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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윤석열 후보 장모 사건 '관찰기'



칼럼

    [칼럼]윤석열 후보 장모 사건 '관찰기'

    <연금술사>에서 파울로 코엘료는 '오스카와일드의 나르키소스 이야기는 결말이 달랐다'며 다음과 같이 전한다.
    나르키소스가 죽었을 때 숲의 요정들은 호수가 쓰디쓴 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요정들이 "나르키소스를 애도하고 있어요?"라며 물었다.


    호수가 대답했다.

    "하긴 그렇겠네요. 요정들 당신이야말로 그의 아름다움을 가장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었을 테니까요"

    요정들이 다시 물었다.

    "그가 그렇게 아름다웠나요?"


    호수가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저는 지금 그를 애도하고 있지만, 그가 그토록 아름답다는 건 전혀 몰랐어요. 저는 그가 제 물결 위로 얼굴을 구부릴 때마다 그의 눈 속 깊은 곳에 비친 나 자신의 아름다운 영상을 볼 수 있었어요. 그런데 그가 죽었으니 아, 이젠 그럴 수 없잖아요."


    문학은 상상력이고 위로이다.
     
    성악가 조수미는 연주여행을 위해 비행기에서 긴 시간을 보낼 때마다 '집시'처럼 떠돌아다녀야 하는지 생각이 많았지만, 이 책을 읽고 "인생은 자아를 발견하기 위한 영원한 여행이라는 생각에 위안을 얻었다"고 말했다.
     
    어떤 사실이나 현상을 놓고 사람들 각자가 얻는 시각과 영감은 다양하다. 문학과 내 삶에서 미지의 영역은 너무 광활하기 때문일 것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그러나 재판은 다르다.
     
    재판은 사실과 증거를 놓고 심판하는 행위다. 만약 사실과 증거가 불명확하다면 진실에 가까운 정황증거까지 동원해 합리적인 의심이 없을 만큼 추단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며, 오로지 판사의 몫이다. 모든 판결이 진실과 사실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화성연쇄살인'이나 '삼례 나라슈퍼' 사건은 몇십년 후 진범이 바뀌었다. 민주주의에서 독립성을 가진 사법부라지만, 유감스럽게도 신이 아닌 이상, 재판의 허물도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
     
    연합뉴스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의 장모 사건에 대한 항소심 판결을 놓고 갑론을박이 많다.
     
    1심과 2심 판결이 완전히 정반대의 결과로 나왔기 때문이다. 피고인 장모 최 씨와 그 밖의 관여자들의 진술과 행위 들을 놓고 두 재판부는 극단적으로 엇갈린 결론을 내렸다.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다>와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충분히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각각의 판단 경계가 양극단이다. 헌법과 법률에 보장된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했는지 묻고 싶다는 생각이 파고든다.
     

    1. 쟁점 중 하나인 '요양병원 X레이장비 구입' 관련 사실부터 살펴보자


    1심 판결문 요약
    "장모 최 씨는 공동 이사장인 A가 계속 병원에 엑스레이 장비가 필요하다고 하자, 지인인 B씨를 직접 병원에 데려 와서 회의를 한 적이 있다. 최 씨는 변호인 질문에 '예, 그 때는 제가 (이 사건 병원 운영에) 관심을 가졌을 때이니까'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피고인이 이 사건 의료재단에 단순히 자금을 투자한 사람일 뿐이라면 이와 같은 행동을 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정반대의 항소심 판결문 요약
    "A가 수사기관에서 엑스레이 장비도입과 관련, '최 씨와 지인이 함께 회의를 하여 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최 씨 지인이 알아서 자금을 해줬고, 의료재단 계좌에서 할부금을 지급했다'라고 진술한 사실은 있다. 그러나 최 씨의 지인은 엑스레이 리스업체 한 군데를 소개해 준 사실이 있을 뿐이지, 최 씨가 장비 도입과 관련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했다고 볼만한 자료를 찾을 수 없다."
     

    2. '책임각서' 쟁점에 대한 판단도 하늘과 땅만큼 간극이 광대하다.

     
    1심 판결문
    "최 씨는 A가 여러 사람에게 의료재단의 이사장을 시켜준다고 하면서 돈을 많이 받으러 다니고, 이대로 있다가는 큰 일 나겠다 싶어 A에게 요구해 책임면제 각서를 교부받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 씨 자신이 의료재단 및 병원의 운영에 관한 법적 책임을 질 염려가 없다면 굳이 책임 면제 각서 작성.교부를 요구할 필요가 없다."

    2심 판결문
     "A가 의료재단 이사장 등을 빌미로 여러 사람으로부터 자금을 편취하는 행각을 보고 그 법적 책임을 지게 될까 염려돼 책임면제 각서를 요구한 것으로 보인다. 이 사정만으로 최 씨가 요양병원 설립.운영에 관여했다고 추단되지 않는다."

    3. 세 번째 쟁점은 최 씨가 사위를 통해 병원 경영 관여 했다는 의혹이다.

     
    1심 판결문
    "사위 C는 따로 채용절차를 거치지 않고 요양병원 행정원장으로 근무하며 직원 면접을 보는 등 직원 채용에 직접 관여했다. 병원 원무과장으로 근무한 A의 며느리도 'A가 병원의 대외적인 업무를, C가 내부적인 업무를 총괄했다'고 진술한다. 또 '병원은 이사장을 제외하고는 행정원장이 제일 높은 자리인데, C가 행정원장으로서 직원 선발 등 일정한 권한을 보유하고 있었다'는 취지로 진술하였다."

    2심 판결문
    "C가 일부 직원 채용에 참여한 사실이 인정된다. 그러나 A가 병원의 자금집행, 직원 채용 등의 행정업무를 주도적으로 진행해 최종적인 의사결정을 하였고, C가 행정원장으로 일부 직원 선발 면접에 참여한 사정만으로는 최 씨가 사위를 통해 병원을 운영했다고 볼 수는 없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최 씨 사건은 대법원에서 다시 심판을 받는다. 대법원은 기본적으로 법률심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법률적 쟁점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 관계에 대한 판단이 또 한번 도마 위에 오를 것 같다.
    사법적 사실이 실체적 진실과 일치한다고 단정할 수 없지만, 사법부도 시스템 안에서 오류가 있다. 최 씨 사건이 사법부 시스템의 오류 범위를 벗어난 것인지, 아닌지가 핵심 쟁점이 될 것 같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연금술사는 '나르키소스' 얘기를 듣고 "오 정말 아름다운 이야기다!"라고 감탄을 터트렸다.
     
    하지만 신체형벌권을 심판하는 사법부는 다르고 또 달라야 한다. 재판은 상상력이나 인간의 미지의 영역을 자극해선 안된다. 그렇지 않아도 항소심 재판장이 장모 최 씨의 변호인과 동기·동문·동료, 이른바 '3동'이라는 비판까지 있다. 대법원 판단을 기다려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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