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MHz (18:25~20:00)
■ 방송일 : 2020년 4월 27일 (월요일)
■ 진 행 : 정관용 (국민대 특임교수)
■ 출연자 :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 김용섭 소장
◇ 정관용> 코로나19라는 미증유의 사태 이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할까. 지금 세계는 문명사적 대전환을 요구받고 있죠. 새로운 시대 우리 삶을 통찰해 보고자 준비한 시사자키 특별기획 <코로나19, 신인류시대> 오늘 그 6번째 시간이고요. 오늘은 이분과 함께합니다. 방금 그 목소리의 주인공 트렌드 분석가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의 김용섭 소장 나오셨어요. 어서 오십시오.
◆ 김용섭> 안녕하세요.
◇ 정관용> 제목이 '언컨택트 시대' 그렇죠? 안 만나는 거죠, 이제?
◆ 김용섭> 사실 우리가 오해하면 안 되는데요,말에 대해서. 그러니까 언컨택트가 컨택트를 안 하겠다는 거잖아요. 컨택을 안 하니까 안 만나는구나. 그런데 엄밀히 따지면 컨택하는 방법을 바꾸는 겁니다.
◇ 정관용> 그렇죠.
◆ 김용섭> 그래서 우리가 단절되겠다는 게 아니고 지금의 컨택 방식이 불안하거나 불편하거나 이런 게 있다 보니까 다른 방법을 자꾸 찾아내자는 게 그 흐름이 되는 거고요.
◇ 정관용> 그런데 이미 그런 언컨택트로의 변화는 시작됐던 거 아니에요?
◆ 김용섭> 한참 전에 시작됐죠.
◇ 정관용> 언제부터 시작됐다고 보십니까?
◆ 김용섭> 이미 산업 쪽으로 보자면 한 20년 넘었다고 볼 수도 있고요. 왜냐하면 이미 우리가 온라인 쇼핑하기 시작한 지 꽤 됐잖아요. 그리고 온라인 교육도 꽤 오래전부터 나왔었고 그러다 보니까 흐름들은 계속 있었는데 대부분 그 변화가 기존에 있던 흐름과 새로운 흐름들이 대치될 때 있습니다. 그러면 기존에 있던 것이 새로운 흐름을 막을 때가 있어요. 변화 때문에 자기의 이해관계에 좀 손해 볼 수 있는 입장에서 막겠죠. 그래서 변화가 크면 클수록 저항도 그만큼 큰데요. 우리 사회가 그만큼 저항을 많이 해서 속도를 더디게 만들었던 건데 이 변화가 코로나19로 인해서 더 이상 저항할 명분이 사라졌어요. 그러다 보니까 이번에.
◇ 정관용> 가장 대표적으로 그런 흐름에 저항했던 건 어디예요?
◆ 김용섭> 회사였죠. 회사에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게 엘빈 토플러가 1980년에 재택근무를 제3의 물결이라고 해서 다룬 적이 있었거든요.
◇ 정관용> 맞아요. 정말 오래된 얘기네요.
◆ 김용섭> 그렇죠. 그래서 그때 다뤘을 때도 20세기 말쯤이면 이렇게 되겠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많이 했었거든요. 재택근무, 원격근무를 우리보다. 그런데 우리가 인프라가 없는 것도 아닌데 왜 우리는 유독 이렇게까지 안 할까. 사실 우리의 조직문화와 위계구조 중심이다 보니까 원격으로 만나게 되면 문제가 생겨요. 어떤 문제가 생기냐. 연장자나 직급이 높은 사람들의 힘이 사라져요.
◇ 정관용> 그래서 연장자나 직급이 높은 사람들이 꼭 사무실에 온다는 거 아니에요. 다 불러모으고.
◆ 김용섭> 맞아요. 그래서 이번에 강제적으로 한 번씩 해 봤잖아요. 그전까지는 안 할 방법이 있어서 저항을 계속해 왔는데 이번에는 저항할 수 없게끔 코로나19라는 명분 때문에 원격이나 재택근무를 많이 해 보니까 뭘 느꼈냐 하면 일이 더 잘되네? 이걸 느꼈어요. 오히려 불필요한 회의 줄어들고 업무에만 집중할 수 있고 이런 거다 보니까 사실 저항했어도 흐름들을 이렇게 계기를 통해서 한번 환기를 시키는 거죠.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제공)
◇ 정관용> 그러니까 이제는 대세가 될 것이다. 최근에 언컨택트라는 이름의 책을 내셨던데 세 파트로 나눴어요. 일상에서의 언컨택트, 비즈니스에서의 언컨택트,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 그렇죠? 하나하나. 일상에서는 어떤 변화들이 있을까요?
