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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 리뷰]사회가 외면한 미혼모…"나를 잊지 말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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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리뷰]사회가 외면한 미혼모…"나를 잊지 말아요"

    다큐멘터리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감독 선희 엥겔스토프)

     

    다큐멘터리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스틸컷. 커넥트픽쳐스 제공다큐멘터리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스틸컷. 커넥트픽쳐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한 감독의 개인적인 질문에서 시작한 어느 다큐멘터리 영화는 우리 사회의 문제를 향해 나아간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왔지만,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적 문제였기 때문이다. 영화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는 미혼모들을 외면했던 개인들과 사회에 경종을 울린다.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는 덴마크 해외입양인인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이 한국의 한 미혼모 시설에 머물며 미혼모들이 아기를 입양 보내는 과정을 직접 카메라에 담은, 특별한 시간여행을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감독은 '무엇이 엄마로 하여금 자신이 낳은 아기마저 양육하는 걸 포기하게 만드는지 답을 찾고 싶었다'며 이 여정을 시작했다. 영화는 자신이 태어난 날 버려졌음을 알게 된 감독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자신에 관한 것이자 곧 수많은 미혼모와 입양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후 감독은 카메라 밖에서 최대한 객관적으로 의문에 관한 답을 찾아가고자 한다. 자신의 친생모는 어쩌다 아이를 버리는 선택을 한 것인지에 대한 가슴 아픈 의문이 데려간 곳은 미혼모 시설이다.

    다큐멘터리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스틸컷. 커넥트픽쳐스 제공다큐멘터리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스틸컷. 커넥트픽쳐스 제공
    감독이 제주도에 있는 미혼모 보호시설 애서원에서 만난 이들은 한 생명을 임신한 게 축복이 아니라, 감춰야 할 비밀이 돼버린 채 출산을 기다리는 미혼모였다. 애서원 관계자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애서원에 올 수밖에 없었던 미혼모들 사연을 듣고 그들에게 선택권을 주고자 한다. 키울 것인가, 아니면 입양 보낼 것인가 말이다.

    미혼모들은 무조건 아이를 입양 보내기 위해 애서원을 찾지는 않는다. 그러나 마음과 달리 가족의 반대는 그들이 차마 넘을 수 없는 벽이 됐다. 한계에 부딪힌 엄마들은 아이와의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선택'이라는 단어를 쓰고 있지만, 과연 처음부터 미혼모들에게 여러 개의 선택지가 주어졌는지 묻는다면 쉽게 답하기 어렵다.

    모든 걱정과 불안, 책임을 홀로 떠안아야 하는 미혼모들은 마음속으로 수십, 수백, 수천 번을 질문한다. 답을 내렸다가도 다시 번복하고 고민하면서 또 질문을 던진다. 모두의 반대, 때로는 아이 아빠의 원망 속에서 홀로 버티고 눈물 흘리고 흔들린다. 출산 후 나는 어떤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 말이다.

    불안과 걱정, 질문과 답을 내리고 이를 번복하며 흔들리는 과정은 물론 입양동의서를 작성하는 순간까지, 이 모두가 미혼모 한 사람이 떠안아야 하는 과제다. 아이 아빠는 미안하다고 할지언정 가장 중요한 선택과 책임의 순간에서 빗겨나 있다. 오로지 한 사람, 개인인 미혼모의 몫이다.

    다큐멘터리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스틸컷. 커넥트픽쳐스 제공다큐멘터리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스틸컷. 커넥트픽쳐스 제공
    이 과정 속에서 감독은 미혼모 시설 아이들과 자신을 겹쳐본다. 과거 자신이 알 수 없던 시간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을 바라보던 감독은, 아이를 떠나보낸 후 오열하는 엄마를 본 순간 카메라 안으로 발을 들인다. 관찰자이자 기록자의 위치에서 떠나 과거 그 순간에 존재했을 자신의 엄마와 자기 모습이었을 현실의 미혼모를 감독은 품에 안고 토닥여준다.

    그것은 모든 것을 홀로 책임지고, 앞으로의 그리움과 원망까지 끌어안아야 할 미혼모에게 보내는 최소한의 위로였다. 이는 자신이 오랜 시간 품어왔던 질문 속에 담긴 의미를 이해해가고 있음을 보여준 행동이기도 하다.

    다큐멘터리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스틸컷. 커넥트픽쳐스 제공다큐멘터리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스틸컷. 커넥트픽쳐스 제공
    영화는 우리 사회에서 표면적인 사실로만 존재해야 했던 일의 깊숙한 이야기를 마주하게 만든다. 미혼모들은 가족과 주변은 물론이고 사회가 가하는 부정적인 시선에 의해 모든 것을 홀로 떠안은 채 침묵하길 강요받았다. 그러한 미혼모들에게 우리는 시선을 주지 않았다.

    '포겟 미 낫'은 그런 우리들과 사회에 과거에도, 지금도 눈물 흘리고 있을 미혼모들을 따뜻하게 안아주자고 이야기한다. 동시에 그동안 사회가 외면했던 미혼모 문제를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 더이상 개인의 책임으로만 돌리지 말 것을 이야기한다.

    무엇이 미혼모들을 숨어들게 만들고 침묵하게 하고, '선택'이란 이름으로 단 하나의 결론밖에 내리지 못하게 만들었는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이 카메라를 내려놓고 한 사람의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공감과 위로를 전했듯이 말이다.

    우리가, 사회가 미혼모들의 존재를 자각하고 돌아볼 수 있는 최소한의 계기, 작은 움직임이 이뤄지길 바랄 뿐이다. 그리고 그 모든 질문을 미혼모 개인이 아닌 우리들이 나눠 할 수 있는 사회가 되길 바라고 응원해본다. 그것이 선희 엥겔스토프 감독이 카메라를 들어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를 만든 이유이기 때문이다.

    86분 상영, 6월 3일 개봉, 12세 관람가.
    다큐멘터리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포스터. 커넥트픽쳐스 제공다큐멘터리 '포겟 미 낫-엄마에게 쓰는 편지' 포스터. 커넥트픽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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