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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년 5개월…눈물짓는 여성·비정규직·20대



사건/사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년 5개월…눈물짓는 여성·비정규직·20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1년 5개월…갑질 줄었지만
    여성·비정규직·20대 "직장 갑질 여전하다"
    "괴롭힘 당해도 참거나 모르는 척 대부분"
    "법 실효성 높여야… 특수관계인 처벌조항 신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1. 대표님과 상사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하고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다른 직원과 비교하면서 저를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같이 먹다가 남은 음식은 저에게만 치우게 하면서 비웃고, 제가 들어오면 수군수군하면서 저를 따돌렸습니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웃으면서 대화하면서 저한테는 아예 말을 걸지 않고, 간식이 생기면 다른 직원들에게는 갖다주면서 저만 그냥 지나칩니다. 빨리하라고 소리치고, 넌 아무것도 모르니까 됐다고 비웃고, 컴퓨터 잘 다루지 못한다고 비난하고, "제정신이냐"고 소리 지르면서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집어 던졌습니다. 사과 한마디 받지 못하고 그만뒀다는 사실이 너무 억울합니다. (2020년 10월, 중소기업 여성 직장인)

    #2. 파견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에도 일을 시켰고, 날짜를 지정해 강제로 연차를 쓰게 했습니다. 정규직들은 모두 해외 연수를 가는데, 파견직만 가지 못했고, 성과급도 정규직만 지급하고, 명절 휴가비도 정규직의 절반만 받았습니다. 정직원들의 인격 무시도 심합니다. 문제를 제기했더니 파견회사에 가서 따지라고 하는데 이렇게 해도 되는 건가요? (2020년 10월, 대기업 파견직)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이 시행 1년 5개월을 맞는 가운데, 비정규직·여성·청년·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괴롭힘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 내 괴롭힘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를 강화하고, 법 적용 대상을 5인 미만 사업장까지 확대하는 등의 개선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직장인 1천명을 대상으로 '2020년 직장갑질지수' 및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개정방향'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일 발표했다.

    직장갑질 지수는 입사에서 퇴사까지 직장에서 겪을 수 있는 불합리한 처우를 41개 문항을 통해 지표화한 것으로 0점에 가까울수록 갑질이 없고, 점수가 높을수록 갑질이 심하다는 의미다.

    (사진=직장갑질119 제공)

     

    조사 결과, 지난 2019년 7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직장 내 괴롭힘이 줄어들었다는 응답은 56.9%로 같은 기간 조사한 2019년 39.2%보다 17.7%p 높게 나타났다. 또 '2020년 직장갑질 지수'는 25.6점으로 2019년 30.5점에 비해 5.1점 낮아졌다. 전반적으로 법이 시행된 지 1년 5개월 동안, 근로자들이 직장 내 괴롭힘이 다소 줄어들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하지만 세부문항을 분석하면, 비정규직·여성·청년·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들이 겪는 괴롭힘은 여전한 것으로 드러났다.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시행 이후, 괴롭힘이 얼마나 줄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줄어들지 않았다"는 응답이 여성(52.7%)이 남성(43.1%)보다 9.6%p 높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20대(51.5%)는 50대(31.4%)보다 20.1%p, 비정규직(50.8%)이 정규직(38.0%)보다 12.8%p, 5인 미만 사업장(49.0%)이 300인 이상 사업장(35.6%)보다 13.4%p 높았다.

    지난 1년간 직장 내 괴롭힘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36.0%였다. 괴롭힘의 유형은 △모욕/명예훼손(22.0%), △부당지시(21.3%), △업무 외 강요(17.1%), △따돌림/차별(15.4%), △폭행/폭언(13.0%) 순으로 빈번하게 나타났다.

    괴롭힘을 한 가해자는 '임원이 아닌 상급자'가 48.1%로 가장 높았고, '사용자'(25.0%), '비슷한 직급 동료'(14.2%) 순이었다. 특히 '고객이나 민원인 또는 거래처 직원'(6.9%), '원청업체 관리자 또는 직원'(2.8%), '사용자의 친인척'(2.2%) 등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적용 대상이 되지 않는 특수관계인(제3자)이 가해자인 경우도 11.9%에 달했다.

    (사진=직장갑질119 제공)

     

    직장 내 괴롭힘에 대응하는 방법은 참거나 개인적인 항의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응답자 중 58.7%는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했다. '개인적으로 항의했다'는 응답은 36.2%, '회사를 그만뒀다'는 응답은 28.1%였다.

    '참거나 모르는 척했다'고 답한 응답자(n=326)들은 그 이유로 △대응을 해도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아서(69.9%), △향후 인사, 재취업 방해 등에 불이익을 당할 것 같아서(22.4%), △내가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이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는 것이 싫어서(4.8%) 등을 들었다.

    직장갑질119는 "괴롭힘 가해자에 대한 처벌조항이 없고 괴롭힘을 신고했을 경우 제대로 처리하지 않아도 처벌조항이 없어서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그냥 참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있다"며 "처벌조항 신설로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는 게 절실하다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을 때 회사나 노동청에 신고를 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2.4%에 불과했다. 신고경험이 있는 응답자(n=24) 중 신고를 이유로 불리한 처우를 받았다는 응답은 70.8%에 달한 반면, 신고를 해 괴롭힘을 인정받았다는 응답은 33.3%에 그쳤다.

    (사진=직장갑질119 제공)

     

    근로자들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 대한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먼저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에서 규정하는 '괴롭힘 행위자'에 '제3자(특수관계인)도 적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87.6%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조치의무 미이행시 처벌조항을 넣어야한다(85.8%) △5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되어야 한다(84.6%) △가해자 처벌 조항을 넣어야 한다(81.8%) 등 법의 미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데 대부분의 근로자가 동의했다.

    한편 직장갑질 지수는 평균 25.6점으로 2019년 30.5점에 비해 4.9점 낮아졌다. 갑질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는 뜻이다.

    갑질지수가 가장 낮은(갑질이 가장 적은) 항목은 △성희롱이나 성추행을 한다(14.0점) △책상을 치는 등 신체적인 위협이나 폭행을 한다(15.5점) △특정 종교 행사나 특정 단체 활동 또는 후원을 강요한다(15.0점) 순이었다.

    반면 갑질지수가 가장 높은(갑질이 가장 심한) 항목은 △쉴 수 있는 공간이나 시설이 없다(40.6점) △시간 외 수당을 지급받지 못하거나 일부분만 지급한다(39.6점) △임금·고용형태 등 취업정보사이트 채용정보가 실제와 다르거나, 면접에서 제시한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39.5점) 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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