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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캅스' 감독 "재밌자고 만든 포인트 좋아해 주셔서 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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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걸캅스' 감독 "재밌자고 만든 포인트 좋아해 주셔서 안도"

    [노컷 인터뷰] '걸캅스' 정다원 감독 ①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걸캅스' 정다원 감독을 만났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이 기사에는 영화 '걸캅스'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영화 별점과 한줄평은 영화를 아직 안 본 관객들에게 영화의 인상을 좌우하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어떤 영화가 이른바 '별점 테러'를 당하는 일은 더 이상 낯선 '특이 사례'가 아니다.

    지난 9일 개봉한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도 마찬가지였다. 한국영화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여성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수사극이라는 것이 알려지면서 개봉하기도 전에 별점 테러를 당하는 수난을 겪었다.

    일부 네티즌은 여성 형사물이라는 점을 문제 삼아 '페미 영화'라고 강한 불만을 표출했다. 제작비 150억 원을 들이고도 영화 내용이 부실하다고 비판받았던 '자전차왕 엄복동'을 들어 '걸복동'이라고 조롱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분명히 이런 상황과 대사가 나올 것이라며 각종 클리셰를 동원해 쓴 '걸캅스' 가상 시나리오는 한때 온라인상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게시물이었다.

    제작진도 배우들도 이 같은 부정적 이슈를 알고 있었다. 하지만 영화를 보면 아마 예상과 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팔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정다원 감독은 "똑같은 형사물이었고 성별만 바꿨을 뿐인데 이렇게 이슈화될 줄 몰랐다"면서 "오락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오늘(9일) '걸캅스' 개봉 날이다. 지금 기분이 어떤가.

    떨리는 건 없다. 그냥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기대가 되고 궁금하다.

    ▶ '장기왕: 가락시장 레볼루션'(2017)을 만들고, 이번이 장편 상업영화 첫 데뷔작이다. 좋았던 점과 힘들었던 점은.

    저는 독립영화를 엄청 고생하면서 했었다. 오히려 사실은 편했다. (웃음) 독립영화는 혼자 다 해내야 하는 부분이 엄청 많다. 감독, 제작, 프로듀서도 다 같이 해야 하니까. 상업영화는 확실히 전문가들이 다 맡아서 각 파트를 해 주시지 않나. 그런 게 너무 좋았다. 이렇게 많은 스태프들과 일해보는 것도 처음이어서 너무 재밌었다. 하루하루가 매일 재밌었던 것 같다.

    ▶ 언론 시사회 때는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런 걸 해 본 것도 처음이었다. 다행인 건, 저희 쪽 관계자들이 기자 시사가 (반응이) 원래 박한데 많이들 좋아해 주신다고 한 거였다. 그래서 '아, 다행이다' 하고 들어갔는데도 떨리더라. 많은 분들 앞에서 얘기하는 자리가 어렵더라. 말 하나 잘못 하면 (그게 기사로) 다 나가는 거라서 그게 제일 떨렸다. 다른 배우분들은 인터뷰를 많이 해 보셨을 텐데 저한테는 처음이어서.

    '걸캅스'는 왕년에 잘 나갔던 전직 형사 미영(라미란 분)과 열정과 정의감에 불타는 초짜 형사 지혜(이성경 분)가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접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비공식 수사를 벌이는 코미디다. (사진=㈜필름모멘텀 제공)

     

    ▶ 그동안 가족 시사나 유료 관객 시사 등을 거쳤는데, 그때 체감한 반응은 어땠나.

    스태프 가족 시사 때 (저도) 뒤에서 봤다. (라)미란 선배님, (이)성경 배우, (최)수영 배우랑 같이 봤는데, 코미디 영화는 다른 영화와 달리 극장에서 바로 느낄 수 있지 않나. 다행히 제가 의도하거나, 저희가 재밌자고 만들었던 포인트들을 다 좋아해 주셔서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안도가 됐다. (안 웃으실까 봐) 너무 불안했다. 코미디 영화는 그게 제일 걱정인 것 같다. 현장에서 빵빵 터질 때 너무 행복했다. (웃음)

    ▶ 제작사 대표에게 여성 형사 콤비물을 제안받아 '걸캅스'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 지금까지 시도되지 않은 것이라서 신선하기도 하고, 동시에 어렵겠다는 걱정이 들었을 것 같다. 어떤 마음이 더 컸는지 궁금하다.

    일단 저희 집은 여자 형제도 없고, 저는 고등학교도 남고 다녔고 해서 사실 어려웠다. 어려웠는데 많은 분들의 도움도 받았고 많은 취재를 하면서 만들 수 있었다. 처음에는 '이 영화는 정말 어렵겠구나. 앞으로 가야 될 길도 나한테는 큰 도전이겠구나'라고 생각을 많이 했다. (웃음) 지금도 이 영화가 도전의 영화라고 생각한다.

    사실은 초반에는 투자하시는 분들에게 두 분(주인공) 다 남자로 하면 (투자)하겠다는 얘기도 들었다. 근데 저도 그렇고 제작사 대표님도 워낙 고집이 있다. 이왕 시작한 것 끝을 한번 봐 보자는 마음이었다. (웃음)

    ▶ 국내 최대 배급사로 꼽히는 CJ엔터테인먼트가 배급을 맡았다. 제작 과정에서 우여곡절이 있어서 기분이 더 남달랐을 것 같다.

