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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이사제 도입시 공공기관 개혁 타격받는다?[노컷체크]



선거

    노동이사제 도입시 공공기관 개혁 타격받는다?[노컷체크]

    핵심요약

    安 "독일과 달라…집행이사회에 노동이사? 처음"
    OECD 국가 21개 국가 법률로 노동이사제 보장
    독일과 다르지만…스페인·그리스 등 같은 제도
    한국노동연구원 "안건 통과 다수결로 결정돼"
    조선대 교수 "오히려 긍정적인 효과"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가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을 두고 "공기업(공공기관)의 개혁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연이어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달 "노동이사제 시행 전면 보류해서 민노총의 패악을 막겠다"고 밝힌데 이어 또 다시 날을 세운 셈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11일 제20대 대통령선거 후보 2차 TV토론에서 "(강성 귀족노조가) 본인들의 처우가 훨씬 더 중요하고 그러다 보니까 기업에서는 새롭게 사람들을 고용할 수가 없다"며 "그런데 노동이사제까지 도입되면 공기업 개혁이 심각하게 타격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 후보는 그러면서 "독일의 노동이사제와 (우리나라는) 다르다"며 "집행이사회만 있기 때문에 집행이사회 자체에 노동이사가 들어오는 건 우리나라가 처음"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안 후보는 지난 3일 첫 대선 TV토론에서도 "노동이사가 이사회 임원으로 직접 들어오게 되면, 한 사람밖에 되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끝까지 고집 피우고 반대하면 결국 전체 이사회에서 (안건을) 통과시킬 수가 없다"고 밝혔다.

    '노동이사제 도입으로 공공기관의 개혁에 차질이 생기고, 집행이사회 자체에 노동이사가 들어오는 게 우리나라가 처음'이라는 안 후보의 주장은 과연 사실일까.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 국회사진취재단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왼쪽)와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오른쪽). 국회사진취재단
    먼저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 참여해 기업 경영자 중심의 의사결정을 견제하고 기업 발전을 위해 유럽 각국에서 도입 운영 중인 제도다.

    해당 제도는 1950년대에 독일에서 처음 시행됐다. 독일이 선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자, 유럽 일부 국가는 해당 제도를 법률로 보장했다. 현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38개 국가 중 21개 국가가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안 후보의 주장대로 독일과 국내 환경과는 차이가 있다. 경영이사회와 감독이사회(감사회)로 이원화되는 독일의 경우 노동 이사가 주주와 함께 감독이사회에 참여한다. 이와 달리 국내의 경우 단일 이사회의 형태로 노동이사가 경영이사회에 참여하는 구조다.

    그렇다고 국내에서만 노동이사가 경영이사회에 참여하는 게 아니다. 스페인, 아일랜드, 그리스 등 해외 각국에서도 국내와 같은 제도로 일원화되어 있다.

    이에 한국노동사회연구소 김종진 선임연구위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유럽과는 성격이 다르니 한국형으로 정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안 후보는) 객관적 자료 없이 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노동이사제는 이미 국내에서도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시행되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관련 조례를 제정한 뒤,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 기관에 근로자 이사를 의무적으로 선임하면서다. 이후 광주광역시와 경기도, 인천광역시, 부산광역시 등 타 지자체에서도 노동이사제를 시행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새해 첫 본회의에서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노동이사제)이 통과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지난 1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새해 첫 본회의에서 노동자 대표가 공공기관 이사회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노동이사제)이 통과되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회 문턱은 최근에 넘어섰다. 문재인 정부가 지난 2017년 '100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중앙정부 산하 공공기관에 노동이사제를 2018년까지 도입하겠다고 내걸었지만, 노동이사제를 담은 법률 개정안은 지난 1월에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이하 공운법)' 개정안에 따르면,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은 3년 이상 재직한 해당 기관 소속 근로자 중에서 근로자 대표의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은 한 명의 근로자를 비상임 노동이사로 임명해야 한다.

    공운법이 제정됨에 따라 오는 하반기부터 131개의 공공기관은 비상임이사 중 한 명을 반드시 해당 기관 소속 근로자로 선임해야 한다.


    "의사결정 신속성 저해" vs "역할 제한적"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노동이사제가 국회에서 통과된 걸 두고 재계에선 노사간 갈등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고 우려하지만, 노동계에선 노동이사의 비중이 낮고 권한 또한 제한적이라고 반박한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7일 노동정책이슈보고서를 발표하며 "노동이사제는 이사회를 노사간 갈등의 장으로 변질시키고 경영상 의사결정의 전문성과 신속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이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관계자는 CBS노컷뉴스에 "노동이사제라는 것은 그야말로 노동자를 대표해서 한두 명 정도가 위촉이 되는 것"이라며 "지배적인 의결권을 갖는 것도 아니고 경영 상황들을 확인하고 자료나 정보를 검토하는 정도의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9년 서울특별시 투자∙출연기관 임원현황.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자 경영참여와 노동이사제' 캡처지난 2019년 서울특별시 투자∙출연기관 임원현황. 한국노동사회연구소 '노동자 경영참여와 노동이사제' 캡처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노동자 경영참여와 노동이사제' 보고서에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임원현황을 두고 "전체 이사회 구성원 중 노동이사의 비중이 너무 적다"며 "서울시 공공기관에 따라 노동이사의 비중은 13명 중 1명(7.69%)에서 11명 중 2명(8.2%)"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서울시 노동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는 "노동자이사의 수는 정관 또는 내부규정에 따른 노동자 정원을 기준으로 해당기관의 정관으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해당 조례에 따라 서울시 산하기관 중 노동자 수가 300인 이상인 공사에는 두 명의 노동이사가, 300인 미만인 공사에는 한 명의 노동이사자가 선출되는 구조다.

