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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비틀린 내면을 뒤쫓는 스릴러 '드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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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노컷 리뷰]비틀린 내면을 뒤쫓는 스릴러 '드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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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화 '드라이'(감독 로버트 코놀리)

    외화 '드라이'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드라이'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 스포일러 주의
     
    과거와 현재의 사건, 거짓과 진실 사이를 영리하게 오가며 긴장으로 러닝타임을 가득 채운 미스터리 스릴러 한 편이 찾아왔다. '드라이'는 의심을 더하며 말라버린 땅보다 더 메마른 인간의 비틀린 내면을 들여다본다.
     
    불미스러운 일로 고향을 떠났던 에런(에릭 바나)은 친구 루크(마틴 딩글 월)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20년 만에 고향을 찾는다. 루크는 가족을 죽이고 자살한 것으로 알려지며 마을 사람들의 비난을 받고 있다.
     
    그러나 아들의 살인을 믿지 않는 유가족의 요청으로 사건을 파헤치던 에런은 여자 친구였던 엘리(베베 베텐코트)의 죽음에도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음을 알게 된다. 그렇게 묻혀있던 두 개의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외화 '드라이'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드라이'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영화 '드라이'는 기자 출신 제인 하퍼의 데뷔작인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출간 전부터 빅토리아 프리미어 문학상 미출간 부문에서 수상하며 주목받은 소설은 2018 영국문학상 올해의 범죄·스릴러 부문, 2017 영국추리작가협회 대거상 범죄소설 부문, 2017 인디문학상 올해의 책 부문 등 유수의 상을 거머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다.
     
    영화는 324일간 지속된 유례없는 가뭄으로 메말라버린 호주 가상의 마을 키와라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목이나 영화 속 상황처럼 영화 역시 마지막까지 건조한 톤을 차분하게 유지하면서도 긴장의 끈을 놓치지 않는다. 특히 300일 넘게 진행된 가뭄과 오랜 재해로 팍팍해진 삶의 공간, 사람들의 퍼석하게 말라버린 마음 등이 어우러져 절망적이고 파괴적인 분위기가 도드라진다.
     
    '드라이'는 루크와 그의 가족 살인사건이라는 현재의 사건과 엘리의 죽음이라는 과거의 사건을 끊임없이 오가며 거짓과 사람들의 편견, 과거에 대한 후회를 겹겹이 쌓으며 진행한다. 플래시백이 잦지만, 효율적으로 배치해 긴장과 궁금증을 더하는 장치로 작용한다. 살인 사건과 폭력이 등장하지만, 그것보다 더 두렵고 무서운 것은 사건과 폭력을 둘러싼 사람들의 뒤틀리고 메마른 내면이다.
     
    그렇다 보니 영화의 가장 중심에 있는 것 역시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에 관한 이야기다. 루크는 과거 엘리의 친구로, 엘리의 죽음과 관련해 이유 모를 거짓말을 해 마을 내에서 그를 향한 시선은 곱지 않다. 에런 역시 마찬가지다. 에런은 엘리 죽음의 가해자로 의심받다 마을을 떠났다. 죽었든 살았든 마을을 떠난 자와 떠나지 않은 자들과 그들의 과거 사이에는 의심과 분노, 회한이 어지러이 뒤엉켜 있다.
     
    외화 '드라이'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드라이'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루크의 죽음과 과거 엘리의 죽음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이 없지만, 이 두 사건을 가로지르는 공통적인 단어는 바로 '거짓'이다. 사건에 연루된 인물들은 저마다의 사연과 무언가를 감추기 위해 거짓말을 선택했다. 거짓은 의심을 낳고, 의심은 사람들의 마음을 고립시켰다.
     
    루크 사건의 진실을 추적해가는 에런의 발걸음에는 늘 과거 사랑했던 엘리의 흔적과 그에 대한 기억이 뒤따른다.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에런을 따라가다 보면 과거와 현재 사건에 숨겨진 진실은 무엇인지, 엘리의 죽음에 연관된 인물 중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현재 사건에서는 누가 진실을 말하는지, 그리고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 사이에는 어떤 관계가 숨겨져 있는지 등 질문과 의심이 계속해서 쌓이며 긴장을 유지한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는 사이 관객들은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위치에 놓이게 되면서 추리극에 중심에 놓이게 된다. 영화는 이 과정에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진입하게 만든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드라이'는 과연 무엇이 인간을 뒤틀리게 만들고, 거짓을 이어가게 만드는지, 무엇이 인간을 각자 폭력과 비극으로 내모는지 질문하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이 펼쳐지는 마을 키와라는 과거 한 사건이 벌어진 후 모든 것이 메말라 버리며 생명력을 잃은 사람들의 내면을 은유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가뭄에 갇혀 생명력을 잃은 땅만큼이나 과거와 현재의 사건과 누군가의 거짓 안에 갇혀 웅크린 채 밖으로 나오지 못한 사람들의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외화 '드라이'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드라이' 스틸컷. ㈜영화사 진진 제공극한의 건조함은 마치 조그마한 불씨만 튀어도 모든 것을 다 태워버리기 직전인데, 이러한 건조함이야말로 '드라이'의 긴장을 이어가는 가장 중요한 분위기다. 사람들 사이의 폭력, 거짓, 회한이 만들어낸 긴장이 어느 순간 작은 하나의 계기로 인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갈지 모른다는 생각은 극도의 공포를 일으킨다.
     
    이러한 건조함을 불식시키는 것은 죽음에 얽힌 가슴 아픈 진실이다. 죽음에 얽힌 비극이 드러나며 가해자와 피해자가 뒤바뀌고, 길을 잃었던 진실은 제자리를 찾는다. 그러나 길고 긴 마음의 가뭄을 겪은 에런이나 마을 사람들은 단숨에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모두에게 남은 건 오래된 의심과 불신이 빚어낸 상처가 깊기 때문이다.
     
    이처럼 인간과 그들 사이 관계에 집중하는 영화기에 각 캐릭터를 드러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하다. 감독은 인물을 비출 때마다 각 인물에 집중할 수 있는 상황과 카메라 워크를 이용했고, 여기에 각 인물을 연기한 배우들의 열연이 잘 어우러지며 스릴러 장르의 매력을 한껏 살린다.
     
    에런을 연기한 에릭 바나는 복잡하고 어두운 여정에서 중심을 잡고 이끌어 간다. 그의 연기를 보고 있자면 오랜만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동시에 본인의 매력을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영화와 캐릭터로 돌아왔음을 느낄 수 있다.
     
    117분 상영, 3월 30일 개봉, 15세 관람가.

    외화 '드라이' 메인 포스터. ㈜영화사 진진 제공외화 '드라이' 메인 포스터. ㈜영화사 진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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