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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영화톡]고농축 '듄' 세계관 하드캐리한 '믿보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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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영화톡]고농축 '듄' 세계관 하드캐리한 '믿보배'들

    • 2021-10-29 07:05

    SF 대작 '듄'(감독 드니 빌뇌브)_폴과 아라키스를 맞이하며 <하>

    외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전 세계 SF 팬들을 매료시킨 프랭크 허버트의 소설 <듄>이 드니 빌뇌브 감독의 손을 빌려 스크린에 다시 한번 구현된다는 소식에 많은 원작 팬과 영화 팬이 설렘과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마주한 영화 '듄'은 오랜 기다림에 종지부를 찍음과 동시에 여정을 시작한 폴에 대한 새로운 기다림으로 바뀌었다. 과연 드니 빌뇌브 감독과 '듄'이 무엇을 어떻게 보여줬는지, 원작 소설을 본 자와 보지 않은 자 두 명이 이야기를 나눠봤다. [편집자 주]
     

    고도의 압축이 낳은 옥의 티?

     
    최영주 기자(소설 본 자, 이하 최): 
    영화가 선택과 집중을 통해 압축과 생략을 거쳤다. 소설을 보지 않고 영화를 봤는데, 혹시 영화를 보면서 갑작스럽게 다가오는 부분은 없었나?
     
    유원정 기자(소설 안 본 자, 이하 유): 유에 박사(장첸)의 배신이 뜬금없었다. 초반에 가이우스 헬렌 모히암 대모(샬롯 램플링)를 만나는 폴에게 조심하라고 경고해주던 사람이 갑자기 배신한다? 어디서 대체 연결고리가 생긴 건지, 이야기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못하고 뚝 끊기는 느낌이었다. 유에 박사가 블라디미르 하코넨 남작(스텔란 스카스가드)이 인질로 잡아간 아내 때문에 의문스러운 행동을 한다든지 살짝 그런 기미만 보여줬어도 자연스럽게 이어졌을 것 같다.

    외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최: 맞다. 유에 박사가 어떤 설정을 가진 캐릭터인지 알면 그의 배신이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그런데 어떤 캐릭터인지 정보 값이 없는 상태에서 갑자기 '배신자'라고만 나오니까 당혹스러울 수 있다. 소설을 보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그 전에 어떠한 떡밥도 없었는데, 갑자기 유에 박사를 배신자로 만들어 등장시키면 그 사이 간극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걸 전부 설명하게 되면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의 기획처럼 러닝 타임이 16시간은 나와야 한다.
     
    (*참고: 처음 소설 <듄>의 영화화를 기획한 칠레 출신 알레한드로 조도로프스키 감독은 16시간 분량의 영화로 만들 계획이었다)
     
    유: 소설처럼 레이디 제시카(레베카 퍼거슨)에 대한 신뢰가 사라지고 인물 간 갈등이 나왔다면 정치 암투극 부분에서는 더 흥미진진했겠다. 사실 이미 스파이스와 대가문 견제의 역학 관계를 알고 있었던 공작 가문이 아라키스로 이주한 후에 하룻밤 사이 무너지는 장면도 크게 납득이 가진 않았다.
     
    최: 아트레이데스 가문이 하룻밤 사이에 당할 정도로 약한 가문인가에 대한 의문도 생길 수 있다. 레토 아트레이데스 공작(오스카 아이삭)도 하코넨 가문의 습격을 대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자신의 가문이 위험으로 들어간다는 걸 알았으니까. 그 사이 복잡한 일들이 있었는데 그 과정이 모두 압축됐다.
     
    영화처럼 유에 박사의 배신이 가장 큰 패배의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그 과정이 정말 고효율로 압축됐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서사와 서사 사이, 캐릭터와 캐릭터 사이 개연성에서는 빈 곳이 많이 만들어진 것 같다. 피터 잭슨 감독의 '반지의 제왕' 시리즈처럼 3부작으로 기획됐으면 조금 더 촘촘해지지 않았을까. 폴을 보존하는 목적의 2부작이 가진 한계라고 본다.

    외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유: 어쨌든 감독의 선택과 집중에 폴(티모시 샬라메)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각 캐릭터별로 유의미한 서사를 부여하게 되면 관객들의 집중력이 흩어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세계관 진입이 어렵게 된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주인공에게 서사를 몰아줬다고 본다. 결국 많은 인물들이 폴의 비극적 운명을 위해 도구처럼 쓰였지만 이 역시 필수 불가결한 전략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폴이란 목표를 향해서만 바삐 돌진하는 전개가 노골적이었다. 레토 공작의 죽음도 그렇고 너무 예고된 듯이 비극이 일어난다. 모든 주변 사람이 폴과 레이디 제시카의 역경과 생존을 위해 빨리 처리되거나 희생되는 느낌이었다.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쓰임이 아까웠다. 결국 이외의 요소들은 지극히 납작해지고 단순해졌는데 완급을 조절해 조금씩만 살을 덧붙였으면 더 자연스럽지 않았을까 싶은 아쉬움이 남는다.
     
    최: 방대한 세계관 속 이야기를 잘 풀어내서 소설을 보지 않아도 이해가 된다는 건 분명 영화의 장점이다. 그러나 원작 소설의 또 다른 재미가 인물 사이 복잡다단한 이야기인데, 그 많은 이야기 가운데 영화를 끌고 가는 중심을 폴의 성장으로 잡다 보니 이게 다 축소가 됐다. 그래서 폴 또한 더 일차원적인 인물로 보이게 되는 것 같다.
     
