘 미니앨범을 발표했다, 5장 정도? 이게 참 이상한데 7곡은 미니앨범이고 8곡부터는 정규앨범이라고 한다. 한 곡만 더 넣으면 되는데 이게 무슨 의미가 있나, 하면서도 '정규' 하면 텍스트로서 멋도 있고 느낌이 있어서 앞으로도 낼 수 있으면 최대한 내보겠다"라고 부연했다.
'컬러스'라는 제목에 맞게 다양한 장르를 아울렀다. 규현 하면 떠오르는 서정적인 발라드는 물론, 팝, 댄스, 뮤지컬 넘버가 연상되는 대곡까지 10곡이 실렸다. 어떻게 곡을 선별했는지 질문에, 규현은 "회사에서도 맘에 들어 하고 저도 마음에 들기 때문에 선정된 거 같다"라고 운을 뗐다.
그는 "제가 그동안 도전하지 않았던 댄스곡 '브링 잇 온'(Bring It On)이라는 완전 댄스곡도 있다. 공연 때 관객분들께 즐거움을 위해 준비하는 랩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못 들어주겠는데 랩규도 있고 '유니버스'(Universe)라는 되게 통통 튀는 느낌의 노래도 있다. 이런 노래들이 요소요소에 있어서 전체 앨범 들을 때 재미있지 않을까"라고 바라봤다.
앨범을 감상할 때 포인트에 관해 묻자, "리스닝 포인트요?"라고 되묻고 잠시 말을 잇지 못해 웃음을 안겼던 규현은 "한 앨범을 쫙 들으면 하나의 공연을 보는 거 같은 느낌의 앨범을 만들고 싶다는 게 있다. 다채로운 색깔의 음악으로 프리즘을 펼쳐놓은 것처럼"이라고 설명했다.
타이틀곡 '하루마다 끝도 없이'(Unending Days)는 가슴 아픈 이별의 후유증을 섬세하게 노래한 발라드다. 가장 아끼는 곡을 물었을 때 규현은 "제가 타이틀을 아끼지 않으면 누가 아껴줄까"라며 "이 노래를 아끼려고 노력하고 있다. 차애(두 번째로 좋아하는) 정도로 아끼고 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작에 이어 밴드 사운드 곡을 타이틀로 세운 이유에 관해서는 "저는 앞으로 공연형 가수가 되고 싶다는 욕심이 있다. 그래서 항상 밴드와 함께 공연하는데, 그런 콘서트장에 가면 그 밴드 사운드에 압도당할 때가 있는데 그런 노래들을 많이 들려드리고 싶다는 생각"이라고 답했다.
이어 "그런 곡들이 수록곡으로 있을 때보다 타이틀로 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들려드릴 기회가 있어서 좀 더 들려드리고 공연장에서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앨범 준비하게 됐다. 너무 세부적인 사안까지 얘기를 하면 내부 기밀 유출이기 때문에 요 정도만"이라고 재치 있게 덧붙였다.
'컬러스' 앨범에는 산뜻한 분위기의 '기지개'(Journey), 사랑에 빠진 설렘을 담은 '유니버스', 흥겨운 업템포로 분위기를 환기하는 '브링 잇 온', '겨울 감수성을 담은 '라스트 포엠'(Last Poem), 한 편의 서사시 '슬픈 밤'(Nights Without You), 잔잔한 울림을 주는 '수평선'(Horizon), 드라마틱한 대선율이 돋보이는 '지금 여기, 너'(Wishes)가 실렸다. 작사·작곡에 참여한 '어느 봄날'(One Spring)은 연주곡까지 두 버전으로 수록됐다.
안테나로 옮긴 후 처음 낸 지난 앨범에서는 '회사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는 규현. 이번엔 어땠을까. 규현은 "제가 안테나와 함께하는 이유"라며, "가수로서 곧 내년 20년 차 가수고 솔로 가수로서는 10주년을 지났는데 저만의 틀에 박혀서 다른 사람 이야기 듣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러고 싶지 않았다"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제 의견도 내긴 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회사에서 이야기하는 걸 최대한 수용했고 그 결과물이 만족스러워서 참 다행"이라고 전했다.
타이틀곡을 '차애'로 아낀다는 규현이 가장 좋아하는 곡은 '수평선'이다. 그는 "잔잔하다. 아우~ 너무 잔잔하다, 했는데 너무 잔잔한데 왜 이렇게 듣고 싶지? 녹음한 다음에도 제 목소리로 된 곡인데 제일 계속 듣게 됐다"라면서도 "하지만 타이틀이 더 좋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하는 것을 잊지 않았다.
안테나의 유희열 대표가 작사한 '슬픈 밤' 작업과 관련해서는 "대표님은 사실 녹음할 때 항상 와 계시기 때문에 뭔가 특별하게 그때만 어떤 얘기를 해 주셨다기보다는, 늘 모든 곡에 오셔서 조언해 주시고 계속 모니터해 주신다"라고 설명했다.
규현은 "큰 회사긴 한데 어떻게 보면 작다. 녹음실 위가 바로 대표님 방이다. 피드백이 빠르다는 게 좋은 거 같다. 보통은 보고 절차가 대표님한테 갈 데까지 시간이 걸리는데 (여긴) 빠르다. 진행이 빠르다 보니까 너무 좋았다. '슬픈 밤'은 뮤지컬 넘버 부르듯 했으면 좋겠다고 강력하게 얘기해 주셔서, 그렇게 부르길 잘한 거 같다. 최근에 제 뮤지컬을 보여드렸는데 감명을 많이 받으신 거 같다"라고 말했다.
최근 데이식스(DAY6)를 비롯해 다양한 밴드가 주목받고 노래도 사랑받는 분위기에서, 밴드 사운드의 새 타이틀곡으로 음원 성적을 기대하는지 질문이 나왔다. 규현은 "요즘에 밴드들이 엄청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제 이야기는 아닌 거 같다. 음원 성적에 기대를 했던 건 2016년이 마지막이었던 거 같다, 미니 3집까지"라며 웃었다.
규현은 "지금은 그냥 제 음악을 좋아하시는 분들께 노래를 들려드리고, 제가 행사라든지 콘서트라든지 페스티벌이라든지 공연을 많이 하다 보니까 그런 곳에서 또 많은 대중분들과 만난다. 거기서 그분들께 한 번 더 들려드리고 좋아하시는 분들이 제 콘서트에 오시는 걸 목표로 한다"라며 "음원 차트야 기대 안 한 지 오래됐다. 슬픈 얘기"라고 답했다.
"순간순간에 집중하다 보니까 어느 분야에 대가가 되지 못한 거 같은데, 잔잔하게 여러 분야를 아우르면서 멀티 할 수 있는 아티스트로 살고 싶다"라는 규현의 정규 1집 '컬러스'는 오늘(27일) 저녁 6시 각종 음악 사이트에서 공개된다.
2024.11.27 17: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