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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들의 무덤' 부대서 이번엔 월북…과학화경계시스템 또 무용지물



국방/외교

    '별들의 무덤' 부대서 이번엔 월북…과학화경계시스템 또 무용지물

    1일 오후 6시 40분 과학화경계시스템 경보, 초동조치부대 출동
    이미 CCTV 찍혔지만 몰랐던 軍…3시간 뒤 DMZ서 포착
    최초 경보 4시간 만에 군사분계선 넘어 월북 뒤 북한 측 인원 4명 포착
    월북자 어떻게 됐는지 확인 안 돼…북한이 밝힐 가능성도 있어
    22사단, 경계 관련 몇 년 동안 잇따른 사건으로 '별들의 무덤' 악명
    과학화경계시스템 도입됐지만 한계 많아 개선 시급

    강원도 철원의 육군 6보병사단에서 상황병이 CCTV 모니터를 보며 철책선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연합뉴스강원도 철원의 육군 6보병사단에서 상황병이 CCTV 모니터를 보며 철책선 주변을 감시하고 있다. 연합뉴스그동안 여러 차례 경계 관련 사건이 발생했던 육군 22보병사단에서 이번에는 누군가가 철책선을 넘어 북한으로 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역 경계가 잇따라 허점을 보이고 있다는 비판과 함께, 몇 년 동안 계속 비슷한 일이 발생하고 있다면 단발성이라기보다 구조적인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지적이 함께 나온다.

    6시 40분에 이미 카메라에 찍혔지만…월북할 때까지 몰랐던 軍

    연합뉴스연합뉴스합동참모본부는 2일 "어제(1일) 오후 9시 20분쯤 동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미상 인원 1명을 감시장비로 포착해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병력을 투입, DMZ 작전을 진행하던 중 해당 인원이 오후 10시 40분쯤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합참의 설명에 따르면 지역을 경계하는 육군 22보병사단 부대에서는 이날 오후 6시 40분쯤 일반전초(GOP) 과학화경계시스템에 경보가 울려 초동조치부대를 출동시켰다.

    철책에 설치된 과학화경계시스템은 누군가 철책을 끊거나 일정 무게 이상의 압력을 가하면 경보가 울리고, CCTV가 자동으로 그 지점을 포착하도록 설계돼 있다.

    초동조치부대가 해당 지점을 점검한 결과 철책이 손상된 흔적은 없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 시점에서 CCTV에 누군가 철책을 넘는 장면이 포착됐고 화면에 이를 알리는 팝업창까지 떴는데, 군은 이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상황은 그날 밤 9시 20분쯤 다시 시작됐다. 군은 열상감시장비(TOD)로 DMZ 안에서 누군지 알 수 없는 인원 1명을 포착했고,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 작전을 진행하다가 그가 10시 40분쯤 MDL을 넘어 월북한 것을 확인하게 됐다.

    군은 그동안 찍힌 CCTV 영상을 다시 확인했고, 그 결과 6시 40분쯤에 경보가 울렸을 때 이 인원이 철책을 넘는 장면이 포착됐다는 점을 알게 됐다. 월북자가 DMZ에 처음 들어갔을 때 초동조치부대가 현장에 출동해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도, CCTV 화면을 한 번 더 확인했다면 이를 일찍 알고 막을 수 있었던 셈이다.

    합참 관계자는 "관련해서 미흡함이 있었고, 합참 전비태세검열실에서 현장을 조사해 왜 그렇게 하지 않았는지를 확인해 보겠다"고 말했다.

    군은 이 사람이 군사지역인 GOP 철책까지 어떻게 들어왔는지 등에 대해서도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조해 확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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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계 관련 사건 반복되는 부대…인재인가 구조적 문제인가

    22사단은 경계 관련 사건이 몇 년 동안 계속해서 발생했던 부대로, 사건 이후 지휘관이 보직해임되는 일도 함께 반복돼 이른바 '별들의 무덤'으로 악명높다.