    유: 그럴 수 있다. 그럼에도 이번 '듄' 1편에서 가장 우선돼야 할 지점은 관객들의 수용과 몰입이었다. 평소 '대'를 위해 '소'를 포기한다는 말을 좋아하지는 않는다. 다만 모두가 '반신반의'했던 이 도전적인 시리즈가 존재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감수할 부분이 아니었나 싶다. 결국 1편은 2편을 이어 갈 원동력이기에 모두 담을 수 없다면 우리가 '아쉬운 점'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 2편은 이와 다르게 감독이 나름의 이야기를 더 담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외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원작 싱크로율 200% 역대급 캐스팅

     
    최: 사실 이 영화를 살리는 요소 중 하나는 캐스팅이었다. 주연급 배우들이 조연에 포진해 있다. '진짜 이 배우들이 이 영화를 위해 한자리에 모였다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던컨 아이다호 역의 제이슨 모모아는 빨리 사라진다. 캐스팅이 역대급이다.
     
    유: 진짜 배우 캐스팅이 찰떡이었다. 원작 소설 독자들도 만족할 만한 캐스팅 아닌가 싶다. 소설을 모르고 봐도 '그래, 이 정도 뽑았으면 됐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소설 캐릭터들이 이런 분위기였겠다는 짐작이 들더라. 역으로 그런 생각이 들 정도로 캐스팅을 잘했다고 생각한다.
     
    특히 영화 전반에 깔린 음울하면서 묵직한 분위기를 사람으로 만들면 티모시 샬라메였다. 티모시 샬라메를 데리고 마블 블록버스터를 찍는다? 그건 모르겠는데, 드니 빌뇌브 감독 스타일과는 어울린다. 폴은 천방지축 반항 소년은 아니다. 분명 그 안에 탐구심과 호기심이 넘치지만 공작가 후계자인 탓에 스스로 억누르며 살아간다. 자신의 무게와 책임을 충분히 알고 있으면서도 소년 영웅의 기질이 충만하다. 이런 폴의 양면성과 혼란을 섬세한 터치로 완성해냈다.

    최: 동감한다. 티모시 샬라메는 '아트하우스' 영화에 어울리는 얼굴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블록버스터 주인공으로도 괜찮더라. 그렇게 느껴질 정도로 연기를 잘했고 폴과 이미지가 잘 맞아떨어졌다. 두 번째는 생각할 필요도 없이 폴은 티모시였다는 감독의 이야기가 100% 이해됐다. 그리고 레베카 퍼거슨이 워낙 고전적인 이미지가 있어서 이런 중세 스타일의 SF 서사와 잘 어울렸다.
     
    유: 레베카 퍼거슨이 맡은 레이디 제시카도 인상적이었다. 물론 평소에도 레베카 퍼거슨 자체가 존재감 넘치는 배우이긴 하다. 처음에는 불안정하면서 미스터리한 느낌의 레이디 제시카가 레토 공작의 죽음 이후 변화하며 폴과 함께 주도적으로 운명을 개척해 나간다. 그전까지는 그림자 같았다가 사막으로 나오는 순간 빛을 발하는 캐릭터였다. 폴과의 복합적인 관계, 엄마이자 스승이자 마지막 남은 '가족'이자 '사막의 동반자' 이 모든 역할을 깊이 있는 연기로 함축해 보여줬다.
     
    하코넨 남작도 어딘가 뒤틀린 기괴한 스타일의 악당이었다. 비주얼로도, 성격으로도 그렇다. 굉장히 속물적이면서도 음침하고 또 정치, 경제적 권력 관계 속 생존에 능하면서도 탐욕적이었다. 유에 박사의 소망 등 인간의 마음을 거침없이 이용하고 또 프레멘들을 억압, 착취하는 모습에서 현실적인 독재자들의 모습이 엿보였다. 시각적 분장 때문인지 '인어공주'의 빌런 우르슬라가 떠오르기도 했다. 공간만 SF일 뿐 현실적인 목표를 위해 움직이는, 실제 있을 법한 악역이었다.

    외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최: 맞다. 스텔란 스카스가드가 엄청난 분장으로 자신의 본 모습을 가리고 나왔는데, 그 와중에도 연기력이 파격 분장을 뚫고 나오더라. 잠깐 보이는 와중에도 어두운 카리스마를 제대로 뽐내면서 화면을 장악했다. 우스꽝스러운 분장일 수도 있었는데, 굉장히 탐욕스럽고 음모와 사악함이 도사리는 절대 악역처럼 비치게 잘 표현했다. 연기력으로 전신을 무장했다.

    그 외에도 오스카 아이삭, 조슈 브롤린(거니 할렉 역), 하비에르 바르뎀(스틸가 역), 젠데이아 콜먼(챠니 역), 데이브 바티스타(라반 역) 등 '믿고 보는' 배우들이 나와서 그들의 연기와 카리스마 하나하나가 영화를 빼곡하게 채웠다. 보는 재미가 넘쳤다.
     
    유 :
    결과적으로 거의 모든 면에서 균형을 잘 맞췄다. 영화 자체가 폴과 빌런의 절대적인 대결 중심이 아니라 폴의 역경과 그 안에서의 성장 서사를 따라 흘러가기에 적당한 톤을 잘 유지했다.

     외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외화 '듄' 스틸컷.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한 줄 평

     
    유: 비운의 걸작이 될 뻔했지만…SF 원조 맛집의 위엄이란.
     
    최: 판타지 시리즈에 '반지의 제왕'이 있다면, SF 시리즈는 '듄'(이 있을 것).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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