◆ 김용섭> 일상이서 가장 먼저 시작하는 책에서의 얘기는 결혼식부터 시작하는 거거든요. 최근에 결혼식 미루거나 안 하거나 유튜브로 결혼식을 준비한다거나. 아니면 일부 나라에서는 마스크 쓰고 한다거나 드라이브스루로 한다거나. 전통적인 결혼식의 관점에서 봤을 때는 말도 안 되는 거거든요. 심지어 장례식마저도 드라이브스루 장례식이라든가. 그런데 이게 갑자기 나온 게 아니거든요. 미국에서 드라이브스루 장례식은 2012년부터 나왔고요.
◇ 정관용> 그래요?
◆ 김용섭> 그리고 결혼식 드라이브스루도 2006년인가 2005년부터 나왔으니까 꽤 됐거든요. 이미 우리가 빨리 할 수 있는 방법을 자꾸 찾기도 했고 장례식이 왜 자꾸 드라이브스루로 나왔냐 하면 노령자가 많아지게 되면 장례식 가서 문상하고 이것도 힘든 거거든요. 차 타고 간단하게 인사하고 가는 형태. 이게 여러 나라에서 계속 나왔다는 것은 우리가 가진 욕망에서 이미 이런 방향을 지향하고 있었다는 거고요. 그래서 이런 흐름들이 언컨택트라는 것이 코로나 때문에 갑자기 나왔다고 오해하면 안 되는 게 이어져오던 흐름들이 변화에 있어서 가령 속도가 시속 30km로 달리던 게 코로나로 갑자기 시속이 70~80km로 확 올라갔다고 보시면 돼요. 그러면 변화가 몇년치가 갑자기 확 앞당겨오는 거니까 이런 변화 속에서 사실은 준비가 된 사람, 대비가 된 사람, 그렇지 않은 사람의 차이가 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 아니에요?
◆ 김용섭> 그렇죠.
◇ 정관용> 만남의 방식이 바뀌었다고 하지만 아무래도 비접촉 대면이라고 하는 것이 접촉대면보다는 강도가 약화되지 않을까요?
◆ 김용섭> 우리가 보통 그 생각도 하는데.
◇ 정관용> 그게 아니에요?
◆ 김용섭> 이미 일상에서 비접촉 대면으로 끈끈하게 뭉쳤던 게 소셜네트워크가 되는 거죠. 이미 우리는 수년 동안 소셜네트워크로 전 세계 어디 있는 사람들하고도 친구가 됐죠. 과거에는 직접 접촉만 가지고 친구가 되고 사귈 수 있다 보니까 지역에 머물렀다면 이런 범주가 좀 바뀌다보니까 이것도 사실 이런 문화에 익숙하게 지냈던 사람과 이런 문화에 이제 진입한 사람에 차이가 생기겠죠. 예전 선배 세대들 같은 경우에는 오히려 익숙한 게 과거가 익숙하다 보니까 이런 변화가 낯설고 이렇게 해서 친구가 되겠어 이런 느낌이라면 지금 시대에 태어나서 지금 시대에 이 문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직접 만나면 굳이 그렇게 번거롭게 만나서 불필요한 시간, 내가 대화 나눌 시간도 오가는 시간을 줄여가면서 오히려 대화 나누는데 몰입하면 더 많은 시간을 몰입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이런 것도 관점과 환경에 따라서 다른 시각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이죠.
◇ 정관용> 그래요. 그러면 영화 보러 극장 가고 공연 보러 공연장이 모이고 이런 것도 이제 없어집니까, 점점?
◆ 김용섭> 없어지지는 않겠죠. 사실은 기본적인 게 이번에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불안과 불편인 거잖아요. 이 문제가 해소가 되겠죠. 하지만 자발적 격리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뭘 느꼈냐면 극장 안 가는 대신 집에서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를 많이 봤어요.
◇ 정관용> 엄청나게 늘었죠.
◆ 김용섭> 많이 보다 보니까 이게 편하네, 이게 좋네, 이걸 느낀 겁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것도 그 나름의 편안함이 있고 동시에 또 많이 모여서 봤을 때 감동이 커지는 그런 것도 있잖아요.
