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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주 4일제 공약 보니…비정규직도 쉴 수 있을까

    핵심요약

    대선 공약에 수면 위로 오른 '주 4일제 근무'
    이재명 '주 4.5일', 심상정 '주 4일제' 꺼내
    유럽에서도 도입…국내 일부 기업도 운영
    "노동시간 단축 좋지만…종합적으로 고려해야"

    박종민 기자박종민 기자'월화수목일일일'.

    근로시간 단축 논의가 재점화되고 있다. 제 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둔 주요 후보자들이 '주 4.5일 근무제', '주4일 근무제' 등 노동 시간 단축 공약을 꺼내들면서다.

    대선 후보들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주 4.5일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단계적으로 실시해 실제 노동시간 단축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한 발 더 나아가 '주4일제 도입'을 내걸었다. 올해 사회적 공론화 및 합의를 이끌어낸 뒤, 내년부터 시범운영을 하고 2027년까지 입법을 완료하겠다는 내용이다. △연차휴가 25일로 확대 △최소노동시간보장제 도입 △생애주기별 노동시간 선택제 도입 △전국민 상병수당(소득의 70%) 및 질병휴가 도입 등도 약속했다.

    이와 달리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주 52시간제를 유연화해야 한다"며 근무시간을 노사간 합의로 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근로시간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주요 후보들 근로시간 공약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일하는 사람들의 노동 안전망 구축
    - 전 국민 고용보험 조기 실현 및 일하는 사람의 출산휴가·육아휴직 보장
    - 일하는 사람의 노동 안전 체계 구축 및 전 국민 산재보험 실현
    - 주 4.5일제 단계적 실시 등 실노동시간 단축 지원

    정의당 심상정 후보 주4일제 도입 및 쉴 권리 확대
    - 2022년 사회적 공론화 및 합의→2023년 시범운영→2027년까지 입법 완료
    - 연차휴가 25일로 확대, 최소노동시간보장제 도입, 생애주기별 노동시간 선택제 도입
    - 전국민 상병수당(소득의 70%) 및 질병휴가 도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고용친화적 환경조성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기반 조성
    - 근로시간 등 노사자율 결정분야 확대, 연공급 임금체계를 유연하고 공정한 세대상생형 임금체계로 개선, 합리적 노사관계의 정립


    주 4일제 유럽에서 도입…국내 기업도 시범 적용


    연합뉴스연합뉴스주 4일 근무제는 일부 해외 국가에서 이미 시행되고 있다. 아랍에미레이트, 아이슬란드 등 일부 국가들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주 4일제를 도입하거나 시범 운영중에 있다. 스페인 정부도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를 도입한다고 합의한 상태다.

    최근에는 벨기에도 동참했다. 벨기에는 지난 16일(현지시간) 주 4일 근무할 수 있도록 탄력근로제 규정을 개정한다고 밝혔다. 하루 최대 9.5시간씩 4일간 근무를 하면 주당 근로시간인 38시간을 채울 수 있다는 내용이다. 또 근로자에게 한 주는 더 일하고, 그 다음 주는 적게 일하는 선택권 또한 부여한다.

    기업 차원에서도 주 4일제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 데이터 엔지니어링 업체인 '엘리펀트벤처스'는 하루 10시간씩 근무하는 주 4일제를 운영 중이다. 에듀윌, 우아한형제들, 카카오게임즈 등 국내 일부 기업들도 다양한 방식으로 근무 시간을 단축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주 35시간제를 시행하면서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았고 업무 효율에도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며 "직원 만족도도 높이고 일과 가정의 양립 문화를 실천하는 경영활동들을 꾸준히 해왔다. 이 연장선에서 주 32시간제를 도입했다"고 말했다.

    정의당 김창인 대변인은 CBS노컷뉴스에 "오히려 주 4일제를 도입했을 때 1인당 생산성이 1.5배 향상된다는 내용이 있다"며 "마이크로소프트사 일본 지사의 경우 주 4일제 도입 이후 생산성이 39% 상승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 노동자들은 OECD 국가 평균 수치보다 한 달을 더 일하고 있다"며 "주 4일제는 우리나라 노동자들이 당연히 가져야 할 권리"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KOSIS 국가통계포털 '근로자당 연평균 실제 근로시간'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전체 취업자의 연평균 실제 근로시간은 1908시간이었다.

    이는 멕시코(2326 시간)와 코스타리카(2048시간)에 이은 수치로, 같은 기간 OECD 회원국의 평균 근로시간(1687시간)에 비해 221시간 가량 더 일한 셈이다.

