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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터뷰]장르 대가 김지운 감독…그가 'Dr.브레인'에 담은 것



영화

    [EN:터뷰]장르 대가 김지운 감독…그가 'Dr.브레인'에 담은 것

    애플TV+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 김지운 감독

    애플TV+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의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 애플TV+ 제공애플TV+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의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 애플TV+ 제공※ 스포일러 주의

    '장화, 홍련' '달콤한 인생' '밀정' 등 폭넓은 장르와 스타일리시한 미장센으로 한국 장르영화의 새 역사를 쓴 김지운 감독이 애플TV+의 손을 잡고 생애 첫 드라마 연출에 나섰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애플TV+의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은 김지운 감독의 손길을 타고 특유의 미장센 가득한 화면으로 지난 4일부터 국내 구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Dr.브레인'은 타인의 뇌에 접속해 기억을 읽는 뇌동기화 기술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천재 뇌과학자의 이야기라는 큰 줄기 속에 김지운 감독이 잘하는 장르물, 즉 호러와 미스터리, 스릴러와 액션 등이 6편의 시리즈에 녹아있다.
     
    지난 10일 온라인으로 만난 김 감독은 'Dr.브레인'을 통해 알게 된 드라마의 묘미는 물론, 이번 작품으로 더 넓어진 자신의 연출 세계에 관해 이야기했다.

    애플TV+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 스틸컷. 애플TV+ 제공애플TV+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 스틸컷. 애플TV+ 제공▷ 원작 웹툰에서 가장 강렬하게 마음을 끌었던 지점은 무엇이었나?
     
    김지운 감독(이하 김지운): 일단 원작 웹툰을 봤을 때 소재의 독창성, 그리고 그림체가 너무 마음에 들었다. 그래픽 노블처럼 날카롭고, 느와르풍의 음영과 명암을 강조한 탁월한 그림체가 마음에 들었다. 원작 그림체가 가진 느낌을 그대로 만든다면 아주 좋은 결과물이 나올 거로 생각했다. 여기에 다른 사람의 뇌를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며 다른 삶을 모색하고, 회복하는 이야기를 만들면 하나의 완성된 서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 영화와 달리 긴 호흡을 이어나가야 하는 시리즈물이었다. 6회 동안 시청자들이 기대와 흥미를 잃지 않고, 다음 편을 기대할 수밖에 없도록 하기 위해 어떤 점을 고민했나?
     
    김지운: 한 시간 안에 이야기를 완결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 그리고 그 이야기가 끝났을 때는 다음 편을 기대하게 만드는, 소위 말하는 '엔딩 맛집'을 매회 넣으려고 했다. '떡밥' 같은 거다. 그러나 던져주기만 하면 안 되고, 다음 회에 착실히 수거하는 것도 항상 염두에 둬야 했다. 그렇기에 계획을 더 필요로 하는 작업이었다.
     
    그렇다고 영화가 방만하게 만들어진다는 건 아니고, 더 정확한 공식 같은 게 있다고 해야 하나. 그걸 잘할수록 드라마가 더 빛날 거라 생각했다. 아주 흥미를 끌 만한 요소를 만들어주고 그다음에는 정확하게 그것을 풀어주는 것, 이것이 드라마의 특징이고 매력이다. 이를 잘해야 좋은 드라마가 될 거라 본다. 물론 서사 전체의 완결성은 항상 유지해야 한다.


    애플TV+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 스틸컷. 애플TV+ 제공애플TV+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 스틸컷. 애플TV+ 제공▷ 시리즈에서도 특유의 미장센이 돋보였다. 특히 주인공 세원(이선균)이 타인의 뇌를 오가는 장면, 타인의 뇌에 담긴 기억을 보는 장면에서 현실과 환상을 오가는 장면이 인상 깊다.
     
    김지운: 다른 사람의 뇌를 통해서 들여다본 기억은 어떤 형태로 보일까, 이런 것들이 되게 궁금했다. 뇌에서 뇌로 들어가는 프로세스의 이미지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막연하게나마 뇌의 신경세포와 시냅스가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뇌로 들어가는 과정이 웜홀이나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 아닐까 생각했다. 뇌 속에는 우주 같은 세계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막연하게 그런 형태일 거라 상상했다.
     
    뇌로 들어가는 과정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 부분을 되게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불균질적으로 보이는 이미지, 단절되고 분절적이고 파편적으로 일어나는 분위기를 어떻게 보여줄지도 많이 고민했다. 이미지로 더 보여주지 못한 아쉬움을 사운드 이미지로 보완했다. 돌비 애트모스 3D 패닝 기법을 이용해 기억이 스멀스멀 아득한 느낌에서 점점 구체화하는 과정을 표현했다. 그래서 이번 작업은 특히 사운드 작업에 많은 신경을 썼다.

     
    ▷ 원작 웹툰이 미스터리에 집중했다면, 오리지널 시리즈는 의미와 감동의 드라마를 더욱 강화했다고 했다. 이 모든 것을 다 담아내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이 있었다면 무엇인가?
     
    김지운: 내 데뷔작('조용한 가족')이 코미디와 호러라는 이질적인 것을 합쳐서 하나의 형태로 만들어내는 하이브리드 장르였다. 여러 장르를 트랜지션하거나 브릿지를 잘 빚어 부드럽게 넘기는 것은 나의 연출관이기도 하고, 내가 잘하는 것 중 하나가 여러 장르를 일관성 있게 섞고 버무리고 빚는 것이다.
     