◆ 김용섭> 그렇죠. 그래서
◇ 정관용> 그걸 놓칠 수 있을까요?
◆ 김용섭> 그렇죠. 우리가 둘 중 하나만 선택하면 안 되는 거죠.
◇ 정관용> 둘 다 간다?
◆ 김용섭> 둘 다 가는데 비중이 이제까지는 극장 가는 사람이 훨씬 많고 반대로 넷플릭스 보는 사람이 일부였다면 이제는 그 반대가 될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러면 이제 자연스럽게 비즈니스에서의 언컨택트로 연결될 텐데 바로 그런 흐름에 맞춰서 당장 방금 얘기한 영화,극장, 공연장 이런 변화들이 있듯이 모든 비즈니스상에 그런 변화들이 있어야 되겠네요?
◆ 김용섭> 그렇죠. 사실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변화를 두 가지로 볼 수 있는데요. 하나가 산업적인 변화가 있고요. 하나가 일하는 사람의 변화가 있습니다. 먼저 산업적인 변화는 전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비싼 기업 순으로 쭉 매겨놓으면 상위권은 대부분 IT기업이 있습니다. 이미 IT가 산업의 주도권을 가진 시대잖아요. 그런데 그 IT기업들이 하는 일들이 주로 뭐냐 쭉 보면 대부분이 인공지능, 빅데이터도 있고 자율주행 자동차도 있고 로봇도 있고 클라우드 서비스도 있고 가만 봤더니 그들이 지향하는 비즈니스가 다 언컨택트 환경이에요. 우리가 직접적인 접촉을 덜 하고도 사회생활과 일할 수 있는 방법, 소비할 수 있는 방법들을 자꾸 찾아주는 게 IT산업의 방향이었던 거죠. 그러면 당연히 산업이 바뀌면 그로 인해서 발생하는 우리의 일상도 다 바뀔 수 있겠죠. 그 흐름 때문에 득을 보는 또 반대로 손해 보는 기업들이 나올 테고. 일하는 측면에서 어떤 차이가 있냐 하면, 우리는 보통 대면해야 직접 일이 된다, 이 관점을 자꾸 갖고 있다 보니까 원격으로 일하면 효율성도 떨어지고 일 잘 안 되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는데요. 모든 산업의 중심이 이미 IT라고 그랬잖아요. IT기업에서는 이걸 잘하는 기업들이 자꾸 생겨요. 대표적으로 미국의 오토매틱이라는 회사는 소프트웨어 회사인데요. 전 세계 70여 개국에 나가 있는 글로벌 기업입니다. 이 회사의 기업 가치가 30억에 달하니까 3조 좀 넘는 기업인데요. 사무실이 없어요. 70개국에 나가 있는 1100명 이상 되는 직원들이 각자 자기가 일하기 가장 편한 공간을 빌리는데요. 누군가는 공유 오피스 빌리고 누군가는 집이 편하면 누군가는 집에서 하고 누군가는 카페에서 하고 여기에 대한 비용을 대주는데 놀라운 사실은 이 회사가 매년 더 성장한다는 거예요. 우리는 이렇게 각자 알아서 하게 되면 일이 될까 했는데 그런 회사가 돈을 잘 버는 게 또 그렇고.
◇ 정관용> 사무실이 한 곳도 없어요?
◆ 김용섭> 없어요. 본사도 없어요.
◇ 정관용> 참.
◆ 김용섭> 더 놀라운 사실은 이 회사가 채용도 비대면으로 해요. 어떤 사람은 거기 일하면서 한 번도 사장 얼굴을 본 적 없이 일하는 거인 거죠.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채용 기간이 5개월입니다.
◇ 정관용> 그래요?
◆ 김용섭> 5개월 동안 뭘 할까 싶은데 5개월 동안 우리는 보통 서류 보여주고 면접하고 이게 대부분 끝이잖아요. 서류하고 면접을 통해서 1차적으로 찾은 인재에게 일을 시켜봐요.
◇ 정관용> 5개월 동안. 그 실적을 보는 거군요.
