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수사당국이 자국 법원이 발부한 수색영장으로 미국 밖에 있는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을 수색할 권한이 없다는 판결이 미국 연방항소법원에서 나왔다.
이에 따라 외국에 서버를 두고 영업해 온 미국의 주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고객 정보 보호를 이유로 미국 정부의 자료 요구에 불응할 법적 근거가 생겼다.
1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소재 제2구역 연방항소법원 재판부는 3대 0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에 승소 판결을 내렸다.
이 재판부의 수전 카니 판사는 판결문에서 "미국 인터넷 서비스 기업들이 미국 밖의 서버에 보관한 통신 내용은 1986년 제정된 미국 저장통신법(Stored Communications Act·SCA)에 따라 발부된 국내 수색영장에 따른 수색 범위를 벗어난다"고 밝혔다.
카니 판사는 "의회는 SCA의 영장 관련 조항들이 역외적(域外的)으로 적용되도록 의도하지 않았다"며 "이 조항들의 초점은 사용자의 프라이버시 이해관계의 보호"라고 말했다.
그는 또 국제예양(comity·한 국가가 타국의 입법적, 행정적, 사법적 행위를 존중하는 것)의 원리가 아일랜드를 포함한 모든 유럽연합(EU) 국가들과 미국 사이의 조약들에 반영돼 수사상 필요하면 서로 협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라드 린치 판사는 보충의견에서 1986년 제정된 현행법이 매우 낡았다며 의회가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행법에 따르면 MS가 미국 바깥에 있는 서버에 이메일을 보관하기만 하면 미국 수사당국의 이메일 제출 요구를 피할 수 있다며 "나는 판결 결론에는 동의하지만 그 결론이 합리적인 정책 결과라거나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한 기념비적 판결이라는 환상은 전혀 품지 않는다"고 말했다.
MS는 미국 정부가 마약 사건을 수사하면서 2013년 12월 미국 뉴욕남부 연방지방법원 판사로부터 발부받은 영장을 근거로 아일랜드 더블린에 있는 서버에 저장된 이메일을 제출하라고 요구하자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미국 뉴욕남부 연방지방법원장 로레타 프레스카는 2014년 7월 MS에 대해 정부 요구대로 자료를 제출토록 명령하는 1심 판결을 내렸으나, 이번 항소법원 판결은 이를 뒤집었다.
MS는 만약 미국 영장으로 해외 서버 수색이 가능하도록 허용한다면 외국 정부가 외국 법원의 영장을 근거로 미국 서버에 저장된 미국인들의 이메일을 수색하는 것도 가능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해 왔다.
미국 정부는 이에 대해 MS의 비협조로 수사상 필요한 정당한 법집행에 지장이 있다고 주장해 왔다.
재판 과정에서 아마존, 애플, 시스코, CNN, 폭스뉴스, 개닛, 버라이즌 등은 소송을 낸 MS의 입장을 지지하는 의견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또 아일랜드 정부 역시 미국 정부의 자료 요구는 미국과 아일랜드 사이의 사법공조 협약에 따라 진행돼야 한다며 MS의 입장을 지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