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내년 5월에 치러지는 필리핀 대통령·부통령 선거에 독재자의 아들과 이른바 '스트롱맨'의 딸이 러닝 메이트로 나서게 됐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인 로드리고 두테르테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 다바오 시장은 16일 SNS 영상 메시지를 통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과 러닝메이트가 돼 내년 선거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는 "내가 속한 정당이 마르코스와 연계돼 있고 그를 지지하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이에 응답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현직 대통령의 딸인 사라 시장은 한때 대통령 후보로 출마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왔으나 최근 부통령 후보로 출마하는 것으로 입장을 정리했다.
마르코스 전 의원은 1970~80년대 필리핀의 독재자로 1986년 이른바 '피플스 파워'가 일어나면서 쫓겨난 고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전 대통령의 아들이다. 그는 지난달 필리핀 대선 후보에 등록했다.
대선 후보 등록한 필리핀 전 독재자 마르코스의 아들. 연합뉴스마르코스 전 의원은 성명을 내고 "우리는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통합된 리더십을 구축하는데 의견을 함께 했다"고 말했다.
필리핀은 내년 5월 9일 대선과 총선, 지방선거를 치른다. 대통령과 부통령을 각각 선출하는데 서로 다른 정당에서 출마해도 동맹을 맺을 수 있다.
마르코스 전 의원은 신사회운동(KBL) 소속이며 사라 시장은 글로리아 아로요 전 대통령이 이끄는 라카스-CMD당에 속해있다.
로이터는 이들이 러닝메이트로 나서면서 내년 선거에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추게 됐다고 평가했다.
가문간 연합과 지역 구도가 중요한 필리핀 선거에서 남부지역에 지지 기반을 두고 있는 두테르테 집안과 북부에 기반을 둔 마르코스 일가가 동맹을 맺은 셈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거 독재자의 아들과 '스트롱맨'의 딸이 대선에서 한팀으로 나서자 인권 단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연합뉴스인권 단체 카라파탄은 이들의 동맹에 대해 "민주주의와 자유에 대단히 심각한 위협"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마르코스와 계엄령의 귀환 반대 운동'이라는 단체는 마르코스 전 의원이 20년 전 탈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기 때문에 대선 출마 자격이 없다며 출마를 막아달라는 청원서를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했다.
한편, 이번 필리핀 대선에는 마르코스 전 상원의원 외에 복싱 영웅인 매니 파키아오 상원의원, 배우 출신인 프란시스코 도마고소 마닐라 시장, 두테르테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온 레니 로브레도 부통령이 후보 등록을 각각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