    주 4일제 도입…비정규직 노동자는 쉴 수 있나


    택배기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125조'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67조'에 따라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로 분류된다. 이들 대부분은 대리점에서 위탁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는 데 한계가 있다. 이한형 기자택배기사는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 제125조'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제67조'에 따라 특수형태근로 종사자로 분류된다. 이들 대부분은 대리점에서 위탁계약을 체결한 개인사업자 신분이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받는 데 한계가 있다. 이한형 기자주 4일제 도입으로 특수고용직과 프리랜서를 포함한 비정규직 노동자가 '쉴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선 회의적이라는 반응도 나온다.

    전국택배노동조합 한선범 정책국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보통 아침 7시에 나서서 저녁 7시에서 8시에 일이 끝난다"며 "당일 배송이나 익일 배송 제도가 있어서, 그날 도착해야 하기 때문에 (빠르게) 배송해야 하는 상황이다. 주 4일제는 너무 먼 이야기"라고 꼬집었다.

    안전보건공단이 지난 2020년 발간한 '장시간 노동으로 인한 건강장애 및 과로사 예방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에서 노동자 821명에게 물어본 결과 이들의 주당 노동시간은 73.1시간이었다. 하루 배송개수도 313.7개에 달했지만, 점심시간은 12분에 불과했다.

    웹툰∙웹소설을 제작하는 프리랜서 작가들도 주 4일이 도입되기 어려운 업계 현실을 꼬집었다.

    전국여성노동조합 디지털콘텐츠창작노동자지회 김효진 부지회장은 "주말에 콘텐츠를 많이 결제해서 보니까 매출이 늘어나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도 "주 4일제가 도입되면 주말(쉬는날)이 늘어나게 되니까 마감도 더 당겨질 것"이라고 말했다.

    쉬는 날이 늘어나는 만큼 콘텐츠 플랫폼 회사∙관리업체(에이전시)와 계약을 맺은 프리랜서 작가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마감 시간에 압박을 받게 된다는 지적이다.

    국가인권위원회에 따르면 웹툰∙웹소설 부문 노동자들은 하루 9시간 이상, 일주일 6일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배달노동자 노동조합인 라이더유니온 관계자도 "라이더들은 노동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원하는 시간에 노동하는 구조"라며 "(주4일제가) 우리와 상관없는 이야기로 여겨지기 쉬울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문종찬 소장은 "주 4일 근무제와 같은 부분도 공공 부문에 적용되지만, 민간 부문에서는 확산되는 데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불안정 노동자들에게는 주 4일제를 적용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고 밝혔다.

    문 소장은 이어 "택배 노동자, 플랫폼 노동자뿐만 아니라 제조업 노동자들도 소득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벌 수 있는 데까지 벌자는 게 공통적인 정서"라며 "이들은 여러 법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덧붙였다.

    주4일제 의미있지만…"시간 단축 문제·기본권 보호 방안 고민돼야"


    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지난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서 열린 중앙선거방송토론위원회 주관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초청 1차 토론회에 앞서 대선 후보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전문가들은 노동시간 단축의 효과와 주 4일제 도입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안을 동시에 마련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노동환경연구소 '일과건강' 한인임 사무처장은 "일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정부에 의해 혜택을 받아야 하는데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혜택을 받지 못하면 문제"라며 "오히려 (주4일제가) 구조적인 차별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에 적용성이 높고 범용적인 정책을 입안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는 생각이다. 실질적으로 보장성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국노동연구원 박명준 선임연구위원도 "노동시장의 하층 구조는 인건비와 노동시간 등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노동 시간을 줄이면 단위 노동력에 대한 비용이 증가하는 효과가 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노동자들의 시간 주권을 증진시키는 게 중요하다"며 "시간 주권은 내가 함부로 버려지는 게 아니라, 약속한 대로 일을 하고 주체적으로 휴가를 쓰고 싶을 때 혹은 부득이한 경우에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용 지위가 불안정한 일자리에서는 이것을 요구하기 어렵기 때문에, 이 부분을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지 제도와 문화를 고민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종찬 소장도 "일자리 정책과 일거리 정책은 다르다. 일할 거리를 많이 만들어주고 손을 떼버리게 되면 일감을 쫓아다니는 노동자들은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며 "병원의 간호사 3교대 근무 같은 경우는 (노동 시간을) 손대야 하지만, 일감을 따라다니는 노동자들의 경우 어려운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노동시간 단축 문제와 노동 기본권 보호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함께 고민돼야 한다"며 "정책이라는 것은 하나의 수단을 가지고 사람들의 일상을 바꾸기 쉽지 않다.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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