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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이 주목받는 시대…연예인 '정치발언' 왜 어렵나



연예가 화제

    김제동이 주목받는 시대…연예인 '정치발언' 왜 어렵나

    여전히 부족한 '표현의 자유'…"발언 많아질수록 시민사회 역량도 높아질 것"

    각종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한 소신을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방송인 김제동 (사진=이한형 기자)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인해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루 앞둔 지난달 28일, 방송인 김제동은 모처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국민이 역할을 다 하고 있었으니 그래도 우리나라가 여기까지 왔구나"라며 '민주공화국의 시민들'에게 경의를 표하는 내용이었다. 그의 '정치적 의사표현'은 금세 화제가 됐다.

    한국 사회에서 연예인들이 자신의 견해를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국민 모두가 주권을 가진 '민주주의 사회'라고 하면서도, '표현의 자유'가 실현되는 장면을 목격할 수 있는 기회는 드물다. 그러다 보니 한 명의 시민으로서 의사를 가감없이 표현하는 소수의 연예인에 시선이 쏠린다.

    특히 대중들에게 친숙한 연예인일 경우 더 그렇다. 앞서 언급한 방송인 김제동이 대표적이다. 그는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발언의 '내용'으로도 관심을 받지만, 동시에 당당하게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연예인이라는 독특한 '위치'로도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 정치적 적대·억압된 표현의 자유·연예인에 대한 무시가 결합된 결과물

    그렇다면 왜 우리 사회에서는 연예인이 정치적인 발언을 하기 어려울까.

    이승한 대중문화평론가는 억압된 분위기의 원인을 역사적 배경에서 찾았다. 이 평론가는 "한국은 현재 여당이 장기집권하던 시절, 현재 야당 쪽 인사들을 고문하고 투옥하고 사건을 조작했던 과거가 있다. 반면 지금 여당 지지자들 중 다수는 한국전쟁이라는 초유의 비극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이라며 "서로가 서로를 정치적으로만 적대시하는 게 아니라 거의 종교적 열정으로 혐오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 해학'이 자리잡지 못한 풍토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평론가는 "한국에서는 '김정일 카섹스' 같은 것만 써도 고무찬양으로 잡혀가는 나라"라며 "정치적 해학이 자리를 잡으려면 내가 무슨 이야기를 했다고 해도 목이 안 베이는 세상이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다. 정치적으로 누군가에게 미움을 살 만한 농담을 하는 게 자살행위처럼 여겨지는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연예인'의 발언에 대한 대중들의 잣대가 까다로운 것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나 연예인에 대한 대접이 좋아지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인데, 한국은 더욱 처우가 좋지 않다"며 "아직도 은연 중에 '딴따라' '악사' '기생' '환쟁이' '깔깔이' 등으로만 생각하니 '연예인이 세상 일에 대해 뭘 알겠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연예인이 정치적 신념을 이야기하면 비하부터 하는 사람들이 나오는 게 아닐까"라고 진단했다.

    ◇ 연예인에게 공무원에 가까운 잣대 들이대는 것도 문제

    '공인'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연예인에게 적용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태섭 문화평론가는 "연예인도 유권자이고 (정치 참여하는 것 역시) 공화국의 시민으로서 참정권을 행사하는 방편이니 보장돼야 한다"면서 "연예인은 공무원도 아니고 정치적 중립의 의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연예인을 자꾸 공인이라고 주장하는 것이 문제"라고 밝혔다.

    최 평론가는 "한국의 선거제도는 자유롭게 의사 표현을 하고 그걸 바탕으로 토론하는 방식이 아니라 정치적 의사표현 자체를 기술적으로 규제하는 방식으로 운용되고 있다"며 "연예인에게 지나치게 공적인 성격을 부여하는 것도 이런 영향을 받은 게 아닌가 싶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흑색이나 비방, 낭설은 적절히 규제하되 자유로운 의견 교환은 활성화시키는 방식으로 변화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 '시민'으로서의 발언 더 많아져야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연예인들 사이에서 더 많은 '정치 사회적 발언'이 나올수록 시민사회의 역량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 평론가는 "정치 엘리트와 관료만이 정치를 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선거 때만 동원돼서 표를 주는 존재로 전락하는 것은 관료주의다. 적어도 민주주의 사회에서는 평상시에도 모든 사람들이 각자 나름의 정치적 소견을 갖고 매 사안마다 의견을 피력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적 발언을 하면 (본인에게) 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정서가 강한 점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니 '쫄지 마'라는 말까지 나온 것이다. 이러면 내부적인 자기검열이 일어난다"며 "(누구의 입에서 나왔건) 정치 사회적 발언이 많아지는 사회에서 시민사회적 역량이 높아진다고 본다"이라고 전했다.

    이어, "민주주의는 원래 시끄럽다. 각자 의견을 갖고 오만 가지 토론이 이뤄지면서 정책에 반영되는 게 진정한 민주주의로 가는 방향"이라며 "연예인도 연예인이기 이전에 시민이다. 연예인이건 백수건 자기의 정치적 의견을 피력하고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하는 사람들이 '민주시민'이다. 말을 '못하는' 사회가 이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RELNEWS:r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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