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리 작가의 '내 여자친구와 여자 친구들' 작품 속 여성주인공들은 애잔하고 슬프다.
험악한 세상에서 순진하게 살아가는 약자들. 가짜 장애인 행세를 하며 지하철역에서 작은 빵가게를 하는 사장 밑에서 일하는 11번 출구의 처자가 그렇고 못된 고객에게도 잘못했다고 사과하기를 강요받는 블랙 제로의 여주인공이 그렇다.
심성이 착하고 여린 사람들일수록 상처를 많이 받는 세상. 하지만 못된 직장 상사를 고발하고, 여성 교습생이라고 깔보는 운전지도강사를 혼쭐 낸 뒤에도 '그 학원이 제일 싸고 가깝다'는 이유로 다시 등록하는 어머니와 뇌물 격인 참외 몇 알에 고심하는 아주머니들은 당당하고 귀엽고 또 미소를 짓게 만든다.
삶과 세상이란게 그럴 것이다. 힘들지만 살아내야 하고 유지해야 할 가치가 있는 것.
조우리 작가 (사진=송인혁 촬영)
2011년 단편소설 '개 다섯 마리의 밤'으로 대산대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조우리 작가는 짧은 인터뷰에서 "주변 친구들과 가족들을 보면 힘든 일을 겪었다고 해서 그 힘든 상태에만 머물러 있지만은 않더라"며 "결국 살아가야 되고 일상을 유지해가는 사람들의 힘에 대해 쓰고 싶었다. 스스로에게도 힘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데뷔 10년만에 소설집을 냈다. 요즘 근황과 소회는?
"10년 동안 발표됐던 것을 처음으로 묶어서 냈다. 기쁘다. 축하를 많이 받고 있다. 코로나 때문에 독자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 자리가 없다보니 실감이 덜하지만 (서점) 책꽃이를 보고 놀라곤 한다. 곧 마감해야 할 작품 쓰고 있다. 또 한국소설을 같이 읽고 단편도 써보는 온라인 모임 같은 것도 해보려고 준비 중이다"
-농담이지만 조 작가의 작품 속 주인공들이 잘지내고 있는지 안부를 묻고 싶었다.
"다들 잘 있으면 좋겠다.(웃음)"
-주인공들이 대개 힘들게 살아가지만 때로는 당당하고 긍정적인 힘을 주는 면도 있는 것 같다.
"데뷔 초에는 어두운 인물들을 많이 그렸다. 현실이었다. 읽는 이나 쓰는 입장도 힘들었다. 그러나 주변 친구들 가족들을 보면 힘든 일을 겪었다고 해서 그 힘든 상태에만 머물러 있지만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힘든 일을 겪지만 살아가야 되고 일상을 유지해가는 사람들의 힘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누구나 슬픔과 괴로움에 빠지지만 밥 차려먹고 친구들 만나고 한다. 힘들지만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스스로에게도 힘이 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던 것 같다"
-한국사회에서 여성들의 지위, 위치가 어떻다고 생각하는가?
"표지 그림이 유령이다. 유령인척하는 사람일 수도 있겠다. 유령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도 있고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때로는 가려져 있거나 스스로 숨어야 하거나 하는 게 여성들의 입장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지만 가려져 있다고 해서 없다고 할 수는 없는 거기 때문에 분명히 존재하고 존재감을 서서히 드러내가는 것이 여성이기도 하다"
-어떤 작가가 되고 싶나?
"동시대 독자들한테 다가갈 수 있도록 움직이고 노력하는 작가가 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 노력할 것이다. 여성들의 삶과 노동 등에 관심이 많은데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 것 같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작품 소재는 어디서 많이 찾나?
"친구들과 가족들 얘기, 또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 듣는 걸 좋아한다. 평소에도 말 걸고 얘기 듣는 걸 좋아한다. 성격도 외향적이다"(웃음)
-책을 정세랑 작가가 추천했던데 평소 친분이 두터운가?
"계속 정세랑 작가의 독자였고 팬이었다. 출판사에 추천사 부탁드렸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연락이 닿았다"
정세랑은 조우리 작가의 소설에 대해 " 읽을 때 숨쉬기가 편하다. 다정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비정한 이야기를 할 때에도 적절한 바람길이 있어서 절망으로 가빠지지 않는다.(중략) 가만히 귀를 대어보면 들리지 않던 목소리들이 들리고 그저 스쳐 보냈던 순간들을 곱씹게 된다. 잘 읽히되 멈춰 생각하게 만드는 소설이 얼마나 귀한가"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