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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배상'이라는 가습기살균제법 개정안…'악법' 지적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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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

    '국가 배상'이라는 가습기살균제법 개정안…'악법' 지적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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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달 내 '가습기살균제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의결
    정부, 피해 구제 → 국가배상으로 체계 전환한다지만
    피해자 및 환경단체들은 "정부, 기업 위한 악법" 반발
    ①손해배상금 신청도 어렵다…신청 못할 경우엔 '끝'
    ②동의시 '재판상 화해' 간주…재판청구권 침해 소지
    ③기업 책임은 면제?…'원인자 부담 원칙' 훼손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간담회. 연합뉴스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 간담회. 연합뉴스
    민수연(58)씨는 1994년부터 10년 이상 가습기살균제를 사용했다. 그토록 건강하던 몸은 점차 아파오기 시작했고, 민씨는 소중한 태아를 5번이나 잃었다.

    그럼에도 피해자로 인정받는 일은 쉽지 않았다.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은 민씨가 '나는 피해자'라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게끔 방치했고, 지난한 투쟁 끝에 지난 2023년 민씨는 겨우 중증도 피해자로 인정됐다.

    하지만 투쟁은 끝나지 않는다. 민씨는 말한다. 어떤 피해는 즉각적인 반면, 어떤 피해는 숨을 죽였다가 뒤늦게 드러난다고. 언제 어떤 피해가 또다시 민씨를 덮칠 지 모른다고.

    그렇기에 민씨는 '가습기살균제피해구제법 전부개정법률안'(가습기살균제법 개정안)이 달갑지 않다. 피해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반면 기업의 책임을 면제해주는 독소조항들이 곳곳에 산재해있기 때문이다.

    ① 손해배상금 신청도 어렵다…신청 못할 경우엔 '끝'

    가습기살균제법 개정안은 지난해 12월 24일 국회에 발의됐고, 지난 11일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해 이달 내 국회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정부는 해당 법안을 통해 올해 하반기부터 '피해구제'에서 '국가배상'으로 체계를 전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피해자들과 환경단체들은 오히려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줄이려는 악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가장 큰 비난을 받고 있는 조항은 '손해배상 신청기간 제한' 조항이다. 가습기살균제법 개정안 12조 2항은 "손해배상금 신청은 이 법 시행 후 6개월 이내에 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6개월' 안에 모든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신청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피해자들의 입장이다. 고령 피해자나 중증 환자, 정보 접근이 어려운 계층의 경우, 국가 배상이 시작됐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최예용 환경보건시민센터 소장은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질병 발현 지연, 피해 인지 지연, 과거 의료기록·구매자료 확보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이러한 조항은 단순한 기간 제한이 아니라, 권리 행사 기회 자체를 실질적으로 박탈하는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청인이 결정서 정본을 송달받은 날부터 30일 이내에 지급 신청을 하지 아니하거나 재심의를 신청하지 아니한 경우, 손해배상금의 지급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본다."(가습기살균제 개정안 18조 2항)

    지급 미신청 시 신청을 철회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 또한 피해자를 고려하지 않은 독소조항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해당 조항은 피해자가 질병이나 법률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거나, 정보 접근이 어려워 30일 내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경우 배상 신청 자체가 '철회'된 것으로 간주하는 조항이다.

    피해자 및 환경단체들은 이러한 조항에 피해자의 철회를 바라는 국가의 마음이 반영된 것 아니냐고 되묻는다. 피해자의 '절차적 해태'를 핑계 삼아, 실체적 권리 자체를 소멸시키려는 의도가 묻어있다는 것이다.

    ② 동의 시 '재판상 화해' 간주…재판청구권 침해 소지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독소조항으로 지목된 또다른 조항은 가습기살균제법 개정안 19조로, 재판청구권과 관련된 조항이다.

