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구례 한 양봉 농가의 벌통 속에 꿀벌들이 모두 사라져 빈 벌통이 곳곳에 덩그러이 놓여 있다. 김형로 기자전남 구례군 산동면에서 양봉업을 하는 김찬군(64) 씨는 최근 월동하던 꿀벌을 깨워 사료(화분 떡)를 주기 위해 벌통을 열었다가 깜짝 놀랐다.
360여 개의 벌통 중 대부분인 350여 개의 벌통 안에 있어야 할 꿀벌들이 사체도 없이 감쪽같이 모두 사라져 텅 비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개화기를 앞두고 한창 양봉 준비에 나서야 할 시기에 빈 벌통만 높이 쌓아놓고 일손을 놓은 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김 씨는 '양봉업을 한 지 40년 동안 벌통에서 키우던 벌들이 집단 실종된 일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며 허탈해했다.
김 씨처럼 구례에서 양봉업을 하는 100여 가구 가운데 50여 가구 50% 이상이 이같이 꿀벌이 무더기 사라지면서 망연자실해 하고 있다.
이런 사정은 도내에서 양봉업을 많이 하는 해남과 강진, 영암 등 도내 꿀벌 사육 농가들도 마찬가지다.
양봉협회 전남지회가 꿀벌 실종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한 결과 도내 양봉 농가 2천여 가구 중 900여 가구, 50% 가까이가 같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벌통도 26만 통에서 10만 통가량에 이른다.
겨울철 꿀벌은 벌통 안에서 월동하는데, 1월에 잠자던 벌을 깨워 먹이를 주며 본격적인 양봉 준비를 하는 '봄벌 깨우기' 과정에서 꿀벌이 사라진 것이 확인됐다
문제는 꿀벌 집단 실종 원인이 이상 기후 등으로 추정할 할 뿐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데 있다.
농촌진흥청 관계는 "이상기후, 병해충 피해, 약제 과다 사용 등 다양한 원인을 놓고 분석하고 있고 바이러스 등 질병 피해 여부는 농림축산검역본부에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벌통에 그나마 얼마 남아 있지 않은 꿀벌마저 시간이 지나면 다 사라질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꿀벌은 식물 수술의 꽃가루를 암술에 전달하며 식물의 수분을 해주는 역할도 하기 때문에 꿀벌이 줄어들면 주변 농작물과 식물 생장에 영향을 미쳐 추가 피해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꿀벌 사육 농가들은 "꿀벌 집단 실종 피해를 단순히 양봉 농가 피해로만 보지 말고 생태계에도 큰 피해를 줄 수있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적극적 조사와 지원 등 대책 마련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양봉협회 반상진 전남지회장은 "문제는 꿀벌 집단 실종 원인이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아 자칫 벌통 속에 남아 있는 꿀벌마저 집단실종될 가능성이 크고 그럴 경우 생태계마저 위협할 수 있다"면서 "정부와 지자체가 피해 농가들이 꿀벌을 새로 들여와 키울 수 있도록 입식 자금을 지원해주는 등 방안 마련"을 촉구했다.
한편 구례 양봉 농가들은 에서는 지난 2011년에도 꿀벌 에이즈로 불리는 바이러스 질병인 '낭충봉아부패병(囊蟲蜂兒腐敗病)이 번져 꿀벌들이 집단 폐사하면서 막대한 피해를 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