◆ 김용섭> 왜냐하면 소프트웨어 중심의 회사니까 개발을 시켜보는데 돈을 다 줘요. 월급을 다 주고 일을 시켜봐요. 그래서 한 번 뽑은 사람들 신중하게 뽑다 보니까 5개월씩 걸리는 건데요. 이 회사가 면접 볼 때도 보통은 그렇게 면접 보면 화상회의 하겠다 싶잖아요. 카메라를 안 써요. 텍스트 채팅만 합니다. 이게 좋은 점이 뭐냐 하면 인종, 성별. 사실은 이거는 그렇죠. 일 잘하는 사람들 뽑겠다는 거죠. 그런데 보통 이제까지 컨택트 중심의 사회에서는 우리가 그러한 차별을 없앤다고 했어도 사실 암묵적으로 남아 있는 차별들이 꽤 있었잖아요. 그런 부분들을 이 회사는 이 관점을 없애고 있다는 거죠.
◇ 정관용> 그래서 5개월 동안 실적이 좋으면 그다음부터는 계약 기간이 길어지는 겁니까? 어떻게 되는 거예요?
◆ 김용섭> 5개월은 말 그대로 사람 뽑는 기간이었으니까 그렇게 되면 이제 직원이 되는 거인 거죠.
◇ 정관용> 단합대회도 한번 안 해요?
◆ 김용섭> 1년에 한 번씩 전체 직원들이 다 모이는 날도 있다고는 하고요. 그리고 부서별로 몇 달에 한 번 모이기는 하는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아는 이 회사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잖아요. 단합대회 한다고 전 세계에서 다 모으기가 쉽지는 않을 텐데 온라인 기반해서 일을 하는데도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사례라서 제가 말씀드렸던 거고, 모든 기업이 오프라인 다 버리자는 게 아니고. 각각의 기업의 속성에 맞게끔 오프라인이 좀 더 유리한 기업은 그렇게 하고 온라인이 유리한 기업은 그렇게 하는데, 이제까지 우리의 관점은 모두 오프라인에 있어야 좀 편하지 않을까라고 오해했던 관성이 있었다는 거죠.
◇ 정관용> 다음으로, 공동체에 있어서 언컨택트. 용어가 생소한데, 공동체에서의 언컨택트. 어떻게 되는 거죠, 이게?
◆ 김용섭> 사실 우리가 함께 살고 있잖아요. 함께 살고 있는데 이번에 코로나로 어떤 일이 생겼냐 하면 식당들이 다들 장사를 많이 안 했죠. 그런데 식당 중에서도 프라이빗룸이 있는 식당은 장사가 잘됐어요.
◇ 정관용> 그랬죠.
◆ 김용섭> 즉 끼리끼리 문화가 더 강화되는 거거든요. 백화점도 VIP 고객들은 매출이 늘었어요.
◇ 정관용> 명품 매출이 더 늘었다면서요?
◆ 김용섭> VIP 고객들이 오는 공간은 소독도 열심히 하고 몇 번씩 방역도 하고 그래서 안전하게 그들만의 공간을 만들어두니까 손님이 늘었다 이거죠. 공동체라는 것은 사실 우리 사회가 다양한 구성에서 연결이 돼야 되는데 아무래도 연결이 제한적으로 양극화될 소지가 높아졌다는 거고요. 이번에 코로나 때 어떤 일도 있었냐면 부자들은 격리 기간에 별장 가는 사람이 있었어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용섭> 사실 이게.
◇ 정관용> 해외에서 또 화제가, 논란이 된 사람들 많이 있잖아요.
◆ 김용섭> 맞습니다. 그래서 이제까지는 양극화라는 것이 경제적인 문제만 얘기했었는데 어느 순간 생명에도 사실 연관 있고요. 우리의 삶의 가치에서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다 보니까, 공동체라는 것은 함께 살아가는 사회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이 문제를 해소하는 것이 사실 사회적 충분한 어젠다가 될 필요가 있다는 거죠.
◇ 정관용> 어떻게 해소할 수 있어요, 그런 거를?
◆ 김용섭> 사실 이 문제가.
◇ 정관용> 답이 딱 안 떠오르네요.
◆ 김용섭> 복지 문제나 기본소득 문제나 이런 측면에서 사실 풀어줄 문제가 좀 있고요. 그리고 언컨택트 디바이드도 사실 굉장히 심각한 문제가 되는데요. 언컨택트 환경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요즘 햄버거 하나 먹을 때도 사람한테 주문 못하는 데 많잖아요. 다 키오스키 단말기에다가 주문해야 되는데 그런 사람들은 햄버거도 주문 못하는 사람 있고 어떤 사람은 주차장도 이제는 주차장 게이트에 사람 없이 그냥 단말기에다가 계산하잖아요. 이런 거 익숙치 않은 사람들은 사실 움직이지도 못해요. 이런 사람들이 겪는 걸 언컨택트 디바이드라고 할 수 있을 텐데요. 이걸 해소할 방법도 사실은 이제까지 디지털 디바이드를 해소하기 위해서 노력했던 것처럼 정부나 나서야 되는 거죠, 사회가.
