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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파면] 헌재는 '뇌물죄' 어떻게 봤나



법조

    [박근혜 파면] 헌재는 '뇌물죄' 어떻게 봤나

    형사법 위반 판단 안했지만, 헌법 위배에 담긴 해석들

    (사진=자료사진)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선언한 헌법재판소는 탄핵소추사유에 담겼던 뇌물죄나 직권남용에 대해 직접 판단해 밝히진 않았다.

    파면의 결정적 사유 가운데 하나가 최순실의 사익 추구를 위한 미르·K스포츠재단 강제모금이었지만, 결정문의 판단 부분에는 '뇌물'이라거나 '강요'라는 단어는 없었다.

    엄격한 증거법칙을 따르는 대신 헌재는 '지름길'을 택했다. 바로 '헌법'이다. 뇌물죄, 직권남용죄에 대한 해석은 '우회로'를 통해 가능해 보인다.

    ◇ 재단 강제모금…형사법 위반 대신 헌법 위배로

    (사진=자료사진)

     

    헌재는 재단 모금에 대해 헌법 15조와 23조 1항 위배를 적용했다. 박 전 대통령의 재단 출연금 요구가 기업의 자유와 재산권 침해라고 판단한 것이다.

    "탄핵심판이지, 형사재판이 아니다"라는 헌재 재판부의 레퍼토리에 그 이유가 담긴 것으로 분석된다.

    탄핵심판은 대통령을 파면할지 결정할 뿐, 형사처벌이 목적은 아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을 뇌물 피의자로 입건한 특검의 수사결과가 탄핵심판 막바지에 발표되면서 증거로 제출된 적도 없다.

    ◇ 직권남용 檢 결론과 닮은꼴 결정문 대목도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파면을 결정한 10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자택에 경찰과 취재진이 몰려 있는 가운데 자택 2층에서 경호원으로 보이는 사람이 창밖을 살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단, 검찰의 결론이었던 직권남용과 강요죄 구성 논리는 결정문 45쪽에 어렴풋이 엿보인다.

    헌재는 "박 대통령으로부터 출연 요구를 받은 기업으로서는 부담과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며 "불이익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등으로 거부하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판단했다.

    또 "박 대통령의 요구는 임의적 협력을 기대하는 단순한 의견제시나 권고가 아니라 사실상 구속력 있는 행위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기업의 재산권과 경영의 자유를 침해했다는 결론에 도달한 이유였지만, 직권남용·강요죄를 적용한 검찰 수사결과와 닮은꼴이다.

    헌재 판단 근거가 된 사실관계는 안종범 전 수석 등의 증언과 함께 검찰의 공소장에 많은 부분을 기대고 있기도 하다.

    ◇ 특검 수사 증거 제출돼 뇌물죄 판단했다면

    대한민국 헌정사상 최초로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된 10일 오후 탄핵인용 촉구 집회 참가자들이 청와대 인근으로 행진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

     

    가정적이지만 특검의 뇌물 수사 기록이 헌재에 증거로 제출됐다면, 뇌물은 '대가성 거래'인 만큼 재벌들을 '피해자'라고만 단정할 수는 없게 된다.

    이 경우 헌재가 특가법상 뇌물 혐의로 중대한 형사법 위반을 탄핵사유로 검토했을 가능성이 있다. 2004년 탄핵심판 사건에서 뇌물수수는 탄핵 사유로 판시됐다.

    ◇ "문화융성 위한 거라면 법률에 따라 공개 설립했어야"

    국회 측이 변론 과정에서 주장했던 '헌법을 위배한 권력적 사실행위' 개념을 헌재가 수긍한 측면도 일면 있어 보인다.

    국회 측은 지난 1월 23일 준비서면에서 1980년 있었던 국제그룹 해체사건에 대한 헌재의 옛 결정문을 끌어왔다.

    '왕자표 고무신'을 출시해 인기를 끌면서 80년대 재계순위에서 열손가락 안에 들었던 국제그룹은 전두환 정권의 부실기업 정리와 함께 공중분해된 것으로 알려진다.

    부실이 표면적 이유였지만, 정치자금이 다른 기업들에 비해 적다는 이유로 정권의 미움을 샀다는 설도 나왔다.

    헌재는 1993년 7월 결정문에서 "법치국가적 절차에 따르지 않는 공권력의 발동 개입은 그것이 위정자의 정치적·정책적 결단이나 국가의 금융정책과 관련된다는 이유로 합헌적 조치가 될 수 없다"고 선언했다.

    "이 경우에는 이른바 관치경제이고 관치금융밖에 될 수 없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관(官)의 이상비대화 내지 정경유착의 고리형성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헌재는 이번 탄핵심판에서 "문화융성이라는 국정과제 수행을 위해 재단 설립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면, 공권력 개입을 정당화할 수 있는 기준과 요건을 법률로 정하고 공개적으로 설립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 "비밀 엄수 의무 위배"…공무상 비밀 누설 처벌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인용된 10일 오후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진입로에서 친박단체 회원들이 경찰차벽을 넘어 헌법재판소로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 전 대통령 파면의 또 하나의 사유였던 청와대 비밀 문건 유출에 대해서도 헌재는 형법의 공무상비밀누설죄가 아닌 국가공무원법 60조 ‘비밀엄수의무 위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국가공무원법이 규정한 공무원의 비밀엄수의무를 형법에 의해 보호하는 것이 바로 '공무상비밀누설죄'다.

    박 전 대통령이 뇌물 혐의와 함께 공무상비밀누설죄에 대한 수사도 피하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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