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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화천대유 일부 자금, 美 조세회피처 유령회사서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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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독]화천대유 일부 자금, 美 조세회피처 유령회사서 왔다

    미국 델라웨어 소재 페이퍼컴퍼니가 150억원 대여 확인

    성남 대장동 개발사업의 시행사 측인 화천대유자산관리가 지난 2018년 미국 델라웨어 주에 있는 페이퍼컴퍼니로부터 152억원을 빌린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델라웨어는 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곳으로 회사 설립인이나 실제 소유자가 누군지 드러나지 않습니다. 전문가들은 비자금 조성과 탈세가 의심되는 자금 흐름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모습. 이한형 기자화천대유 자산관리 사무실 모습. 이한형 기자대표적인 조세회피처로 알려진 미국 델라웨어 주(州)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자금 152억원이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의 자산관리회사(AMC) 화천대유자산관리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세금을 탈루하고 실제 투자자를 은닉하려는 목적의 비정상적인 자금 흐름일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2018년 화천대유에 150억 쏴 준 '큰 손'

    화천대유자산관리의 A12 블록 개발사업 토지신탁계약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화천대유자산관리의 A12 블록 개발사업 토지신탁계약서.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5일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화천대유자산관리는 대장동 사업지구 내 A12 블록 수익권을 담보로 지난 2018년 4월쯤 NH농협은행에서 210억원을 차입했다. 만기는 1년(2019년 4월30일까지)이고 연 이자율 18%의 고금리가 적용됐다. 화천대유가 지불한 이자는 약 37억원이다. A12 블록은 화천대유가 직접 분양 시행을 한 5개 구역(A1·A2·A11·A12·B1) 중 하나다.

    이 회사 2018년도 감사보고서를 보면, 같은 시기 다른 차입금의 이자율은 연 4%대로 나타났다. 지난달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화천대유에 대한 농협은행의 대출을 두고 "터무니없이 높은 이자율로 횡령이 의심된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유다.

    그런데 화천대유에 210억원을 실제 빌려준 곳은 농협이 아니라 국내 증권사가 운용하는 사모펀드인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은 소정의 수탁 수수료만 받았을 뿐이고, 실제 대출은 리딩투자증권이 만든 상품인 '리딩REDI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가 실행했다는 것이다.

    스마트이미지 제공스마트이미지 제공

    알고보니 '조세회피처' 美 델라웨어주 페이퍼컴퍼니

    바로 이 사모펀드의 전주(錢主)가 해외 조세회피처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라는 사실이 취재 결과 새롭게 확인됐다. CBS노컷뉴스가 국민의힘 강민국·권영세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리딩REDI 전문투자형 사모투자신탁 2호 투자자 명단'을 보면 2018년 1월 말 기준 이 사모신탁 투자금은 총 18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중 152억원(84%)을 납입한 곳은 ONION GRAND AVENUE PARTNERS, LLC.라는 법인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대표적인 조세회피처인 델라웨어주에 있는 회사로 서류상 지난 2018년 1월4일 설립됐다.

    델라웨어주는 회사법상 주주와 이사 명단이 공개되지 않아 이 회사의 설립인이나 실제 소유주는 파악할 수 없었다. 다만 페이퍼컴퍼니 설립·운영을 전문적으로 대행하는 업체인 C사가 이 회사의 법정대리인(Registered Agent)으로 델라웨어 주 정부에 등록된 사실을 확인됐다.

    C사 직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델라웨어 주 정부에 등록된 공식 자료가 회사 설립·해산 신고 서류 단 2개 뿐이다. 유한회사(LLC) 특성상 공개된 정보가 극히 적다"라며 "특히 델라웨어는 페이퍼컴퍼니의 실소유주가 누구인지 드러나지 않도록 주 정부 차원에서 돕는다"라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약 2년 뒤 2019년 12월 말 자진 해산절차를 밟았다. 화천대유에 자금 150억여원을 대여하기 직전 회사를 설립하고, 연 18%에 해당하는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은 회계연도에 곧바로 문을 닫은 셈이다.

    특히 돈이 흘러간 2018년 초는 시행사인 화천대유가 적잖은 자금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 대여금 210억원의 만기는 2019년 4월로 화천대유가 대장동 사업의 이익 배당을 받으며 자금 사정이 원활해지기 시작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 일각에서 화천대유 측이 약정상 이율인 연 18% 외에 추가 대가를 지불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전문가들 "탈세 의심…조속한 수사 필요" 한목소리

    전문가들은 해당 페이퍼컴퍼니가 탈세 목적으로 설립된 것으로 의심된다면서 수사 당국의 조속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자본시장에 정통한 한 회계사는 "미국의 조세회피처 하면 델라웨어를 일번으로 꼽는다"라며 "애초 화천대유 투자를 목적으로 유령회사를 만든 것으로 보이고 탈세가 의심돼 수사를 통해 진상을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안창남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전형적인 탈세 목적의 자금 흐름"이라며 "결국 페이퍼컴퍼니 너머에 있는 실제 소유자(beneficial ownership)가 누구인지가 관건이지만 공개 자료로는 알 수 없게 돼 있다. 수사를 하더라도 세정당국이 미국 측에 협조 요청을 해야 관련 자료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화천대유 자금 흐름을 수사 중인 검찰과 경찰도 이런 수상한 돈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정확한 투자 경위 등을 따져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수사당국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 정확한 것은 확인해주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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