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산모가 출산 후 약 9시간 만에 숨진 사건에 대해 유족이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글을 올려 억울함을 호소하고 나섰다. (사진=청와대 홈페이지 갈무리)
강원 속초지역의 한 분만 산부인과에서 30대 산모가 출산 후 약 9시간 만에 숨져 유족이 문제를 제기(CBS노컷뉴스 12월 12일)하고 나선 가운데 해당 산부인과에서 이미 크고 작은 의료사고 논란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속초지역에 사는 A씨(40)는 해당 분만 산부인과를 상대로 4년 동안 소송을 진행 중이다. 4년 전 아내(39)가 출산을 위해 제왕절개 수술을 했는데 태어난 아이 다리에 문제가 생긴 것이 발단이 됐다.
A씨는 취재진과 통화에서 "첫째도 같은 산부인과에서 제왕절개로 출산했던 터라 별다른 의심 없이 찾았다"며 "그런데 첫째와 달리 둘째 아이 출산수술 이후 산부인과에서 다리 쪽 엑스레이를 찍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고, 확인 결과 오른쪽 허벅지에 금이 간 것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어 "먼저 엑스레이를 찍자고 한 것 자체가 뭔가 문제가 있어서 말을 꺼낸 것 아닌가 생각한다"며 "사고 이후 곧바로 강릉의 한 병원으로 가 치료를 받은 덕분에 현재는 별다른 이상은 없지만, 산부인과 측에서 아이 다리골절 이유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도 없을뿐더러 사과나 보상도 없어 결국 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A씨에 따르면 최근 2심 결심 공판에서도 당시 수술을 한 의사는 '무죄'가 나왔다. A씨는 "수술실에 폐쇄회로(CC)TV도 없어 의료진 이야기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관련한 판례도 없는 터라 '의사 선택이 최선일 거다'는 식으로 결론이 난 것 같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현재 A씨의 둘째 아이는 1년에 한 번씩 강릉의 한 병원에서 정기치료를 받고 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수술을 진행한 의사는 해당 산부인과 부원장으로, 사고 이후 병원을 떠났다.
아이의 사고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는 A씨는 "끝까지 소송을 진행해 사고 원인을 꼭 밝혀내겠다"는 입장이다.
의료사고를 경험했다고 토로하는 피해자는 또 있다. 속초지역에 사는 B씨(여.63)씨의 딸은 지난 2015년 해당 산부인과에서 출산을 했는데, 하마터면 신생아가 잘못될 뻔했다.
B씨는 "딸이 출산하고 저녁에 신생아실에 찾아갔는데 아이가 이상하게 너무 낑낑댔다"며 "그런데 신생아를 돌보는 간호사 등 누구도 별다른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것 같아 직접 의료진에 '이상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전했다"고 기억을 더듬었다.
이어 "그제야 좀 들여다보는 듯하다 아침이 돼서야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강릉의 한 병원으로 급히 이송했다"며 "알고 보니 양수를 뱉게 해줘야 하는데 제대로 뱉지 못하면서 산소공급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B씨는 "당시에 제가 이상증세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아이는 어떻게 됐을까, 생각하면 너무 아찔하다"며 "아이가 건강해지는 데에만 신경을 쓰느라 그냥 넘어갔는데, 이번 일을 전해 들으니 확실히 개선이 필요할 것 같다"고 지적했다.
주민들에 따르면 해당 분만 산부인과에서는 제왕절개를 하다 아이 머리를 잘못 건드려 상처를 냈고, 출산 후 산모가 중태에 빠져 겨우 회복하는 등 최근 5년 사이 각종 의료사고 논란이 잇따랐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는 분만 산부인과에서 이전에도 의료 사망사고가 있었다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어 주민들의 불안은 더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속초지역에서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산부인과는 달랑 1곳으로, 열악한 산부인과 의료시설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속초지역을 포함해 양양군과 고성군을 아우르는 강원영동 북부권을 통틀어서도 분만 산부인과는 고작 1곳뿐이다.
이 때문에 강원 영북권 주민들은 분만 산부인과 의료시설 이용 접근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주민들은 "그나마 속초에서 가까운 큰 병원은 강릉에 있는데 이동 거리만 한 시간으로, 자유롭게 오가며 진료를 받는 데 한계가 있다"며 "속초에도 제대로 된 병원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의료사고 논란에 대해 해당 분만 산부인과는 "산모는 저희 산부인과에서 정상적으로 잘 분만했는데, 출산 이후 출혈이 지속돼 논의 끝에 강릉의 한 병원으로 이송하게 됐다"며 "강릉으로 옮겨진 병원에서 4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저희한테만 책임을 묻는 상황은 억울하다"고 호소했다.
이어 "열악한 환경에서도 어떻게서든 분만 산부인과를 운영하려는데 유언비어와 마녀사냥식 이야기들은 저희를 두 번 죽이는 일"이라며 "4년 동안 이어진 소송은 이미 이곳을 떠난 의사로 저희 분만 산부인과와는 관련이 없는 일이고, 나머지 사례들과 증언들 역시 저희 산부인과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