    광주광역시도 자체 조례를 근거, 노동자 정원이 100명 이상인 공공기관에 노동이사 두 명을, 100명 미만인 공공기관에는 한 명을 선임하고 있다. 경기도도 근로자 정원이 100명 이상인 공공기관에 한 명의 노동이사를 두게끔 시행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오히려 노동이사의 권한이 제한적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에 따르면 현행 조례상 노동이사는 일반 비상임이사와 동일한 권한을 갖는다.  이로 인해 △이사회 부의권 및 심의보류권 △경영사항에 대한 감사 의뢰권 △경영정보 문서 열람권 및 자료제공 요구권 △임원추천위원회 참여권 등이 없다는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도 '서울시 노동이사제 운영실태와 쟁점' 보고서를 통해 노동이사가 참여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고 지적하며 "해당 공기업 상임 이사진과 서울시 측이 이사회 안건의 상당 부분을 사전에 논의하고 그 방향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를 형성한 후 기관이 해당 안건을 부의한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동이사제, 오히려 공공기관에 긍정적 변화 가져와"


    노동이사제 도입 이후 변화에 대한 서울시 공기업 이사진 평가. 한국노동연구원 '서울시 노동이사제 운영실태와 쟁점' 캡처노동이사제 도입 이후 변화에 대한 서울시 공기업 이사진 평가. 한국노동연구원 '서울시 노동이사제 운영실태와 쟁점' 캡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온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은 지난 2019년 49명의 서울시 산하 공기업 이사(△상임이사 8명 △사외이사 24명 △노동이사 14명 △당연직이사 3명)를 상대로 자체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이들이 노동이사제 도입 이후 경영 투명성, 공익성, 이사회 운영의 민주성 등 세 가지 측면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별다른 변화가 없는 현상 유지 수준이라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고 전하면서도 "응답자들의 다수가 노동이사제 도입 이후의 변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가 발간한 '서울시 투자출연기관 근로자(노동) 이사제 도입 사례집'에 따르면 지난 2018년도 3월 말을 기준으로 노동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여해 처리한 안건은 16개 기관 총 280여건으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한국노동연구원 측은 "서울시 각 기관에서 노동이사들은 이사회에 적극 참여하며 노동자들의 의사가 현장에 적지 않게 반영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노동이사 이사회 참여로 의사결정이 지연된다는 안 후보의 주장 또한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한국노동연구원 이상준 부연구위원은 "안건 통과는 다수결로 결정되기 때문에 한 명이 반대한다고 통과가 안 되는 것은 가능성이 떨어진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지만, 대부분 정부가 임명하는 이사나 사측 상임 이사들이 (이사회에) 참여하기 때문에 그게 쉽게 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조선대학교 최홍엽 법학과 교수도 "사외이사 제도라는 것이 회사 밖에서 공정한 인사를 모셔서 전문적인 판단을 같이 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라며 "지금은 오너나 지배주주의 뜻에 따라 운영이 되고 있어, 오히려 사외이사를 잘 임명하고 노조 이사를 임명하면 회사법이 예정하고 있는 사외이사 제도의 취지에 맞게 잘 운영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기대했다.

    최 교수는 이어 "과거에 금호타이어가 금호아시아나 그룹에 있을 때 대우건설과 같은 큰 회사들을 인수합병하려 하다가 위기에 처했었다. (노동이사제가 도입되면) 무리한 결정을 막을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사회에) 지배주주뿐만 아니라 근로자 대표가 참여하는 것이기 때문에, 낙하산 인사를 막을 수 있는 등 긍정적인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동이사 다양성 확보하고, 전문성 향상 위해 교육훈련 필요"


    국회사진취재단국회사진취재단전문가들은 노동이사 임명을 두고 다양성을 갖춰나가는 것은 물론, 노동이사가 전문성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최홍엽 교수는 "종업원이 아닌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국가들이 있다"며 "(노동자가 아닌) 제3의 전문가나 퇴직한 임원 중에서 노동조합이나 다수의 근로자 추천을 한다면 대립적이지 않으면서도 유연하게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노동이사가 노조에서 선출되는 경우에도 재임 기간에는 노조에서 탈퇴하도록  권장했다"며 "아직 공운법에는 그 내용이 들어가지 않았기 때문에, (재임 기간에는) 노조에서 탈퇴해 노동이사가 유연하게 운영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의 언급대로 서울시와 경기도, 광주광역시의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들은 "노동이사는 노동조합의 조합원 직을 탈퇴하거나 사임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는 '노동자 경영참여와 노동이사제' 보고서를 통해 "종업원들의 요구와 이해를 반영하기 위해선 노동이사의 직무 개발이 필요하고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확충과 전문가들의 상담∙조언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최근 개정판인 OECD '공기업 지배구조 가이드라인'에서도 "근로자이사제도는 이사회의 논의 내용을 풍부하게 만들 수 있고, 기업 내 이사회 결정사항의 이행을 용이하게 만들어 줄 수 있다"며 "정보, 교육 및 전문지식에 대한 접근성을 용이하게 만들고, 최고경영자와 경영진들로부터 근로자대표 이사들의 독립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절차가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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