    강원도 고성 일대는 산세가 험준하고 금강산 자락과 바다가 만나는데다, 경계 책임구역도 지상 30km 해상 70km 정도로 다른 사단들보다 커 난이도가 매우 높은 곳으로 꼽힌다. 22사단은 이런 상황에서 다른 GOP 경계사단들과 달리 예비여단 없이, 3개 여단이 각자 책임구역을 맡아 경계를 펼치고 있다.
    지난 2019년 2월 14일 촬영한 강원도 고성 GP 전경. 연합뉴스지난 2019년 2월 14일 촬영한 강원도 고성 GP 전경. 연합뉴스
    2009년 10월 이 부대 출신 전역자인 강동림씨가 철책선을 끊고 월북한 사건이 발생했는데, 당시 사단장이었던 이양구 소장은 보직해임됐고 더 진급하지 못한 채 군복을 벗어야 했다. 이번 사건은 이 일이 일어난 지 13년만에 일어난 육로 월북 사건이다.

    2012년 10월에는 북한군 병사 1명이 철책을 넘어 귀순했는데 이를 아무도 몰랐고 동해선 경비대 출입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도 응답하지 않아 GOP 생활관까지 가서 귀순한 '노크 귀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사단장이었던 서상국 소장도 보직해임됐다.

    2020년 11월에도 북한 남성 1명이 이 부대 철책을 넘어왔는데 군이 TOD로 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 있긴 했지만, 과학화경계시스템 감지기가 노후화돼 경보가 제대로 울리지 않았다. 군은 1차 봉쇄선 안에서 이 남성을 붙잡았다는 이유로 작전 자체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3개월 뒤인 2021년 2월에 북한 남성 1명이 바다를 헤엄쳐 온 뒤 군에서 존재를 알지 못했던 해안 배수로를 통해 땅을 밟은 '헤엄 귀순' 사건이 발생했고, 두 사건 당시 사단장이었던 표창수 소장이 보직해임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과학화경계시스템에는 문제가 없었을지라도, 이를 운용하는 근무자들이 상황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가 결과적으로 월북을 막지 못한 만큼 차후 대대적인 문책이 있을 전망이다.

    다만 저출생으로 인해 병력이 줄어들고 이를 과학화경계시스템으로 대체하면서, 전현직 군인들은 한 사람이 봐야 할 화면이 10~20개 이상으로 너무 많다거나 CCTV의 동작감시 시스템이 너무 민감해 동물 등이 포착되거나 심지어는 바람이 불어도 경보가 울린다고 토로해 왔다. 병력이 줄어들으면 근무자 수도 줄어들어 피로도 누적되게 마련인데, 이런 상황에서 모든 화면을 자세하고 정확하게 살펴보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군은 지난해 2월 헤엄 귀순 사건 이후 같은 해 4월 22사단에 인공지능(AI) 경계시스템 시범사업을 추진해 포착되는 물체를 좀더 빠르고 정확히 식별할 수 있게 하기로 했지만, 이번 사건이 일어난 곳은 이 시스템이 도입되지 않은 곳이었다. 게다가 이런 시스템이 도입되더라도 최종적인 판단은 결국 사람이 해야 한다.


    월북자 어떻게 됐는지 파악 안 돼…북한 대남통지문이나 공개 보도 가능성 있어

    한편 해당 월북자가 어떻게 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인원이 MDL을 넘어간 뒤, 군은 북한 쪽 DMZ에서 미상 인원 4명을 식별했는데 정황상 이번 사건과 연관성이 있어 보이지만 아직까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합참은 총성 또는 일대 무전량 급증 등 북한군 특이 동향은 식별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문제는 북한이 현재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강력한 방법을 취하고 있으며, 지뢰가 많은 DMZ라는 지역 특성까지 겹쳐 이후 해당 인원이 어떻게 됐는지 단언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2020년 9월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실종된 공무원이 북한 쪽 해역에서 발견됐다가 총격에 의해 살해됐던 충격적인 사건도 우려를 더하게 되는 이유 중 하나다. 북한이 해당 사건에 대해 통일전선부 명의로 대남통지문을 보내 사건 경위를 설명하기는 했지만, 석연찮은 점이 많아 '꼬리 자르기' 등 의심을 사기도 했다.
    청와대. 연합뉴스청와대. 연합뉴스청와대는 이번 사건 경과에 대해 우려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고, 문재인 대통령도 상황 발생 당시부터 보고를 받고 있다고 알려졌다. 일단 군 당국은 2일 오전 대북통지문을 보내 이같은 상황을 북한 측에 통보했지만 북한 측 답은 아직 없다.
     
    다만 북한이 2020년 7월 강화도 탈북민 월북 사건과 2009년 강동림씨 월북 사건에 대해서 관영매체를 통해 언급한 적이 있는 만큼 북한에서 관련 발표를 하거나, 대남통지문을 통해 알려 올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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