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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안산에 계속 살고 싶어요" 콩고 난민 루렌도 가족 '그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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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상]"안산에 계속 살고 싶어요" 콩고 난민 루렌도 가족 '그 후'

    287일 공항 난민 생활 뒤로하고 안산시에 정착
    4남매 초등학교 나란히 입학, 한국어 교육 '집중'
    생계부터 심리·건강까지 '난민 가족 지원 서비스'
    "친절한 한국인들…살 수 있게 도와줘 고맙다"
    7월부터는 취업 걱정…'난민 심사 결과' 관건

    입국 허가를 받지 못해 287일을 공항 로비에 갇혀 생활해야 했던 루렌도(48‧콩고 출신 난민 신청자)씨의 네 자녀들은 요즘 코로나19로 자주 학교를 갈 수는 없지만 가방을 메고 등교하는 것만으로도 꿈만 같다.

    직접 그린 태극기를 흔들며 아직 어설프지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네는 첫째 레마(11). 막내 그라샤(8)는 "친구들이 너무 친절해서 좋다"며 친구 자랑을 늘어놓느라 정신이 없다.

    마침 안산에서의 첫 생일을 맞은 쌍둥이 남매 로데(10·여)와 실로(10)는 함께 촛불을 끄며 환한 표정으로 소원을 빌었다.

    루렌도씨 가족이 쌍둥이 남매의 생일을 맞아 축하 파티를 열고 있는 모습이다.(사진=박창주 기자)

     


    ◇ 인권 무시된 '공항 생활'…'정상적인 삶'으로 복귀

    공항을 벗어나 안산에 머문 지도 반년이 지나고 있다. 처음 한 달쯤은 구세군 이주민 쉼터에서 생활하다 새 보금자리로 옮겨왔다.

    지하층이라 낮에도 볕이 들지 않아 어둡지만 그래도 루렌도 가족의 얼굴은 밝기만 하다.

    루렌도씨는 "월세방이긴 하지만 우리만의 공간이 생겼다"며 "생활에 필요한 살림살이도 제법 갖추게 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아이들도 안산에 정착하면서 정상적인 생활을 찾아갔다.

    아내 보베테(41)씨는 "공항에서 책을 읽어주는 게 전부였는데 지금은 아이들이 학교 가는 날마다 행복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루렌도씨의 자녀들이 식탁에 둘러앉아 한국어 수업을 듣고 있는 모습이다.(사진=박창주 기자)

     


    ◇ 어엿한 학생 된 4남매, 한국어 공부 삼매경

    루렌도 가족이 정착해 가는 데 가장 힘든 건 '언어'였다. 다행히 안산시글로벌청소년센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다.

    이날도 센터에서 보내준 방문교사를 중심으로 온 가족이 둘러 앉아 한국어를 따라 읽고 따라 쓰느라 여념이 없었다.

    부끄럼이 많던 레마는 한글을 익힌 뒤부터는 부쩍 자신감도 생겼다.

    레마는 "한국말은 배울수록 신기하고 재밌다"며 "열심히 해서 한국 친구들과 얘기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센터 측은 최근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일주일에 2~3회씩 한국어 전문 강사를 직접 집으로 보내주고 있다.

    루렌도씨 부부는 "전담 관리자가 온라인 학습까지 꼼꼼하게 챙겨줘서 고맙다"며 "선생님과 가정통신문을 주고받도록 도와줘 학교생활이 어떤지도 알 수 있다"며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루렌도씨 부부는 이달 20일이 지나면 그동안 받았던 경제적 지원이 중단될 예정으로 생계유지에 대한 걱정이 깊다.(사진=박창주 기자)

     


    ◇ 구직 걱정에 한숨…"자립해 안산에 계속 살고 싶다"

    루렌도씨는 요즘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걱정에 밤잠을 설친다고 했다. 그동안 안산시와 여러 시민단체의 도움을 받아 보증금 500만원과 월세 29만원 등 생계비를 해결해왔지만, 20일이면 이런 지원이 끊기기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루렌도씨의 취업 제한 기간도 이달 말로 끝나 일자리를 구할 수 있게 됐다는 것. 당장 일자리를 찾는 게 급선무다.

    그는 "불어를 가르치고 공장에서 일해 봐서 뭐든지 할 수 있다"며 "안산에서 배운 한국어와 재봉 기술로 취직해 계속 안산에 살고 싶다"고 말했다.

    아직 정식으로 난민 자격을 얻지 못한 것도 걱정이다. 루렌도 가족은 난민 지위가 인정될 때까지 행정소송을 통해 1년마다 연장하는 인도적 체류 자격으로 생활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인도적 체류자는 사회보장 혜택이 제한되고, 최악의 경우 본국이나 제3국으로 추방될 수도 있다. 난민 인정을 받아야 기초생활수급 등 자국민에 준하는 기초 생활 보장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본국에서의 박해를 피해 망명해 온 콩고 출신 앙골라인 루렌도 가족은 인천공항에 도착한 지난 2018년 12월 28일, 입국은 불허됐고 여권은 압수당했다. 

    대한민국은 이들에게 난민심사를 받을 자격조차 주지 않았다. 이에 불복해 제기한 1심 재판 역시 가족을 외면했지만, 다행히 항소심에서 "박해를 피하려는 급박한 상황으로 볼 여지도 있다"며 원심이 뒤집혔다.

    그렇게 인천공항에서 고된 시간을 보낸 열달. 특히 열 살도 안 된 네 자녀들에겐 너무나 힘겨운 시간이었다.

    루렌도씨처럼 불안한 난민 생활을 하고 있는 외국인은 안산에만 1600여 명에 달한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난민 신청 외국인은 1만5천여 명으로 이 중 난민 지위를 받은 외국인은 50명도 채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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