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근무자 사망사고 발생한 SPL 평택공장 내부. 연합뉴스제빵업계 1위인 SPC 계열의 SPL 경기 평택공장에서 발생한 20대 여성 노동자 사망사고와 관련해 회사 안전 책임자가 형사 입건됐다.
19일 경찰 등에 따르면 평택경찰서는 전날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SPL 평택 제빵공장 관계자 A씨를 불구속 입건했다.
A씨는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쯤 직원 B(23·여)씨가 샌드위치용 소스 교반기에서 일하다 기계에 상반신이 껴 숨진 사고에 대해 안전조치 의무를 게을리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작업 현장에 폐쇄회로(CC)TV가 없었던 점을 감안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평범한 성인여성 키인 B씨가 기계 안으로 상반신이 들어가게 된 구체적 경위를 비롯해, 고용노동부와 함께 해당 사업장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사고가 반죽 기계에서 발생한 점을 고려하면 산업안전보건법 하위법령인 산업안전보건 규칙을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규칙은 "사업주는 근로자가 분쇄기 등의 개구부로부터 가동 부분에 접촉함으로써 위해를 입을 우려가 있는 경우 덮개 등을 설치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다.
사고 당시 B씨는 15㎏ 안팎의 소스통을 혼자 들어 붓다가 몸이 한쪽으로 기울면서 기계에 빨려 들어 변을 당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교반기는 교반기는 가로·세로 약 1m, 높이 1.5m가량 되는 오각형 모양의 통이 달린 기계다. 안전하게 뚜껑을 덮어야 작동하는 스팀 교반기나 밀가루 반죽 배합기보다는 작은 크기다.
B씨는 동료 1명과 함께 교반기에 재료를 부어 소스를 섞은 뒤 용기에 담아 운반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경찰의 외부 CCTV 확인 결과, 사고 시점 동료는 다른 위치에 있던 재료들을 교반기로 옮기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상태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과정에서 안전조치 미흡으로 사고가 발생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고가 난 기계에 끼임이 감지되면 작동을 멈추는 자동방호장치와 안전펜스 등이 설치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두 노동자 중 한 명은 수시로 자리를 옮겨야했기 때문에 사실상 2인 1조 체계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데다, 직원 대상 안전교육조차 당사자의 서명만 받는 방식으로 날조돼왔다는 주장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경찰은 당초 시신 부검을 거부했던 유족 측이 입장을 바꿈에 따라, 이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B씨 시신을 보내 부검에 들어갈 방침이다.
회사 측은 유가족들과 B씨에 대한 장례 절차 등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SPC는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이 지나서야 허영인 회장 명의로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사과문을 냈다.
한편, 온라인과 시민사회 일각에서는 노동자의 '피로 만든 빵'에 대한 불매운동 등이 이어지고 있다. 또 SPC 계열사 브랜드를 정리한 목록이 공유되는 등 비판 여론이 번지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