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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대학 신입생 여러분 이렇게 공부하세요"

    서울대에서 A+ 받는 학생들 집중 연구한 이혜정 소장의 '씁쓸한' 충고

    - 교수 토씨까지 달달 외우는 학생들이 좋은 성적 받는 현실
    - 우리 대학 교육의 웃지 못할 현실 개선되어야
    - 창의적인 학습자일수록 학점 받기 어려운 경향 너무나 뚜렷
    - 속기처럼 초벌필기를 하고 나중에 2차로 필기…MP3로 녹음까지
    - 학생들에게 다양한 능력 기르게 하는 교육 필요하지만 실제로는 못 해
    - 학습능력, 비판적 사고능력, 협업 능력 등 키울 수 있는 대학교육 되어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3월 2일 (수)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이혜정 소장 (교육과 혁신 연구소)


    ◇ 정관용> 오늘은 3월 2일, 새 학기가 시작되는 날이죠. 특히 대학에 입학한 새내기 대학생들, 과연 대학공부란 어떤 것일까. 참 설레는 마음으로 첫 강의를 들었을 텐데. 그래서 오늘 초대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학생들이 모인다는 서울대학교. 거기서 또 최고로 공부 잘 하는 A+ 학점을 받는 학생들은 도대체 어떻게 공부할까. 여러분 궁금하시죠? 이걸 연구해서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던져주신 분이 있습니다. 교육과 혁신 연구소 이혜정 소장이세요. 오늘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이혜정> 안녕하세요.

    ◇ 정관용> 연구하신 게 언제였죠?

    ◆ 이혜정> 2009년도부터 시작을 해서 12년도까지 했습니다.

    ◇ 정관용> 2012년. 그때까지 서울대학교의 공부 잘 하는 학생들.

    ◆ 이혜정> 네. 그것과 해외에 있는 미시간대학 학생들과 비교하는 연구까지.

    ◇ 정관용> 미국의 미시간대학. 그 미시간대학까지가 다 2012년에 연구가 마무리된 거예요?

    ◆ 이혜정> 네. 그리고 분석이 2013년, 2014년까지 계속.

    ◇ 정관용> 아, 그 분석이 그렇게 오래 걸립니까?

    ◆ 이혜정> 데이터가 어마어마하게 방대하기 때문에. 그래서 분석하고 논문으로 또 더 다듬고 하는 과정.

    ◇ 정관용> 야, 이게 오래 걸리는 거군요.

    ◆ 이혜정> 네.

    ◇ 정관용> 어떻게 하셨길래 데이터가 어마어마해요? 연구방법이 어떤 것이었어요? 실제로 A+ 받은 학생들을 다 만나서 인터뷰 하셨어요?

    ◆ 이혜정> 네.

    ◇ 정관용> 한 명, 한 명?

    ◆ 이혜정> 네. 저희가 인터뷰했던 학생들은 서울대 같은 경우 46명 인터뷰를 했었고요. 한 학생 당 짧게는 몇 시간씩 길게는 며칠씩 집에 찾아가서.

    ◇ 정관용> 심층연구군요, 그러니까. 단순한 설문조사 이런 게 아니니까 그렇게 오래 걸리는 거군요.

    ◆ 이혜정> 그렇게 하고 나서 그 데이터에서 추출한 것을 가지고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1천 몇 백 명 학생들한테 설문조사도 같이 겸하고. 그래서 양적, 질적 연구를 병행하는 그런 식으로 했습니다.

    ◇ 정관용> 여기에서 A+라고 하는 것은 어쩌다 어느 한 과목 A+ 받은 게 아닌 거죠?

    ◆ 이혜정> 그렇죠. 전 과목 평균이 4.0 넘는 학생들.

    ◇ 정관용> 전 과목 평균이 A+면 이게 그러니까 100점 만점으로 치면 그냥 100점짜리?

    ◆ 이혜정> 그렇죠. 아주 잘하는 우수한 학생이죠.

    ◇ 정관용> 그런 학생이 몇 명이나 있어요, 도대체? 서울대학교에?