    "심의위원회의 손해배상금 지급결정에 대하여 신청인이 동의한 때에는 국가 및 가습기살균제 사업자와 신청인 사이에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가 성립된 것으로 본다."(가습기살균제법 개정안 19조)

    해당 조항은 결국 '배상을 받은 피해자는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배상을 받은 후 언제든 새로운 피해가 발생할 수 있음에도, 그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가능해지는 것이다.

    최 소장은 "'재판상 화해'는 확정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기에, 피해자가 심의위원회의 결정에 동의하고 배상금을 수령하면, 향후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새로운 질병이 발병하거나 피해가 악화되더라도 국가나 사업자를 상대로 일체의 추가적인 소송을 제기할 수 없게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피해자는 불충분한 정보 하에서 장래에 발생할 수 있는 모든 피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도록 강요받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헌법 27조 1항은 "모든 국민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법관에 의하여 법률에 의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가습기살균제법 개정안의 '재판상 화해' 간주 조항은 '신속한 구제'라는 명분을 앞세워 피해자의 헌법상 권리를 근본적으로 박탈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③ 기업 책임은 면제?…'원인자 부담 원칙' 훼손

    아울러 피해자 및 환경단체 측은 가습기기살균제법 개정안이 국가 책임과 더불어 '기업 책임'까지 면제해주려는 의도를 품고 있다고 비난한다.

    개정안 34조 2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가습기살균제 또는 원료물질의 판매량이나 분담금 부담능력이 일정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자에 대해서는 분담금 납부의무를 면제하거나 분담금을 감액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나아가 33조 1항은 "분담금을 성실히 납부하는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에 해당하는 자에 대하여는 추가분담금의 일부 또는 전부를 면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종합하면,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야기한 기업들의 분담금은 면제해주고 감액해주는 데 더해 분담금 납부시 책임을 면제해준다는 취지다.

    피해자 및 환경단체 측은 이러한 조항이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원인을 제공한 사업자에게 그 구제 비용을 부담시키는 것은 '원인자 부담 원칙'을 훼손하는 독소 조항이라고 지적한다.

    최 소장은 "해당 조항은 가해기업의 책임을 경감할 수 있는 길을 열어두고 있고, 면제·감액된 기업의 분담금만큼 피해 구제 재원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며 "결국 국가 재정, 즉 국민의 세금으로 메워질 수밖에 없다. 가해 기업이 져야 할 책임을 사회와 국민에게 전가하는 부당한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분담금만으로 모든 법적 책임에서 벗어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기업 편의를 봐주는 법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며 "피해자의 온전한 배상받을 권리를 침해하고 기업에게는 저렴한 비용으로 책임을 종결할 기회를 부여하는 꼴"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환경보건시민단체는 "정부와 국회는 피해자 단체와의 공식 협의 절차를 즉각 진행해야 한다"며 "피해자 권리 침해 우려가 제기된 조항들에 대해 실질적이고 전면적인 재검토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피해자들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지켜달라"

    가습기 살균제 피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피해자 민수연씨. 민수연씨 제공가습기 살균제 피해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피해자 민수연씨. 민수연씨 제공희귀질환과 간질성 폐질환 등을 앓고 있는 민씨의 30대 아들은 아직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해 행정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결과가 나올 때까지 6개월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지도 모른다.

    갑자기 숨이 턱 막히면 쓰러지기를 수년 째 반복하고 있는 민씨에게도 6개월 후 또다른 새로운 피해가 들이닥칠 지 모른다. 가습기살균제 피해는 발현되기까지의 잠복기가 길고, 피해 증상이 가변적이며 만성적이기 떄문이다.

    어쩌면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6개월' 안에 모든 배상을 끝내겠다는 구상일지도 모르지만, 민씨의 투쟁은 아직도 진행 중이며 6개월 후에도 계속될 것이다.

    민씨는 말한다. 피해자의 권리를 지켜달라고 말이다. 개정안이 국가배상의 기한을 6개월로 설정하는 것은 피해자의 권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정부를, 이재명 대통령님을 믿습니다. 피해자의 권리를 지켜주세요. 국가로부터 보호받을 권리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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