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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드 바셈'' 유대인은 과거를 잊지 않는다" 취재를 마치며

"''야드 바셈'' 유대인은 과거를 잊지 않는다" 취재를 마치며

  • 2005-04-11 15:13

[CBS연속기획-이스라엘 자주국방의 비밀④] "과거의 기억은 미래의 약속"

'통곡의 벽' 앞에서 기도하는 랍비 (예루살렘=홍제표기자/CBS정치부)

 


최근 한일간에 불거진 독도문제는 일본을 한미일 3각동맹에서 떼어내 긴 역사의 안목에서 바라보게 한다. 이에 앞서 고구려사 시비를 제기한 중국은 또한 이념의 색깔과는 다른 차원에서 우리를 압박한다. 냉전은 해체됐고 동북아 역사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북한의 위협은 여전한 가운데 지역 패권을 추구하는 중일의 기세가 무섭다. 과연 역사는 반복되는가?

참여정부가 내건 ''''협력적 자주국방''''의 관점에서 보면 협력은 외교이고 자주는 주권이며 그 요체는 국방이다. 스스로를 지켜낼 힘이 없을 때 외교도, 동맹도 헛된 것임을 숱한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보다 늦게 나라를 세웠지만 앞서 자주국방의 기초를 다진 이스라엘은 훌륭한 타산지석이 아닐 수 없다. CBS는 이스라엘의 최대 방위산업체인 IAI사 초청으로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했다. IAI는 한국 공군의 조기경보기(E-X) 도입사업을 놓고 미국 보잉사와 경쟁하는 업체이지만 현지 취재를 통해 바라본 모습은 그 이상의 시사점을 던져줬다.


<글 싣는 순서>

1.이스라엘 방위산업의 자부심, IAI
2.글로벌 경쟁력의 비밀
3.한국 E-X시장 놓고 美보잉과도 불꽃 경쟁
4.''야드 바솀'' 유태인은 과거를 잊지않는다


이스라엘이 자주국방력 확립에 유독 집착하는 이유는 홀로코스트(유대인 대학살)의 참혹한 기억 때문이다.

2차대전 기간에 독일 나치정권에 의해 희생된 유대인은 무려 600만명으로 이는 당시 유럽 내 유대인의 2/3에 이르는 숫자다.

유대인은 그 이전에도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나 세계 각지에서 이산 생활(디아스포라)을 하는 동안 크고 작은 홀로코스트를 이미 수차례 경험했다.

우수한 두뇌를 바탕으로 정치, 경제적 영향력은 넓혀가면서도 현지 사회에는 좀처럼 동화되지 않은 채 자기 정체성을 고수하는 이방인을 곱게 봐줄리는 만무했던 것이다.



2차대전 중 6백만명 희생, 유럽 내 유대인의 2/3

나라잃은 설움을 누구보다 잘 알았던 유대인들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과 함께 무엇보다도 먼저 홀로코스트 기념관을 지었다.

예루살렘 시 외곽에 있는 기념관의 정식 명칭은 ''''야드 바셈(Yad Vashem)''으로 히브리어로''''(희생된 사람들의) 이름을 기억하자''''는 뜻이다.

지난달 말 기자가 방문했을 때 야드 바셈의 정문에는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이라는 개관 50주년 기념 표어가 붙어 있었다.

방문객들이 반드시 들리는 코너 가운데 하나는 600만명의 홀로코스트 희생자 중 150만명에 이르렀다는 어린이 사망자를 추모하기 위한 방이다.

홀로코스트 당시 죽음의 가스실이 그러했을 듯 칠흑같은 어둠 속으로 들어서니 5,6미터쯤 돼보이는 천정부터 바닥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촛불이 허공에 매달려 희미하게 빛났다.

마치 세상을 저주하고 신마저 원망하며 이승을 버렸을 어린 원혼들이 숨죽여 우는 듯 했다.

개관 50주년 표어 ''''과거를 기억하는 것은 미래를 약속하는 것''''

하지만 그 밖의 다른 전시물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익숙해진 기록 사진이 주종을 이룰 뿐 예상 밖으로 ''''평범''''했다.

기념관측은 이와 관련, "과거에는 유대인 희생자들의 피부를 벗겨내 제작한 대형 북이 전시된 적이 있다"고 밝혔다.

당시 무심코 견학왔던 이스라엘의 어린 학생들은 북 가죽이 자기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살갗을 오려붙인 것이란 사실에 경악하며 통곡의 순례를 했다고 한다.

기념관은 이처럼 초기 전시물의 이미지가 너무 강렬한 충격을 준다고 판단, 그 이후 일부 기념관을 폐쇄했다.

이스라엘 정부는 그러나 전후 신세대들이 점차 아픈 ''''과거사''''를 잊어가는 세태를 우려해 다시 기념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최근에는 600만명에 이르는 희생자의 전원을 데이터 베이스로 만들고 새 역사박물관을 세우는 등 개편작업을 벌였다.

희생자의 명부에는 각자의 이름과 나이, 고향은 물론 사망날짜와 사망한 수용소의 이름, 수인 번호, 수용소로 실려갈 때 타고간 열차의 번호에 이르기까지 추적 가능한 모든 것이 기록돼있다. 기념관의 명칭(야드 바셈)처럼 ''''이름을 기억''''하는 것이다.



전후 신세대 과거사 잊는 세태 우려, 기념사업 다시 강화

현지에서 20년 넘게 체류중인 교민 김영혜(여)씨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우리와 여러 모로 비슷한 점이 많은데 확실히 다른 점 중에 하나는 과거를 절대 잊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뼈아픈 과거에의 통찰이 스스로 채찍질을 가한 결과, 오늘날 방위산업의 선진국이자 중동의 강국을 만들어 낸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이스라엘은 지난달 15일 열린 새 역사박물관 개관식에 세계 40여개국 정상급 지도자들을 초청하면서 일본은 제외했다.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잊은 채 전범국이면서도 마치 원폭 피해자인양 행세하는 일본의 행태를 못마땅했다는 후문이다.

예루살렘=CBS정치부 홍제표기자 en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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