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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행 항공권이 커피 한잔값…LCC 힘들다면서 초저가경쟁, 왜?



기업/산업

    제주행 항공권이 커피 한잔값…LCC 힘들다면서 초저가경쟁, 왜?

    주중 김포-제주 편도 4천원 티켓 등장, 주말 서울-부산행도 KTX보다 저렴
    수익성 없어 외면하던 여수·양양 노선 잇달아 증편
    비행기 띄울 때, 한명이라도 더 태워야…멈춰있는 비행기에도 관리비 소요
    코로나19로 수요 확보 한계, 국내선만으론 역부족…"얼마나 버틸지" 막막

    티웨이항공에서는 4천원짜리 김포-제주 편도 티켓까지 내놨다. (공항시설 사용료 포함 8천원) (사진=티웨이항공 홈페이지 캡처)

     

    코로나19 여파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성수기를 맞아 초저가 경쟁에 나섰다. 커피 한 잔 값 수준인 4천원(공항시설 사용료 포함 8천원)짜리 김포-제주 편도 항공권까지 등장했다. 항공사들은 그동안 수익성이 낮아 외면하던 양양·여수 등 지방 노선 증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항공 수요에, 비행기 바퀴라도 굴려보자는 심정이지만, 점점 치킨게임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항공 수요가 회복되지 않은 상태에서 항공권을 저가로 남발하는 단발성 증편은 공멸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주중 김포-제주 편도 4천원 티켓 등장, 주말 서울 -부산 왕복 KTX 편도보다 저렴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저렴한 항공권이 최근 대량으로 풀리고 있다. 지난 주말 김해-김포 편도 비행기 가격도 특가 항공권 기준으로 1만 원대까지 내려갔다. 실제 지난 주말 부산과 서울을 오가는 왕복 항공권 중에는 최저가로 총 3만 4천 원에 예매가 가능한 표도 나오기도 했다. 비행기표가 서울-부산행 KTX 가격(편도기준 5만 9800원)보다 낮은 셈이다.

    티웨이항공에서는 평일 기준, 4천 원짜리 김포-제주 편도 티켓까지 나왔다. 공항시설 사용료를 포함해 총액은 8천 원이긴 하지만, 여름 휴가철을 고려하면 상당히 파격적인 금액이다.

    특히 티웨이항공은 이날부터 김포-제주뿐만 아니라 국내선 항공권을 편도 총액 최저 9900원부터 제공하는 이벤트를 연다. 탑승 일자는 8월 31일까지다. 국내선 8개 노선이 할인 대상이다.

    △김포-제주 △대구-제주 △광주-제주 △청주-제주 △김포-부산 △김포-광주는 9900원에 구매할 수 있다. 오는 26일부터 신규취항하는 △광주-양양 △부산-양양 노선은 편도 총액 1만 3900원이다.

    ◇수익성 없어 외면하던 여수·양양 노선 잇달아 증편

    에어부산에도 평일 4천원대 김포-제주 편도 특가 티켓이 등장했다. (사진=에어부산 홈페이지 캡처)

     

    에어서울은 평일 4천원대 김포-제주 편도 특가 티켓을 내놨다. 화면은 공항시설 이용료4000원 포함 가격. (사진=에어서울 홈페이지 캡처)

     

    LCC들은 국내 여행 수요를 잡기 위한 기존 노선 증편에 이어 신규 취항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대표인 곳이 여수와 양양이다.

    진에어는 김포-여수, 여수-제주 노선에 가세했다. 오는 19일부터 다음 달 16일까지 이 노선에 매일 왕복 1회 일정으로 부정기 운항을 시작한다. 이미 제주항공은 지난 4월 신규 취항했다. 이달부터는 매일 1회 운항에서 2회로 횟수를 늘린다.

    그동안 플라이강원만 운영해오던 양양 기점 노선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티웨이항공은 오는 26일부터 부산-양양 노선을 신규 취항하고 매일 3회 운항한다. 양양-광주 노선도 준비 중이다. 플라이강원 역시 오는 7월부터 양양-김포 노선에 신규 취항할 예정이다.

    수도권과 호남권을 연결하는 김포-광주 노선도 LCC 취항이 늘어나는 중이다. 진에어는 지난달 부정기 투입한 김포-광주 노선을 이달부터 정기편으로 전환 운영한다. 티웨이항공도 이달 26일부터 매일 2회 김포-광주 노선 운항을 시작한다. 지난달 티웨이항공은 김포-김해 노선을 운영 중이다.

