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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영화톡]DC덕후도 흡족했던 '더 배트맨' 특이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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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영화톡]DC덕후도 흡족했던 '더 배트맨' 특이점들

    '찐' DC 덕후 P 기자와 함께 본 외화 '더 배트맨'(감독 맷 리브스) <하>

    외화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스포일러 주의
     
    암흑 속에서 오직 스크린에 집중한 시간 176분.
     
    제24회 베이징 동계올림픽으로 매일 새벽까지 일한 P 기자는 '더 배트맨'이 상영되는 1만 560초의 시간 동안 단 한번의 흐트러짐도 없었다. 그는 2019년 마블 10년 역사의 종지부를 찍은 181분의 '어벤져스: 엔드게임'을 영접하기 위해 전날 밤 9시부터 금식을 했다. 그런 P는 '더 배트맨'을 위해서 역시 섬세하게 자기관리를 했다.
     
    시사회에 앞서 '더 배트맨' 프레스킷을 정독하던 P 기자는 "감독 인터뷰 마음에 드네. 배트맨은 원래 '탐정'이었지"라고 말했다. P가 예고편을 보고 인상적인 지점을 이야기한 적이 있다. 바로 배트맨의 눈 화장. P는 아마도 그때부터 '더 배트맨'이 갖고 있는 오리지널의 향기를 느꼈던 것 같다. [편집자 주]


    외화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배트맨의 눈가는 원래부터 검은 색이 아니었다


    미국의 대표적인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 토마토에 올라온 한 비평가의 이야기 중 "고담시가 가장 좋아하는 자경단원은 오랫동안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탐정'으로 알려져 왔다. 맷 리브스는 스크린에서 진정으로 그것을 깨달은 첫 번째 감독"이라는 평이 있다.
     
    그래서 P에게도 물었다. 맷 리브스 감독이 배트맨 덕후들의 니즈를 만족시킨 지점이 있었는지 말이다.
     
    "배트맨의 여러 가지 디테일을 잘 살렸다고 느낀 장면 중 하나는, 브루스 웨인이 눈가에 검은 화장을 할 때였다. 그래야 가면을 썼을 때 눈동자만 보일 텐데, 그런 장면은 기존 배트맨 영화에서 잘 표현하지 않았다."
     
    배트 가면 속 눈 주변을 검게 칠한 분장이 번진 채 삭막한 표정으로 서 있는 브루스 웨인의 모습은 그동안 영화적 허용으로 넘어갔던 배트맨들과 달리 사실성을 부여한다.
     
    외화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그리고 위기의 순간 등장한 배트모빌. 배트맨 팬들의 마음을 잘 헤아렸다. '배트모빌 형이 갑자기 왜 거기서 나와?' 할 수도 있겠지만 배트맨 영화에서 그게 뭣이 중요한가."
     
    '더 배트맨' 속 브루스 웨인은 아직 초창기의 배트맨이다. 이 때문에 배트모빌도 생소한 기술이나 슈퍼 하이테크가 아닌 기초적인 단계의 상태를 보여준다. 그렇기에 관객들에게 익숙한 '스테로이드를 맞은 거대 짐승'과 같은 배트모빌과는 거리가 먼 자동차가 탄생했다. 참고로 '더 배트맨'에서 차를 이용한 모든 액션은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실제 액션'이다.
     
    P는 '더 배트맨'의 분위기를 완성한 것 중 하나로 음악을 꼽았다. 그는 "음악이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배트맨의 묵직한 테마가 느와르 느낌의 영화 분위기와 너무나 잘 어울렸다"고 했다.
     
    외화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더 배트맨'의 음악은 '스타트렉' 리부트 트릴로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등의 음악을 담당했던 마이클 지아치노가 맡았다. 브루스의 테마와 배트맨의 테마가 하나의 모음을 이룬 오케스트라 연주를 곁들인 테마곡을 듣고 맷 리브스 감독은 거의 울 뻔했다고 한다.
     
    앞서 P는 '더 배트맨' 속 고담시의 모습이 완벽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담을 묘사하는 방식도 좋았다. 고담은 어둡고 암울해야 한다. 할로윈 배경을 선택한 것도 탁월했다. 영화를 더욱 그래픽 노블처럼 보이게 했다"는 점을 다시금 짚었다.
     
    맷 리브스 감독은 냉소적인 분위기가 아닌, 위험하고 문제가 많지만 구할 가치가 있는 곳으로 고담시를 묘사했다. 이는 덕후 P의 마음을 제대로 사로잡았다.

    외화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신참 배트맨을 대하는 경찰들의 자세

     
    '더 배트맨'은 여러모로 이전의 배트맨 영화와는 다른 면모를 갖고 있고, 다른 길을 간다. 감독은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 이어 원'(Batman: Year One)을 참고해 '더 배트맨'을 완성했다. '탐정' '2년차' 등의 키워드도 이러한 색다름을 만든 데 주요하게 작용했다.
     