    장르를 섞으면서도 이질적이지 않고 부드럽게 활용하는 것, 그러면서도 하나의 서사를 만들어내는 것을 완성해 가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보다는 더 유연해지지 않았을까. 의미와 재미, 흥미를 계속 가져오는 방식으로 작품을 만들었다. 이는 여러 장르를 부드러우면서도 유연하게 섞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런 것들을 다 해본 것 같다.

     
    ▷ 주인공 고세원 역을 배우 이선균에게 맡긴 이유가 궁금하다.
     
    김지운: 원작의 이야기를 더 흥미롭게 해야 한다는 점, 그리고 다른 사람의 뇌를 들여다보면서 동시에 자신도 들여다보며 성찰하는 모습을 표현할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그래서 다양한 장르, 다양한 소재, 다양한 이야기에 항상 좋은 연기를 보여준 이선균이 적역이라 생각했다. 또 글로벌 영상 콘텐츠 구독 서비스 기업이니까 거기에 걸맞은 배우의 지명도가 필요했다. 이 모든 필요한 부분을 이선균이 다 갖추고 있었다. 실제로 작업하면서 그런 부분을 유감없이 잘 발휘해줬다. 냉온을 오가며 그러한 온도 차이를 부드럽게 잘 표현했다.

    애플TV+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 스틸컷. 애플TV+ 제공애플TV+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 스틸컷. 애플TV+ 제공▷ 세원은 모든 것을 기억할 수 있는 대신, 기억에 수반되는 감정을 느끼지 못하고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지도 못하는 인물이다. 이러한 인물을 표현하는 데 고민이 많았을 듯싶다.
     
    김지운: 드라마는 주인공을 따라가야 하는데 주인공이 감정 표현을 하지 않으니 대본 리딩부터 어려움을 느꼈다. 우리가 계속 들여다보면서 따라가지 못하면서 놓치는 지점에서 조금씩 온도를 높이자고 하면서 찍어나갔다. 주의 깊게 인물의 흐름을 보면서 조금만 더 느낌을 가져볼까 하면서 만들었다. 다행히 촬영에 들어가기 전 그런 지점을 발견했고, 찍으면서도 느꼈고, 또 찍어가면서 관객들이 따라가기 편하게 만들어냈다고 생각한다.
     
    ▷ 세원을 위협하며 시리즈의 긴장을 불어넣는 배우 이주원의 활약이 눈에 띈다.
     
    김지운: 영화를 찍으면서 배우가 성장하고, 진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게 '장화, 홍련'의 임수정과 문근영이었다. 끝날 때 정말 다른 사람이 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주원도 그런 경우가 아닐까 생각한다.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제외하고 가장 고생한 배우가 이주원이다. 배우가 찍어나가면서 연기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진화하고 있다고 느꼈다. 감독으로서나 연출자로서 그런 모습을 볼 때가 사실 다른 의미에서 되게 감동스럽고 뿌듯하다.
     
    ▷ 넷플릭스와 작업한 창작자들이 공통으로 말하는 것이 바로 '자율성'이다. 애플TV+와의 작업은 어땠나?
     
    김지운: 2012년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인 라이언스게이트와 작업해 본 경험이 있어서 애플TV+와의 작업 형태가 낯설지 않았다. 애플도 창작자에 대한 존중이 전제되어 있다. 창작자가 만들어낸 이미지에 대해 그 사람의 비전이 무엇인지 먼저 이해하려 했다.
     
    또 영화보다 타깃이 좀 더 명확한 부분이 있다. 드라마는 대중 친화적인 화법과 이미지 플랜을 가져야 하고, 영화는 창작자 개인의 스타일이 좀 더 강하게 작용하는 것 아닌가 싶다. 지금 OTT는 드라마와 영화의 중간 형태다. 창작자의 스타일을 인정하면서 동시에 좀 더 대중적 화법을 구사할 수 있는 환경이다. 어떤 점에서는 이상적인 결합 형태가 아닐까 싶다.


    애플TV+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의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 애플TV+ 제공애플TV+ 첫 한국어 오리지널 시리즈 'Dr.브레인'의 연출을 맡은 김지운 감독. 애플TV+ 제공▷ 이번 도전이 앞으로 자신의 연출 세계에 어떤 영향 미치게 될까 생각해 본 적 있나?
     
    김지운: 나도 'Dr.브레인'을 작업하면서 마치 고세원처럼 나에게 결핍된 것이 무엇이 있을지 나의 뇌를 들여다보는 느낌이었다. 나를 항상 따라다닌 미장센의 수려함과 느낌, 공간 묘사와 더불어 이야기를 정확하게 전달하자는 쪽에 주안점을 뒀기에 이 두 가지가 이상적인 형태로 결합한 형태에서 나를 되돌아보고, 보완할 점을 들여다보게 되는 계기가 됐다.
     
    이번에 드라마를 하면서 드라마의 묘미도 발견했기에, 가능하다면 영화와 드라마를 앞으로 계속할 수 있는 여건이 됐으면 좋겠다. 드라마를 찍으며 빠르게 판단하고 빠르게 결정하고,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필요한 것인지 먼저 생각하게 됐다. 또 스토리와 인물의 감정과 동선을 더 근거리에서 생각하게 됐다는 것, 이것을 획득한 소중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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