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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자신을 되찾은 다이애나를 위한 동화 '스펜서'



영화

    [노컷 리뷰]자신을 되찾은 다이애나를 위한 동화 '스펜서'

    외화 '스펜서'(감독 파블로 라라인)

    외화 '스펜서'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영화특별시SMC 제공외화 '스펜서'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영화특별시SMC 제공※ 스포일러 주의
     
    아름답고 우아한 로열패밀리의 일원, 대중의 사랑을 받은 왕세자비 혹은 비운의 왕세자비 등 '본인'은 지워진 채로 기억됐던 다이애나가 자신의 이름을 되찾았다. 이름을 찾는다는 것은 다른 말로 정체성을 되찾았음을 의미한다. 영화 '스펜서'(감독 파블로 라라인)는 자신을 잃은 여성인 다이애나 스펜서가 억압과 굴레를 벗어나 자신을 되찾는 이야기다.
     
    언론과 대중, 파파라치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한 영국의 왕세자비 다이애나(크리스틴 스튜어트)는 전통에 따라 크리스마스 연휴를 왕실 가족과 보내기 위해 샌드링엄 별장으로 향한다. 크리스마스를 맞이해 별장에는 아름다운 의상과 화려한 음식 등 모든 것이 완벽하게 준비돼 있지만, 찰스 왕세자(잭 파딩)의 외도와 고루한 왕실의 전통 그리고 모두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압박감에 다이애나는 깊은 감정의 혼란을 겪게 된다.
     
    '스펜서'는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전반적인 삶이나 그의 비극적인 결말을 다루는 대신, 왕실 가족이 샌드링엄 별장에 모여 보내는 크리스마스 연휴 3일 동안 다이애나 왕세자비가 느끼는 솔직한 감정을 집중적으로 담아냈다.
     
    '영국이 사랑하는 왕세자비' '전 세계가 열광한 로열 패션 아이콘'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사진에 찍혔던 여성 인물' 등으로 불렸던 다이애나를 따라다니는 또 다른 수식어는 '비운의 왕세자비'다. 불행한 결혼 생활, 왕실과의 대립으로 고통 받았던 그는 프랑스 파리에서 파파라치의 추격을 피하다 자동차 사고로 죽음을 맞이했다.
     
    외화 '스펜서'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영화특별시SMC 제공외화 '스펜서'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영화특별시SMC 제공이러한 고(故)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깊숙한 내면세계를 단 3일로 돌아보는 '스펜서'는 실화에 상상력을 덧입혀 탄생한 우화 내지 동화라는 점을 시작부터 명확하게 한 뒤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간다. 2022년 스크린에 재탄생한 다이애나는 자신을 둘러싼 물리적이고 정신적인 억압과 숨 막히는 환경, 사람들로 인해 고통 받고 괴로워하지만 동시에 자신을 둘러싼 울타리들을 넘어 '스펜서'라는 자신의 본래 이름(姓)을 되찾으려고 노력한다.
     
    여전히 과거 신분제 사회를 이어가고 있는 왕실의 공고한 보수성과 폐쇄성 안에 놓인 다이애나는 자유롭고, 그래서 삐죽하니 홀로 튀어나온 존재다. 샌드링엄에서도 관습이란 이름으로 자신을 억압하는 모든 걸 거부하는 다이애나를 바라보는 왕실과 왕실에 충성하는 사람들의 눈빛은 서늘하기만 하다.
     
    영화는 왕세자비로서의 역할과 책무, 그리고 고귀함을 요구하는 왕가에서 벗어나 다이애나로, 스펜서로 존재하길 바라는 다이애나의 처절하면서도 아름다운 이야기에 초점을 맞춘다. 그렇기에 자신을 지우려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지며 결국엔 자신을 되찾으려는 여성의 이야기라고도 말할 수 있다.
     
    마지막 별칭이 '비운의 왕세자비'로 남게 되어버린 다이애나에 관해 '스펜서'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불운한 결말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신 자신과 자신의 성을 찾으려는 여성의 동화로 그려내면서, 다이애나는 '왕세자비'라는 위치와 이름 대신 '스펜서'라는 이름을 얻으며 하나의 존재로 기억하게 된다.
     
    외화 '스펜서'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영화특별시SMC 제공외화 '스펜서'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영화특별시SMC 제공이는 '스펜서'를 통해 다이애나를 그려낸 가장 큰 목적이기도 하다. 살아서도, 죽어서도 왕가와 비운의 역사에 잠긴 채 가라앉아 있던 다이애나를 한 여성, 한 존재, 왕가로부터 자유롭고자 했고 자유를 쟁취한 여성으로 그려내면서 영화적으로나마 그에게 자유와 본래의 이름을 부여하려고 시도한다. 적어도 스크린에서만은 비운의 역사에서 벗어난 존재가 된 것이다.
     
    이러한 다이애나를 둘러싼 두려움과 억압, 이를 벗어나려는 그의 몸부림 등은 '팬텀 스레드' '파워 오브 도그' 등으로 유명한 조니 그린우드의 음악과 만나 더욱 극적으로 다가간다. 불안정하고, 날카로운 음들은 관객의 신경을 긁어대며 불안하게 하고 압박한다. 극단에 몰린 다이애나의 쇠약해진 신경과 불안 등이 표현된 음악은 다이애나의 심리 그 자체다.
     
    바로크와 재즈로 나눠 왕실과 그로부터 동떨어진 다이애나를 대비하는 것 역시 두드러지는 음악적 표현 중 하나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마지막, 샌드링엄 별장을 벗어나며 두 아들과 듣는 음악은 다이애나가 가고자 하는 길, 쟁취하고자 하는 정체성을 표현한다.
     
    속박과 구속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다이애나의 진정한 정체성은 마이크 앤 더 메카닉스(Mike + The Mechanics)의 '올 아이 니드 이즈 어 미라클'(All I Need is a Miracle)로 비로소 드러난다. 다이애나는 역사 속 무색무취한 존재가 아닌 현재의 자유분방한 존재가 되고자 했다.
     
    외화 '스펜서'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영화특별시SMC 제공외화 '스펜서' 스틸컷. 그린나래미디어·영화특별시SMC 제공
    다이애나는 자신의 말을 할 수 없는 존재가 아닌, 웅장하고 고귀한 역사성 안에서 전체를 위해 개별적인 존재를 지워야 하는 것이 아닌, 자신의 언어를 갖고 발화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길 원했다. 그렇게 가사 없는 클래식과 재즈 곡조 사이에서 유일하게 가사를 갖는 현대의 음악이 다이애나 스펜서를 대변한다.
     
    여기에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클레어 마통 감독은 다이애나와 그의 심연을 필름으로 담아내며 그 시대를, 다이애나의 모든 것을 감각적이면서도 매혹적으로 그려냈다. 그림 같은 그의 촬영은 동화를 지향한 영화의 방향성에 힘을 싣는다.
     
    무엇보다 '트와일라잇' 시리즈 이후 스타나 셀럽이 아닌 '배우'로서의 길을 걸어온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다이애나를 연기하며 그가 오스카 후보에 오를 자격이 충분하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섬세하고 깊은 스튜어트의 연기는 관객들을 보다 심리적으로, 보다 깊숙하게 스펜서의 내면으로 한 걸음씩 다가가게 만들었다.
     
    116분 상영, 3월 16일 개봉, 12세 관람가.

    외화 '스펜서' 메인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영화특별시SMC 제공외화 '스펜서' 메인 포스터. 그린나래미디어·영화특별시SMC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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