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2017년 9월 23일 '죽음의 백조'로 불리는 미국의 전략폭격기 B-1B 랜서가 괌 미 공군 기지를 이륙했다. B-1B 폭격기는 일본 오키나와 미 공군 기지를 떠난 F-16C 전투기와 편대를 이뤄 한반도로 향했다. 이들은 단숨에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북한 핵 실험장이 있던 풍계리 인근 200km까지 접근했다가 돌아갔다. 20일 전 있었던 북한의 6차 핵실험에 대응해 무력시위를 벌인 것이다.
북핵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미군의 전략 자산이 한반도에 전개된 사례는 여러 차례 있었지만 일종의 금기선인 북방한계선을 넘은 것은 흔치 않았다. 당시 미국 대통령이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과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북한을 완전 파괴하는 것 외에 다른 선택이 없다"고 목청을 높이던 때여서 한국 국민들은 '이러다 진짜 전쟁 나는 것 아니냐'고 심각하게 걱정했다.
문재인 정부는 아연실색했다. 미국으로부터 제대로 된 통보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파국적 상황을 막기 위해 문 대통령이 며칠 전 유엔 총회 연설에서 북한을 향해 32번이나 평화를 강조했는데, 정작 동맹국인 미국이 찬물을 끼얹었다. 당시 청와대 평화군비통제비서관이던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은 "우리도 모르게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후일 밝히기도 했다.
한반도를 무대로 한 미국의 위험한 단독행동이 또 벌어졌다.
온 국민이 설 연휴를 즐기던 지난 18일 오산 미군 기지를 이륙한 F-1 전투기 10 여 대가 이번엔 서해에서 중국 전투기와 대치를 벌였다. 중국군의 방공식별구역 근처까지 깊게 들어가 중국 전투기가 대응 출격을 했다. 이번에도 한국 정부에 제대로 통보하지 않았다.
미국의 이번 단독행위가 더 위험한 이유는 전투기 편대의 이륙지가 한국의 오산이기 때문이다. 미중 간 무력충돌이 발생했다면 한국의 오산이 원점 타격의 대상이 될 수도 있었던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이에 안규백 국방장관은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 사령관에게 최근 전화를 걸어 항의했다.
하지만 항의 전화만으로 끝나서는 안된다. 동맹을 위험에 빠트리는 미군의 행위에 대해 책임있는 설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이재명 대통령도 나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요구해야 한다. 동맹과 대통령의 존재 이유는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다.
한미 양국은 이런 상황을 우려해 지난 2007년 미군의 유연성 강화와 관련해 합의한 바 있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강화 이행 과정에서 한국 국민의 의지와 관계없이 한국이 동북아 분쟁에 개입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한국의 입장을 미국 정부는 존중한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 국민의 안전은 아랑곳하지 않고 두 차례나 합의를 어겼다. 국방장관의 항의 전화 한 통으로 끝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