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3평화공원 합동 참배 모습. 고상현 기자제주4·3희생자 유족과 퇴직한 경찰관들이 화해와 상생을 위해 합동 참배를 진행했다. 특히 올해는 10주년 기념행사로 치러졌으며, 양 측이 4·3 왜곡 흐름에 대해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와 제주도재향경우회는 2일 오전 국립제주호국원과 4·3평화공원을 차례대로 찾아 합동으로 참배했다. 두 단체가 '화해와 상생'을 선언한 이후 10번째로 치러진 행사다.
이날 김성중 제주도 행정부지사와 오순문 도교육청 부교육감, 김황국 도의회 부의장, 한권 도의회 4‧3특별위원회 위원장, 강철남 도의회 행정자치위원장 등 도내 주요 인사도 함께했다.
특히 이상률 제주경찰청장과 황도연 해군 제7전단 부단장 등 군‧경 책임자도 함께해 의미를 더했다.
김창범 4·3유족회장은 "오늘은 유족회와 경우회가 화해와 상생을 선언한지 10주년 되는 뜻 깊은 날이다. 그간 제주 공동체가 치유와 평화의 공동체로 발전하는 큰 밑거름이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유족회와 경우회가 화해와 상생의 정신으로 4·3 과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상당히 큰 힘이 될 것이다. 4·3 과제 해결을 위해 경우회와 도민, 국민과 함께하겠다"고 강조했다.
고정화 도재향경우회장 역시 "4·3의 아픈 역사에 대한 화해와 상생을 위해 지금까지 노력해왔다. 그 발걸음이 평화와 번영의 초석이 됐다. 국민 통합을 이끄는 이정표가 됐다"고 말했다.
"앞으로도 경우회는 유족회와 합동 참배와 순례 행사를 통해 화합하겠다"고 덧붙였다.
김창범 4·3유족회장과 고정화 경우회장, 이상률 제주청장 등이 방명록을 쓰고 있다. 고상현 기자
두 단체는 올해 4·3추념식을 앞두고 보수단체가 4·3 흔들기를 한데 대해서도 강경한 목소리를 냈다. 국민의힘 태영호 국회의원의 4·3망언 이후 4·3왜곡 현수막과 자칭 서북청년단 집회가 이어졌다.
김창범 회장은 "표현의 자유가 중요할 지라도 (4·3을 왜곡하는) 자유는 누릴 수 없다. 유가족의 명예를 훼손하는 일에 대한 처벌 조항이 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모든 힘을 쏟겠다"고 했다.
고정화 회장도 "(태영호 국회의원의 '4·3 폭동' 망언에 대해) 정치권에서 하는 말일 뿐이다. 4·3 피해자는 도민 전체다. 제주도재향경우회는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제주4·3희생자 유족과 퇴직한 경찰관 단체인 두 단체는 피해자와 가해자 관계로 수십 년 동안 갈등과 반목의 세월을 보내다 지난 2013년 8월 화해와 상생을 선언하며 두 손을 맞잡았다.
당시 두 단체는 이념을 버리고 조건 없는 화해와 상생으로 오랜 세월 지속됐던 갈등을 치유하고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함께하기로 다짐했다. 이후 해마다 합동 참배를 이어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