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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영화톡]'노 타임 투 다이' 호불호 엇갈린 순간들



영화

    [노컷 영화톡]'노 타임 투 다이' 호불호 엇갈린 순간들

    • 2021-10-09 08:05

    외화 '노 타임 투 다이'_다니엘 크레이그 007을 떠나보내며 <하>

    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새로운 '007 시리즈'를 열었던 다니엘 크레이그의 제임스 본드가 15년 동안 지녀온 007 면허를 반납했다. 사랑을 위해, 세상을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온 본드는 어느 007보다 인간적이고 그래서 더 007다운 007이었다. '카지노 로얄'(2006)을 시작으로 '퀀텀 오브 솔라스'(2008) '스카이폴'(2012) '스펙터'(2015)까지 제임스 본드의 활약 속 모든 이야기와 비밀이 '노 타임 투 다이'(2021)를 통해 마무리됐다. 다니엘 크레이그 007의 피날레를 그냥 보내기 아쉬운 마음에 그의 마지막 미션을 조금 더 들여다보기로 했다. [편집자 주]

    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본드의 마지막 미션 속 최강 빌런 사핀

     
    최영주 기자(이하 최):
    비슷한 지점에서 워낙 보수적이고 클래식함을 담아내기 위한 시리즈이기도 하고, 다니엘 크레이그가 만들어 온 제임스 본드의 마지막을 보내기 위한 영화라서 아쉽긴 하다. 다양한 여성, 흑인 캐릭터들이 등장한 것 자체만으로 시대를 반영한 의미를 갖기에는 이미 시대가 앞서 나갔다. 첫 여성 흑인 007 노미(라샤나 린치)의 경우 솔직히 역할이 애매해서 아쉬웠다.
     
    유원정 기자(이하 유): 시대의 변화를 따라가려는 건 알겠지만 작위적으로 느껴진 장면도 있다. 오브루체프 박사(다비드 덴시크)가 노미를 향해 인종차별적 대사를 해서 노미가 박사를 죽이는데, 이 구도가 너무 올드했다.
     
    다른 스파이 시리즈물은 시대에 맞게 조금씩 바뀌었던 거 같다. 특히 여성 캐릭터 측면이 그렇다. 그동안 이들 시리즈물은 남성 전유물이었고, '007' 속에서 여성은 '본드걸'로 한 편에 하나씩 갈아치워 졌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만 해도 주체적 캐릭터 레베카 퍼거슨이 등장한 게 몇 년 전이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등 대형 프랜차이즈는 이런 감수성을 민감하고 빠르게 쫓아가는데 '007'은 늦지 않았나 싶다. 여성, 흑인 등 사회적 약자·소수자성을 내포한 '007'을 등장시키려면 고민할 지점이 많을 듯하다.
    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최: 노미만큼 아쉬운 게 시리즈 마지막을 장식할 사상 최강의 빌런이었어야 할, 라미 말렉이 연기한 사핀 캐릭터다. 라미 말렉과 그가 보여준 사핀의 모습 자체는 매력적이었는데, 사핀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적이었냐고 묻는다면 100% 그렇다고 대답하기엔 많이 아쉽다.
     
    빌런으로서의 정체성, 빌런이 줄 수 있는 긴장감, 악한 행동을 하는 동기나 서사 등이 전반적으로 의문을 남기게 되는 부족함이 있다. 잘 연결이 안 되고 온전하게 사핀을 받아들이면서 빠져들 수 없더라. 사핀 자체를 놓고 보면 본드와의, 그러니까 주인공과 악당 간의 힘의 충돌이 부족했다. 결국 캐릭터의 서사적인 미완결성 등이 주인공과 힘의 균형을 이루지 못한 부분이 눈에 띈다.
     
    너무 제임스 본드의 상처와 인연을 정리하기 위해 도구적으로 등장한 악당에 그치다 보니 그런 것 같다. 본드와 빌런 간의 대결 구도에서 오는 긴장감도 시리즈의 중요한 요소인데 그게 조금 반감되면서 아쉬운 빌런으로 남았다.
     
    유: 맞다. 악당이라고 하면 자신만의 미친 철학, 개똥철학이 있거나, 혹은 인간 내면의 악한 마음을 꿰뚫어 보는 면모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그런 철학적 측면의 보완이 허술했던 거 같다.
     
    그동안 빌런 대 제임스 본드 구도를 잘 쌓아오다가 이번 편에서 갑자기 나타난 최종 빌런인 만큼 충실한 전사가 필요했다. 문제는 그 빌드업이 부족해 보였다. 어린 시절 가족에 대한 상처가 있는 인물이라 그렇게 됐다? 잘 모르겠다. 악행의 동기를 납득하기 어려웠다. 내가 못 알아챈 것일 수도 있는데 그만큼 사핀의 존재감이 옅었다는 이야기다. 빌런은 인상적이면서도 매혹적이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다.
     