    울산-김포 노선은 현재 에어부산과 대한항공만 운항 중이지만 LCC의 신규 취항이 예상된다. 군산발 국내선 역시 제주항공이 취항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노선들은 그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등 대형항공사(FSC)만 운항해 왔다. LCC가 국제선보다 상대적으로 수익이 낮은 국내선에 굳이 FSC와 경쟁할 필요성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주항공이 해당 노선들에 특가판매 등 저렴한 가격에 항공권 좌석을 풀면서 75~90%로 탑승률이 높게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LCC 현금 곳간 바닥났는데..초저가 항공권 경쟁, 왜?

    LCC들은 유상증자부터 유휴자산 매각까지 자금 조달을 위한 자구노력에 박차를 가하면서도 초저가 항공권까지 잇따라 내놓고 있다.

    항공사들이 이렇게 제 살 깎아가며 활로를 모색하는 이유는, 아직 국제선 수요 회복이 부진한 상황에서 비행기를 마냥 놀릴 수 없기 때문이다. 실제 1분기 6개 상장 항공사는 국제선 수요 감소 여파로 4224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코로나19 여파로 항공기 날개는 꺾였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멈춰있는 비행기에도 돈이 들어간다. 언제라도 날 수 있도록 관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공기 동체 외부에 이물질이 쌓이지 않도록 청소도 주기적으로 해야 하고, 타이어, 랜딩 기어, 엔진 등 수백만 개의 부품으로 이뤄져 있어 계속 돌려줘야 한다. 날개를 움직이는 모든 부분에는 윤활유도 발라줘야 하는 등 짧은 기간 보관 중인 항공기라도 계속 비용을 들여 체크하고 점검해야 한다. 차를 오랫동안 운전하지 않고 보관만 해두면 망가지는 것과 같은 원리다.

    결국 비행기 한 대도 띄울 때, 최대한 많은 승객을 확보해야 유리하고, 이렇다보니 경쟁사보다 조금이라도 싸게 내놓는 출혈경쟁을 벌이게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종식 전까지는 국내선만으론 역부족…"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문제는 여전히 코로나19 불안감이 커서 여객수요 확보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국내선 여객 수는 전년 569만 5436명 대비 33.8% 감소한 376만 8416명을 기록했다. 이런데다 2차 유행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하늘길이 언제 회복될지 모든 게 불투명한 상황이다.

    LCC 국내선의 경우 기본 운임이 원래 낮은데, 승객 선점을 위한 각종 할인행사까지 겹쳐 가격경쟁은 심화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선 가격 하락으로 인한 치킨게임이 지속될 경우 "적자 운영이 불 보듯 뻔하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 지역주민 교통편의를 위해 내륙 곳곳 노선을 신설해도 일부 인기 노선을 제외하고는 예약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특정 항공사 할 것 없이 현재 모든 LCC가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이들의 현금 곳간도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하반기에는 자금이 바닥날 항공사가 나올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등 국내 상장 LCC 4곳의 1분기 기준 현금성 자산(현금및현금성자산과 금융자산 합산) 규모는 3638억 8400만 원으로 나타났다. 전년 동기 대비 61.8% 줄어든 수치다.

    진에어는 1776억 1200만 원으로 상장사 4곳 가운데 현금성 자산이 가장 높았고, 전년 대비 감소 폭도 21.3%에 그쳤다. 반면, 에어부산은 98억 7400만 원으로 전년 대비 78.4% 줄어들었다. 제주항공은 907억 9100만 원으로 전년보다 77.1%나 줄었다. 티웨이항공도 70% 감소한 856억 7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비상장사인 이스타항공과 에어서울, 플라이강원 등도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부터 직원 임금을 100% 지급하지 못하는 등 가장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해 말 취항을 시작한 플라이강원도 강원도의 재정 지원을 기다리고 있다.

    그렇다고 LCC들은 마냥 손놓고 있을 수 없다. 최근 산업은행이 추가 운영자금 지원을 위한 선행 조건으로 '자구 노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3개월 가까이 임금 삭감, 유·무급 휴직 등을 시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유상증자까지 추진함에 따라 더 이상 쓸 수 있는 카드가 마땅치 않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LCC 한 관계자는 "국제선 수요 회복 전까지는 국내 여행 수요를 잡기 위해 단발성 신규 취항이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국제선 매출 비중이 70~80%를 차지해온 만큼 국내선으로는 수익성을 확보하기가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하반기에는 자금이 바닥날 항공사도 나올 수 있다"며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보다 갚아야 할 빚이 계속 쌓이고 있어 정부 지원 없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 모른다"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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