◇ 정관용> 이렇게 언컨택트가 전 분야에서 가속화된다. 그러면 한국 사회는 원래 옛날부터 우리가 남이가? 혈연, 지연 따지고 이런 게 좀 있었잖아요. 거기에도 근본적 변화를 가져오겠는데요?
◆ 김용섭> 그렇죠. 한국 사회가 엄밀히 따지면 과잉 컨택트 사회였다고 볼 수 있죠.
◇ 정관용> 꼭 헤어질 때 언제 밥 한번 먹자, 한잔해 이러고서 헤어지잖아요.
◆ 김용섭> 직장에서도 회식이라는 것도 그래요. 이참에 어떤 변화가 생겼냐 하면 그 회사의 구내식당이라는 데가 밥만 먹는 데가 아니잖아요. 보통 구내식당의 좌석이 8명 앉는, 6명 앉는 이런 좌석들을 많이 만들어놔요, 기업들은.
◇ 정관용> 요즘 그거 한쪽으로만 앉게 또 시키잖아요.
◆ 김용섭> 칸막이도 만들고. 그런데 이제까지 보통 구내식당에 그렇게 많은 사람이 앉게 만들었다는 의미는 밥만 먹는 공간이 아니고 어울리는 공간이라고 해서 설계를 한 거잖아요. 그런 코로나 생기기 이전부터 재작년부터 구내식당 설계를 할 때 1인석 비중을 높여달라는 기업들이 자꾸 생긴대요. 코로나와 상관없이도 이미 사람들이 혼자 있는. 1인 가구도 많이 늘었고 굳이 뭉쳐서 어울리는 문화가 주는 불편함들이 있으니까 이런 걸 탈피하겠다는 사람이 조금조금 나오기 시작했는데 코로나를 계기로 그게 증폭된 거죠. 그러다 보니까 나이가 있는 사람들도 칸막이에서 밥을 먹어보는 연습을 해 본 거잖아요. 그전까지 나이 있는 사람들은 그런 거 안 하고 젊은 사람들만 칸막이에서나 혼자 1인석에서 먹었다면 이런 변화 자체가 한국 사회에서 밥 같이 안 먹어도 되는구나. 회식 같이 안 해도 되는구나.
◇ 정관용> 혼밥, 혼술 이런 것 그렇죠? 그런데 이거는 엄격하게 세대 간에 차이가 너무 커요.
◆ 김용섭> 그렇죠. 그런데 이것도 세대 간의 차이라기보다 시대의 차이라는 거죠.
◇ 정관용> 그런데 대체로 세대별로 경험한 바가 다르기 때문에.
◆ 김용섭> 그렇죠.
◇ 정관용> 그렇죠?
◆ 김용섭> 왜냐하면 우리가 경험한 바에 따라서 사고하고 행동할 수밖에 없잖아요. 그런데 지금 시대가 상대적으로 젊은 친구들은 언컨택트 환경의 변화를 미리 감지하고 많이 했죠. 그렇게 바뀌어가는 걸 익숙하게 해 봤고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과거의 관점으로 유지하다 보니까 아직 덜했죠. 그런데 이번 계기로 그걸 안 하면 너무 불편해지는 거예요. 밥 먹기도 어렵고. 미국에서 식당들, 패스트푸드가 다 문 닫았는데 유독 특정 한 회사는 장사가 잘됐어요. 그 회사는 문 안 닫고 거의 다 장사했거든요.
◇ 정관용> 왜요?
◆ 김용섭> 그 회사는 이 일 생기기 이전부터 뭘 강화했냐면 드라이브스루하고 픽업사이드 그러니까 차가 오면 점원이 뛰어나와서 물건 주는 이런 픽업 이런 걸 굉장히 강화시켜놨었어요. 왜냐하면 젊은 친구들은 거기 앉아서 뭘 시키는 게 아니고 가기 전에 이미 모바일로 내가 먹을 걸 시켜놓고 걸어가는 동안 물건이 나오면 갖고 가는 거잖아요. 이런 환경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점점 많아질 걸 고려해서 그 회사는 바꿔놨던 거예요. 그 덕분에 이런 상황에 기회를 만난 기업이 된 거고요.