    라미 말렉의 연기 스타일이나 몸짓, 표현은 굉장히 훌륭했다. 그러나 사핀 자체가 탄탄하지 못한 캐릭터라 아무리 포장해도 역부족이었다. 속 빈 강정처럼 구멍이 숭숭 뚫려 있어서 배우 혼자만의 힘으로 메울 수가 없었다. 돌이킬 수 없다는 점에서 사상 최악의 무기인 나노봇 설정도 사핀이 이용하니 긴장감이 떨어졌다. 액션도 초반을 제외하면 아쉬운 점이 많다.

    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마지막 미션이라 더욱 아쉬웠던 '노 타임 투 다이'

     
    최: 액션은 시리즈 사상 최고의 제작비인 2억 5천만 불(한화 약 3000억원)을 들였기 때문에 이 정도는 당연히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다. 기존 제임스 본드들보다 더 몸을 많이 썼던 다니엘 크레이그의 액션이 여전히 보이긴 했다.
     
    그러나 임팩트가 있는 액션이 있었냐고 한다면 아까 언급된 오프닝과 초반 액션 말고는 크게 떠오르지 않는다. 마지막이니까 좀 더 많은 걸 보여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딱히 차별성은 없었다.
     
    '카지노 로얄'부터 일궈왔던 이야기를 다 풀어내다 보니 러닝타임이 길어졌고, 액션과 액션 사이 서사가 루즈해서 163분이 길게 느껴졌다. 마지막이라고 하니까 사람이 감정적일 수밖에 없긴 한데 감성이 좀 과다했다. 팬들한테는 애틋한 감정을 느끼게 할 수 있겠지만, 호불호가 크게 갈릴 수 있는 지점일 것 같다.
     
    유: 보통 스파이 요원의 액션을 보면 멋있고 시원하고 통쾌하다는 느낌이 들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게 부족했던 것 같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황혼 감성에 너무 빠져들다 보니 그랬나 싶다. 캐릭터 자체는 멋과 매력이 있다. 제임스 본드의 인간적인 모습 한편에 요원다운 모습을 놓치지 말아야 했지만 그 균형이 삐걱댔다.
     
    액션도 생각해보니 로케이션뿐 아니라 공간 설정이 다양했다. 파티, 바다, 숲, 사핀의 섬 등 공간과 클래식한 스파이물에서 나오는 액션 등 신경은 많이 쓴 것 같다. 문제는 액션이 쫀득하고 달라붙지 않았달까, 붕 뜬 느낌이었다. 서사랑 액션이 서로 녹아들며 퍼즐처럼 맞춰지는 작업이 섬세하지 않았다. 그래서 액션과 액션 사이가 동떨어지고 지루한 느낌이 들었다.
     
    마지막 사핀의 본거지에서 펼친 액션 역시 클라이맥스임에도 크게 인상 깊지는 않았다. 공간의 미장센은 괜찮았지만 액션은 이미 많은 영화에서 사용됐던 구도라 새로울 게 없었다. 액션 외에는 본드와 사핀 사이 말로 주고받는 팽팽한 심리전을 그렸는데, 애초에 빌런 캐릭터 힘이 떨어져서 잘 살지 않았다. 사핀이 어린아이를 데리고 협박하는 것 자체가 찌질해 보였고,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다.

    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외화 '007 노 타임 투 다이' 스틸컷. 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최: 
    캐리 후쿠나가 감독이 일본계라 그런지, 아니면 오리엔탈리즘의 반영인지 영화 곳곳에서 이러한 지점도 엿보였다. 괜찮게 쓰인 장면도 있지만 전반적으로는 영화와 잘 맞지 않는 옷이었던 것 같다. 사핀이 쓴 일본 전통극 노오의 가면은 섬뜩한 이미지를 남기는 데 잘 활용됐다. 그러나 이후 사핀 본거지를 러일 분쟁 지역의 섬으로 설정했는데, 일본 분위기로 공간을 구성하고 사핀 역시 일본식 의상을 입혔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했나 싶은 연출과 설정이었다.
     
    유: 특히 제임스 본드가 일본식 사죄인 도게자(상대방에게 사죄하기 위해 큰절하듯이 무릎을 꿇고 자세를 숙이는 행위)를 한 게 제일 이질감이 들었다. 사핀이 일본인이거나, 일본의 문화적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었다면 몰라도 그냥 일본 옷을 걸치고 그런 분위기 속에 있었을 뿐이다. 뜬금없는 퓨전 오리엔탈리즘이었다.
     

    한 줄 평

     
    유: 다니엘 크레이그 제임스 본드를 위한 뜨거운 헌사.
     
    최: 애틋하고 아쉬운 다니엘 크레이그 제임스 본드와의 작별.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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