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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규제' 강경책 들고 나온 日···과거사 힘겨루기? 정치적 목적?



국방/외교

    '수출규제' 강경책 들고 나온 日···과거사 힘겨루기? 정치적 목적?

    日 내부에서도 수출규제 정책 우려의 목소리 나와
    아베 정부, 지지층 결집 위한 정치적 계산
    과거사 매듭 지으려 힘겨루기 시도?···정치적인 이유로만 해석해선 안돼

    G20 개막식에서 만난 한일정상(사진=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사실상 강제징용 판결에 대한 보복 조치로서 수출 규제 카드를 들고 나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지지층 결집이라는 정치적인 계산도 깔려 있지만, 근본적으로 강제징용 판결에 따른 재산압류 등 후속 조치에 대한 강한 경계를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지난 1일 반도체와 TV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수적인 소재 세 품목에 대해 한국만 콕 집어 수출 규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자유무역'을 외친지 단 이틀만에 작정한 듯 보복카드를 꺼낸 것이다.

    일본 내부의 반응은 복잡하다. 과거사 문제로 한국에 끌려다녀서는 안된다는 정서가 존재하는 한편, 수출 규제는 기본 일본 기업에게도 분명한 타격이기 때문에 일본 국내 언론 사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상황이다.

    대표적인 경제신문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아시아 반도체 산업의 공급망을 해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일본이 통상규칙을 자의적으로 운용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일본제 반도체 재료가 안정적으로 조달되지 못한다면 중장기적으로 한국 기업들의 일본 탈출로 이어질 수 있다"고도 지적하며 장기적인 부작용을 우려했다.

    오랜시간 긴밀하게 이어온 한일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하더라도 이번 보복 조치가 일본에게도 반드시 득이라고만 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수를 둔 일본 정부의 선택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내놨다.

    우선 지지부진한 개헌 논의에 불씨를 붙여 보겠다는 일본 아베 총리의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헌법에 자위대를 명기하고 이를 통해 전쟁 가능 국가로 만들겠다는 아베 총리의 개헌 논의는 현재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아베 총리가 보름도 채 남지 않은 참의원 선거에서 대승을 거두고 지지세력을 결집시켜, 다시 개헌 강행에 도전해 보겠다는 것이다. 지지세력을 결집하기 위한 '외부의 적'이 우리나라가 된 셈이다.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일본 내 대중 인식도 올해 초까지 갈등 국면에서 장관회담을 제안할 정도로 화해 무드로 접어들고 있고, 대북 인식 역시 북일 정상회담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누그러졌다"고 설명했다. 결국 참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용할 수 있는 카드가 '한국과의 갈등'밖에 남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지난달 30일 열린 남북미 회동을 통해 또다시 '일본 패싱' 논란이 일었던 것과도 연관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도쿄신문은 2일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강조하고 있지만 판문점 회동에 아무런 관여도 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외교적 성과를 강조해 온 아베 정부가 참의원 선거를 목전에 두고 이같은 논란이 또다시 일어나자 한일 과거사 갈등으로 다시 여론의 시선을 옮기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본 내 정치적 상황이 이번 보복 조치의 유일한 배경이라고 보는 시각은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기본적으로 일본 기업들에 대한 강제압류 조치 등 시한이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아베 총리가 '한국이 피해자'라는 프레임을 뒤집겠다는 의도도 섞여 있다. 이번에 '국제법을 지키지 않는 한국'이란 비판을 하며 바짝 조여나가겠다는 것이어서 해결책도 단순하지는 않다"고 설명했다.

    이원덕 국민대 국제학부 교수는 "정치일정 상 선거에 미치는 영향 등을 정치인으로서 당연히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일본은 (이번 조치를 통해) 우리 대법원 판결에 대해 전혀 응대할 생각이 없고, 이 판결에 대해 분노하고 있음을 강하게 드러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과거사에 대한 배상 책임에 대해 선례를 남기지 않겠다는 것이고, 일본 기업에 대한 강제 압류에 대해 민감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이라면서 "이 문제에 있어서 더이상은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을 강하게 전하고 있다. 만일 강제압류가 실제로 이뤄지면 이번 보복조치보다 더 큰 조치가 따를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우리 정부의 보다 치밀한 조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외교소식통은 "이번 강제징용 판결 이후 우리 정부의 컨트롤 타워가 어디인지 모호한 느낌"이라며 "태스크포스는 총리실 산하에 세웠는데 주체가 청와대인지 총리실인지 외교부인지 애매해 보인다. 일본이 치밀한 계산을 하고 있는만큼 우리 역시 이번 사안에 대한 대처를 재정비할 필요가 있어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원덕 교수는 "일본이 배상 등 조치를 못하겠다며 강공책을 들고 나오는데 우리 정부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일본 측에서는 강제징용 줄소송을 염려하는데 이 경우 강제징용 관련 피해배상의 규모 등을 정확하게 논의해야 해소되는 것"이라며 온도차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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