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배너 닫기

전체메뉴보기

'北 도발' 공개 놓고도 저울질…대북 심리전은 이미 '실전'



국방/외교

    '北 도발' 공개 놓고도 저울질…대북 심리전은 이미 '실전'

    北 기만전술 감안, 정보력 노출 최소화…'전략적 소통' 중요성 높아져
    '압도적 대응' 못하면 軍 공신력 타격, 딜레마…"천안함 사건이 실패 사례"

    북한이 동해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2기를 발사한 14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북한이 동해에 단거리 탄도미사일 2기를 발사한 14일 오전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관련 뉴스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13일 북한이 전날 실행한 첫 잠수함발사순항미사일(SLCM) 발사를 하루 뒤에야 공개했다.
     
    합참은 그 이유에 대해 국민의 알권리와 군 정보자산 보호라는 상충된 가치의 중간 지점에서 최적의 시점을 택한 것이라고 밝혔다.
     
    합참은 이날 북한 조선중앙통신 보도가 오전 6시쯤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이보다 10분 일찍 언론에 관련 사실을 공지했다.
     
    북한의 첫 SLCM 발사 사실을 북한 매체를 통해 처음 알게 되는 '불상사'를 사전 방지하면서도, 그렇다고 우리가 너무 일찍 공개해버림으로써 북한의 역공작에 노출될 여지를 최소화한 것이다.
     
    합참 관계자는 "북한 기만전술과 과장 선전에 말려들지 않게끔 최대한 늦게, 그러나 북한 발표보다는 이르게 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제원에 대해서도 함구한 것은 물론이다. 신포 해상의 잠수함에서 순항미사일 2발을 쐈다는 사실만 확인했을 뿐이다.
     
    북한 발표대로 핵 탑재가 가능한 '전략' 미사일인지, 수면 돌출시 비스듬한 궤적으로 미뤄 어뢰발사관을 이용한 것인지 등의 질문에는 입을 닫았다.
     
    우리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적이 아는 것 자체가 애써 구축한 정보자산의 심각한 손실을 부를 수 있어서다. 알아도 모른 척 몰라도 아는 척 하는 'NCND'의 전략적 모호성이 정보력의 요체이기 때문이다.
     
    합참은 순항미사일은 특성상 탄도미사일보다 탐지가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안의 경우는 사전 징후부터 포착해 추적했고 요격도 비교적 쉬운 편이라고 밝혔다.
     
    다소 애매하고 상충적이기도 한 설명이지만 합참으로선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北 기만전술 감안, 정보력 노출 최소화…'전략적 소통' 중요성 높아져

    북한 미사일 발사. 연합뉴스북한 미사일 발사. 연합뉴스
    그런 점에서 현재 대규모로 실시 중인 한미연합군사연습은 말 그대로 '연습'이지만 심리전 측면에선 이미 실전인 셈이다.
     
    국방부는 하루 뒤인 14일 오전 북한의 단거리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는 거의 실시간으로 공개했다. 우리의 정보‧감시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경고 효과를 주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북한이 나중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지켜봐야 한다. 북한은 지난 달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 담화를 통해 우리 측 전문가들을 '개념도 없는 형편없는 풋내기'라고 조롱한 바 있다.
     
    신경질적인 태도로 남측 능력을 깎아내리고 감정을 자극하며 북한도 나름의 심리전을 펴고 있는 것이다.
     
    현대 전쟁에선 심리전이 이런 전통적 방식에 머무르지 않고 '전략적 소통'(SC‧Strategic Communication)으로 진화‧확대되고 있다.
     
    미국이 2001년 9.11테러 등을 거치며 전쟁에선 승리했지만 전략적으로는 패배했다는 반성에서 발전시킨 개념이다.
     
    그 핵심은 단지 적 군대를 격퇴하는 것을 넘어 사람들의 마음까지 얻음으로써 적의 정치적 의지를 파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공보, 홍보, 정보‧심리전, 민사작전 뿐만 아니라 사회적 네트워크(SNS)나 공공외교까지 포괄한 국가의 모든 수단을 활용해 유리한 전략 환경을 만드는 게 불가결하다.
     
    우리 군도 미군의 선진적 군사 운용을 참고해 전략적 소통을 중요한 군사개념으로 인식하고 있다. 북한 도발을 놓고 알권리와 정보자산 보호 사이에서 정교한 저울질을 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압도적 대응' 못하면 軍 공신력 타격, 딜레마…"천안함 사건이 실패 사례"

    연합뉴스연합뉴스
    하지만 문제는 한반도 안보 환경상 전략적 소통이라는 게 결코 녹록하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전략적 소통의 성패를 가를 '신뢰의 원리' 측면에선 위험한 딜레마에 봉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예컨대 군 당국은 북한 도발에 '압도적 대응'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는 유사시 통제불능의 확전으로 치달을 확률을 높인다.
     
    반대로 이런 파국적 결과를 우려해 기존의 '비례적 대응'에서 멈춘다면 공신력의 위기로 이어지게 된다.
     
    이와 관련, 미국이 14일 북한 탄도 미사일 발사에 대해 규탄하면서도 "미국 인력이나 영토, 동맹들에 즉각적 위협이 되지는 않는 것"이라 평가하며 우리와 미묘한 온도차를 보인 것은 주목할 부분이다.
     
    정삼만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연구실장은 '해군의 전략커뮤니케이션 적용 방안'(2017년) 보고서에서 대북한 SC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천안함 사건을 꼽았다.
     
    그는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응 조치로 대북심리전 재개를 천명했지만 실제적으론 실행하지 않았다"며 "이로 인해 북한은 우리의 대북 군사적 조치 및 응징에 한계가 있음을 인식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 시각 주요뉴스


    Daum에서 노컷뉴스를 만나보세요!

    오늘의 기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댓글

    투데이 핫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