    일단 신기했다. 제가 어릴 때 그 폭죽 터지는 화면을 많이 보고 자랐는데 제 영화에 그게 담긴다고 생각하니 그게 되게 신기했다. (웃음)

    ▶ 시나리오를 다 쓰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

    1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마지막엔 강력반 형사님들도 많이 만나서 조사하고 인터뷰하며 디테일을 쌓아나갔다. 일단은 실적의 압박이 있긴 있으시더라. 소위 '메인 팀'에 대한 부러움이 있더라. 실적 되는 사건이 그런 팀에 오니까. 조사하면서 새롭게 알게 된 건 이런 거였다. 형사과와 강력반이 다른 점. 정확한 피의자가 있으면 (사건이) 형사과로 넘어가고, 피의자를 모르는 상태에서 누군지 조사하는 게 강력반이더라.

    '걸캅스'에 등장하는 주요 사건은 디지털 성범죄다. 신종 마약을 동원해 여성의 의식을 잃게 하고 불법촬영한 후 이를 유포하는 무리가 등장한다. (사진=㈜필름모멘텀 제공)

     

    ▶ 이미 만연해 있어서 여성들이 공포와 불안을 호소했던 디지털 성범죄를 주요 사건으로 다뤘다.

    형사물에는 안타고니스트(주인공과 대립하는 역할, 혹은 악역)가 필요하지 않나. 잡아야 하는 대상이 필요하니까. 제가 제안받은 건 여성 콤비물로 시나리오를 써 달라는 거여서, 어떤 범죄가 제일 현실적이고 공감을 많이 살 수 있을까 가장 고민했다.

    그 당시 탐사 채널을 우연히 보게 됐고 뉴스도 봤다. 이런 범죄는 뭔가 처벌도 어렵고, 처벌되어도 (강도가) 미약하다고 하더라. 영화 안에서 (그 범죄자를) 잡으면 카타르시스가 있겠다 싶었다.

    저는 형사물에서 딱 한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게 통쾌함이다. 잡았을 때의 통쾌함, 그걸 보여줄 수 있겠다 싶었다. 이것도 도전이지만, 디지털 성범죄 범인을 잡는 것으로 하면 더 희열이 있겠다고 판단했다.

    ▶ 시나리오를 쓰면서 어떤 자료를 참고했는지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줄 수 있나.

    대부분은 탐사 채널이었던 것 같다. 피해자 가족 인터뷰도 봤다. 의뢰를 받고 그런 흔적(불법촬영물)을 지워주는 분도 있더라. 다 지웠다고 하는데 몇 개월 뒤에 보니까 남아있다는 언론 보도를 봤다. 그래서 극단적인 선택을 하신 여성분들도 있다고 들었다. 잘 몰랐는데 그런 걸 보면서 정말 심각하구나 하고 통감했다.

    ▶ 성범죄를 소재로 하면 불필요하게 선정적으로 갈 수 있다. '걸캅스'는 그런 식의 묘사가 거의 없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그 부분에) 모든 제작진이 신경을 썼다. 사실 이 안타고니스트를 정말 잡고 싶은 마음이 들게끔 하는 연출법이 있는 것 같다. 실제 범행을 보여주는 건, 시각으로 느껴지는 걸 극대화시키는 것인데 어떻게 보면 그건 쉬운 연출법이라고 생각했다. 저희는 그러지 말자고 생각했다. 이 범행이 어떤 건지는 다 알고 있다. 전시하듯이 굳이 대상화해서 연출하지 말자고 저 스스로도 많이 생각했다.

    어떻게 보면 메인 악당이 약해 보일 수도 있다. 그래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디지털 성범죄는) 워낙 만연한 범죄니까. 이 범죄가 저열하고 비열하다는 건, 모두가 다 아는 거니까 굳이 그렇게(선정적인 묘사)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

    '걸캅스' 정다원 감독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 디지털 성범죄 사건을 다루면서 대상화, 불필요한 전시를 피하려고 했다고 했는데 영화를 만들면서 지키려고 했던 원칙이 또 있었나.

    시간 내에 찍어야겠다는 원칙이 있었다. (웃음)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저도 연기적으로는 계속 테이크 마음에 안 들면 가는 편이다. 대신에 세팅 같은 걸 철저하게 계획했다. 거기서 발생하는, 허둥지둥하는 시간을 줄이자는 연습을 많이 했던 것 같다. 또 (이런 사건에) 저 스스로도 무지했기 때문에 조심해서 담자는 마음이었다.

    ▶ 영화가 개봉하기 전부터 별점 낮추기를 하거나 보지 않고 욕하는 반응이 있었다.

    일단은 단지 익숙하지 않아서 오는 반작용인 것 같다. 그냥 똑같은 형사물이었고 성별만 바꿨을 뿐인데도 이렇게 이슈화되는 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다. 현재 젠더 갈등이 심각한 건 맞는 것 같다. 그건 인정한다.

    하지만 저희 영화는 오락 영화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웃음) 정말 오락영화의 구조를 갖고 있다. 라미란 씨 말처럼 가볍게 즐기다가 (다 보고) 살짝 무거운 마음만 가져가시면 되는 영화다. 가족 구성원에 대한 얘기도 나와서 저는 오히려 가족영화라고 생각한다. (웃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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