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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때문에 갈라진 안산…세월호 추모공원 어떻게 풀까?

3.7% 때문에 갈라진 안산…세월호 추모공원 어떻게 풀까?

  • 2018-04-15 06:00

"공원에 '납골당'이 웬 말?" vs "쉽게 기억할 수 있는 곳에…"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 자료사진

 

세월호 희생자 304명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해온 안산 세월호 합동분향소가 올해 4주기 영결식을 끝으로 철거된다.

대신 그 자리에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을 기리기 위해 봉안당을 포함한 추모공원이 추진중인데, 인근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지역주민의 휴식공간인 화랑유원지에 추모공원을 건립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

하지만 지역 주민 중에는 시민이 찾기 쉬운 곳에서 안타깝게 떠나간 희생자들을 기억하는 것이 의미 있다는 의견도 많다.

◇ "공원에 '납골당'이 웬 말?" vs "쉽게 슬픔 나눌 수 있는 곳에…"

16일 세월호 참사 4주기를 앞두고 세월호 추모공원의 위치 선정을 놓고 안산 주민들간 찬반 갈등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갈등은 제종길 안산시장이 지난 2월 국회에서 "화랑유원지에 봉안시설을 갖춘 추모공원을 2020년까지 조성하겠다"고 밝히면서 점화됐다. "희생된 학생들이 자라고 뛰어 놀던 곳에 추모시설을 품어야 한다"는 유가족과 시민단체의 요구를 수용한 결정이었다.

이에 대해 반대 주민들은 '납골당'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화랑유원지내 추모공원 조성을 격렬히 반대하고 나섰다.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결사반대 시민행동(화랑시민행동)' 회원 100여명은 지난 11일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광화문까지 거리행진을 벌였다. 또 지난 14일에는 안산시 고잔동 신도시문화광장에서는 총궐기 대회를 열기도 했다.

화랑시민행동 정창옥 공동대표는 "화랑유원지는 생활공간이다. 저녁때만 되면 아이들이 폭죽도 터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찾는 장소다"라며 "봉안시설, 납골당이 들어서면 유원지로서의 기능 상실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 대표는 이어 "안산 외곽에는 차로 5분 거리의 네 개의 공원묘지가 있다. 왜 굳이 안산의 중심인 화랑유원지에 만들려 하는지 모르겠다"며 "안산 시민들은 바로 거기에 분노하고 있는 거다. 안산 시민 4만여 명의 반대 서명을 받아서 시에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자료사진

 

반면 유가족을 비롯한 세월호 시민단체는 위치의 상징성 때문에 유원지에 꼭 추모공원을 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416 안산시민연대'는 지난 10일 화랑유원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합동 영결식에 참석, 정부가 책임지고 추모공원을 추진하겠다는 약속과 의지를 보여달라"고 요청했다. 유가족도 화랑유원지 내 추모공원 설치계획을 전제로, 4주기 영결식 뒤 분향소 철거에 동의했다.

416 안산시민연대 노세극 공동대표는 "화랑유원지는 그대로 있고, 동남쪽 끝트머리에 7천 평 정도 추모공원 한다는 건데, 전체 19만 평 중 3.7%정도 밖에 안된다"며 "그런데 유원지 전체가 공동묘지가 되는 것처럼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몇몇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이 정치적인 사안이 아님에도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416이라는 엄청난 사건에 대해 안산이라는 지역 공동체가 유족들과 아픔을 함께 나누고, 앞으로 416의 정신을 도시 정체성에 기본이념으로 삼았으면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화랑유원지를 찾은 시민들의 반응도 첨예하게 엇갈렸다.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최모(62·여)씨는 "안산 안에 다른 곳도 많은데 왜 하필이면 공원안에 그런 걸 만드냐고, 운동 올 사람들도 분향소 때문에 못 온다"며 "(유가족들이) 그렇게 원하니까, 시민들이 반대를 하지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이다"라고 추모공원 조성을 반대했다.

분향소를 찾은 안산 주민 이모(22)씨는 "안산 시민이라면 유가족들의 아픔을 그 누구보다 이해해줘야 한다"며 "안산 시민들이 쉽게 오갈 수 있는 곳에, 친구였고 가족이었고 그래서…. 같이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곳에 만들어졌으면 좋겠다"고 찬성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안산시는 찬성 반대측 인사 각각 20명, 전문가 10명 등으로 이뤄진 '50인 위원회' 구성, 의견을 조율해 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장소와 시설 등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는 부분을 이미 확정해 놓은 상황으로, 위원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될 지는 미지수다.

◇ "서로 소통하고 신뢰 쌓도록 '숙의' 과정 거쳐야…"

전문가들은 유가족들과 지역주민들의 서로 소통하고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숙의'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숙의'는 공적 이슈를 놓고 '일방적 주장 대신 경청하면서 합의를 이끌어내는 과정'을 뜻한다.

사회갈등연구소 박태순 소장은 "정부나 안산시가 피해 당사자들의 상황이나 입장을 고려해서 사업을 추진했다기 보다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행정적으로 사업을 추진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런 문제는 서로가 현실을 인식하고 있는 사실과 그에 따른 감정을 정확하게 표출할 수 있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또 갈등의 골이 깊은 상황속에서 양쪽의 입장을 중립적으로 조율할 수 있는 '제3자 역할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단국대 분쟁해결센터 전형준 교수는 "단순히 '모여서 말해보세요' 식의 대화가 아니라, 시설과 관려해 당신이 하고 있는 우려가 미래에 정말 현실이 될 것인지, 오히려 좋을 수는 없는지 과거 사례를 찾아가면서 실질적인 대화가 중요하다"며 "양쪽이 같이 앉아 있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면, 믿을 수 있는 제 3자가 양측을 오가며 얘기도 듣고, 새롭게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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