◇ 정관용> 그럼 우리 사회도 이제 혈연, 지연, 학연 안 따지는 사회로 바뀔까요?
◆ 김용섭>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봐요. 물론 코로나가 지나고 나면 다시 회귀하려고 애쓰는 사람들도 있을 겁니다. 왜냐하면 그걸 따져서 이득 본 사람들이 많이 있잖아요. 그런데 반대로 그걸 따져서 손해 본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젊은 친구들은 이득 볼 게 많지 않거든요. 이번에 기업들이 재택을 하면서 화상회의라는 걸 많이 해 봤어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용섭> 이걸 하면서 뭘 느꼈냐 하면 화상회의를 했더니 일이 잘 된다는 얘기를 자꾸 해요. 불필요한 얘기를 안 하거든요. 이제까지 사람들하고 회의를 하게 되면 상사가 자꾸 농담도 이상한 거 하고 쓸데없는 얘기하고 그런데 이게 줄어들고 일 자체만 자꾸 얘기하게 되다 보니까 오히려 발언권도 직급이 주로 발언하는 게 아니고 그 일에 대한 답이 있는 사람 위주로 발언을 하다 보니까. 이렇게 되면 직급과 나이와 무관하게 실력 있는 사람들이 실력이 자꾸 늘어나게 돼 있어요. 그리고 또 이번에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 많이 했잖아요.
◇ 정관용> 그렇죠.
◆ 김용섭> 우리나라의 사이버대학이라는 데가 이미 10년 전부터 시작됐는데 일반 대학에 비해서 사이버대학은 등록금이 좀 싸죠.
◇ 정관용> 싸죠, 많이 싸죠.
◆ 김용섭> 사회적 인식도 뭔가 좀 낮은 취급 받죠. 그런데 이번에 수업을 해 보니까 사이버대학의 교수들의 콘텐츠가 훨씬 질이 좋아요.
◇ 정관용> 당연히 그랬겠죠. 그쪽은 오래전부터 더 준비를 했으니까.
◆ 김용섭> 반대로 얘기하자면 기존에 일반 대학의 교수들은 이런 변화가 계속 감지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안 했다는 거잖아요. 오프라인이 가지는 권위에 계속 있으면서 변화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이러다 보니까 학생들이 이제까지는 학교에서 그 수업을 들을 때 선생님의 수업 내용이 별로라도 말은 안 했었지만 이번에는 별로다 보니까 등록금을 환불해 달라는 얘기를 하잖아요. 이제까지 교수의 권위에 수업 콘텐츠를 가지고 저항한 적은 없었는데 그 저항이 생겼다는 거도 큰 변화죠.
◇ 정관용> 언컨택트로의 획기적 그리고 급속도로의 진전. 그러나 파편화, 개별화는 아니다, 새로운 사회다 이거죠?
◆ 김용섭> 우리가 사실 계속 사회적 동물일 거고요. 계속 연결돼서 살 겁니다. 다만 과잉 컨택트 환경에서 우리도 연결되면서 불편했던 것들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걷어내는 과정이라고 보는 게 오히려 나을 수 있고 진화라는 게 개개인의 욕망으로 진화가 되는 게 아니잖아요. 이미 사회가 오랜 시간 동안 진화시켜왔던 흐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게 되면 오늘 다루지 않았던 가정, 가족의 의미 이런 것들은 또 좀 달라지겠네요.
◆ 김용섭> 바뀌어지겠죠.
◇ 정관용> 훨씬 더 그 쪽이 강화될 수 있겠네요.
◆ 김용섭> 사실 가정이라는 것도 이제까지 우리는 무조건 결혼하고 아이 낳고 이걸 보편적으로 봤잖아요. 그런데 이 흐름에 대해서도 사실은 다양한 관점이 나올 수 있겠죠. 결혼은 굉장히 오래된 제도였다면 이 변화는 사실 시대 변화, 기술적, 산업적 변화에 따라서 관점이 다릅니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시사자키 특별기획 <코로나19, 신인류시대> 오늘 6번째 시간 언컨택트 사회라는 제목으로 날카로운상상력연구소의 김용섭 소장과 함께했습니다. 오늘 고맙습니다.
◆ 김용섭>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