    DC 덕후인 P는 맷 리브스 감독이 그려낸 배트맨의 모습 중 어떤 부분에서 깊은 인상을 받았을까. P는 코믹스 '다크 나이트 리턴스'와 영화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는 공통적으로 은퇴한 줄 알았던 배트맨의 복귀 장면이 나온다는 말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때 고참 경찰과 신참 경찰이 악당을 쫓다가 배트맨을 만난다. 신참은 배트맨을 의심하고 심지어 체포하려고 한다. 하지만 고참은 그런 신참을 비웃으며 '이제 우리는 구경만 하면 돼'라고 한다. 배트맨의 자경단 활동에 도움 받은 경험이 풍부한 고참의 자연스러운 반응이 흥미로웠는데, 이번 영화에서는 경찰과 관계가 정립되기 이전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무도 없는 조용한 사건 현장이 아닌, 경찰이 쫙 깔린 장소에 뚜벅뚜벅 걸어 들어가는 배트맨. 쟤 뭐냐고 무시하는 수사관. 기절해서 경찰서에 잡혀 들어간 배트맨. 경찰들을 패고 도망가는 배트맨. 천하의 다크 나이트에게도 이런 시절이 있었던가. 시간이 흐를수록 배트맨을 대하는 경찰의 자세는 서서히 달라진다."

     
    정확한 분석이다. 리브스 감독은 첫 시작부터 배트맨이 아직 고담 경찰국이나 주류의 인정을 받지도 않았고, 또 아직 슈퍼 히어로가 되기 전인 시점에 2년째 자경단원 역할을 하고 있다고 구상했다.

    외화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좋았던 만큼 아쉬움 남는 악역 그리고 추리극


    영화에는 배트맨 외에도 리들러 역의 폴 다노, 캣우먼 역의 조이 크라비츠, 알프레드 역의 앤디 서키스, 고든 경위 역의 제프리 라이트, 펭귄 역의 콜린 파렐, 카마인 팔코네 역의 존 터투로, 이번 영화의 오리지널 캐릭터인 길 콜슨 역의 피터 사스가드 등 다양한 캐릭터가 나온다.
     
    P는 전반적으로 악역들에 대해서는 조금씩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펭귄은 '배트맨 2'의 만화 같은 캐릭터보다는 마피아 이미지가 더 잘 어울리는 악역인데, 이를 잘 보여줬지만 분량이 짧았다고 안타까워했다. 팔코네는 분명 중요한 캐릭터였지만 관련 서사가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았다.
     
    P는 "그리고 리들러. 존재감은 강했지만 수수께끼 전문가가 스스로 수수께끼에 갇힌 느낌"이라며 "천재성이 강한 캐릭터인데 그가 어떻게 배트맨을 자신의 의도대로 유인했는지 그 과정을 볼 수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다만 "막판 가면을 벗고 배트맨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연기를 참 잘하는 배우 같았다"고 덧붙였다. 봉준호 감독 작품 '옥자'에도 출연한 바 있는 폴 다노는 '러브 앤 머시'로 제36회 보스턴비평가협회상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외화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더 배트맨'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176분간 그려낸 '더 배트맨'에서 또 다른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
     
    "세계 제일의 탐정을 앞세웠지만 정통 탐정물을 기대하면 안 된다. 배트맨이 똑똑하다는 걸 알 수 있었지만 추리 과정 자체는 그리 깊지 않았다. 현실적이면서도 무자비한 젊은 배트맨의 액션은 탁월했지만, 그 분량이 많지 않았다. 또 리들러에게도 더 자세한 서사를 부여했다면 어땠을까. 물론, 이미 충분히 긴 영화에서 이 모든 걸 담으려고 했다가는 최소 2부작…."
     

    베이징 올림픽이 한창이던 2월 18일, 마치 배트맨처럼 눈가에 짙은 어둠을 머금고 왔음에도 오전 9시 15분부터 시작한 시사회에서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았던 P. 아직 영화를 못 본 관객이라면 다음 장면을 조금 더 주목해서 보고, 이미 본 관객이라면 다시 떠올려보자.
     
    "브루스 웨인은 영화 초반에 아버지를 잃은 아이를 계속 주목한다. 자신의 어린 시절이 보인다. 구해준다. 리들러의 망원경에 잡힌 아이의 모습(칼 들고 노는 장면)을 미루어 짐작해 보면 추후 로빈과 같은 배트맨 세계관의 캐릭터로 성장할 가능성이 보인다."
     

    자, 마지막이다. P에게 1만 560초의 시간을 단 한 줄로 정리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래요, 아버지. 저는 (계속) 배트맨 팬이 될 것입니다."
     
    그래요. 덕후 P. 저는 (계속) 덕후 P의 까치가 될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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