    ◆ 이혜정> 보통 한 3000명 정도가 한 학년에 있을 경우에 두 학기 연속으로 저희는 4.0 넘는 학생들 대상으로 했는데 150명이 있었어요. 한 6000명 중의 150명이니까.

    ◇ 정관용> 6000명 중 150명. 참 특별한 학생들이긴 하네요. 그렇죠? 이제 바로 본론에 들어가겠습니다. 이 연구를 제가 들어보니까 하신 이유가 우리 대학생들 또 오늘처럼 새로 신입생들 들어오면 공부 이렇게 하는 거다라고 알려주고 싶으셔서 시작하셨다는데, 연구해 본 결과는 도저히 못 알려주겠다면서요?

    ◆ 이혜정> 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때 틀어주려고 동영상까지 다 제작을 했는데 차마 틀어줄 수가 없었습니다.

    ◇ 정관용> 못 틀어줬어요? 왜요? 이유가 뭡니까?

    ◆ 이혜정> 학생들이 학점을 잘 받는 비법이 굉장히 수용적인 학습자여야지만 가능했던, 그러니까 굉장히 비판적이고 창의적인 학습자들일수록 학점 받기가 어려운 그런 경향성이 너무나 뚜렷했습니다.

    ◇ 정관용> 좀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수용적이라는 게 어떻다는 거예요?

    ◆ 이혜정> 교수님의 의견의 논리의 흐름, 용어, 단어, 관점. 모든 것을 그냥 교수님의 의견을 혹은 교과서의 내용을 그대로 수용하고 그대로 기억하고 이해해서 나중에 암기해서 그대로 토해내는 방식의 그런 수용, 지식을 그냥 흡수하는 그런 수용이죠. 그런데 거기에 자기만의 관점, 다른 관점, 다른 생각, 비판, 창의 이런 것은 끼어들 여지가 없었던 거죠.

    ◇ 정관용> 용어까지?

    ◆ 이혜정> 그렇죠.

    ◇ 정관용> 그러면 교수님 강의를 다 받아 적어요?

    ◆ 이혜정> 그렇죠. 그래서 다 받아 적습니다. 다 받아 적고 논리의 흐름이나 단어나.

    ◇ 정관용> 농담도 받아 적어요?

    ◆ 이혜정>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진짜요?

    ◆ 이혜정> 이게 키워드나 요점정리로 노트필기를 하는 게 아니라 말을 문장의 형태로 적는다는 그런 학생들이 많았어요.

    ◇ 정관용> 수업시간에 말씀하시는 걸 다 받아 적는다고요?

    ◆ 이혜정> 네.

    ◇ 정관용> 어떻게 받아 적을 수 있어요?

    ◆ 이혜정> 그래서 굉장히 속기처럼 초벌필기를 하고 그다음에 나중에 다시 필기를 하는 방식이 있었고. 아니면 엠피3로 녹음을 하고.

    ◇ 정관용> 녹음해서 그걸 풀어요?

    ◆ 이혜정> 그렇죠. 그렇게도 하고. 그런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학생들이 학점이 낮았었다가 그렇게 하는 방식으로 공부방법을 바꾸니까 학점이 좋아지더라, 라는 고백들이 여기저기에서 나오는 거죠.

    ◇ 정관용> 아, 그래요?

    ◆ 이혜정> 네.

    ◇ 정관용> 100% 받아 적고 녹음까지 해서. 그다음에 시험문제든 뭐든 나오면 그 교수님의 용어 그대로 똑같이 써내면 100점이더라?

    ◆ 이혜정> 네. 그런데 그게 4.0 학생들한테만 나왔던 내용이 아니라 전체 1천 몇 백 명 학생들한테 조사를 해도 학점이 높을수록 그런 경향성이 더 뚜렷하게 높은 그래프를 그렸어요.

    ◇ 정관용> 아, 교수님 말대로 따라갈수록 성적이 높다라는 답이 일관되게 나오더라?

    ◆ 이혜정> 네.

    ◇ 정관용> 단과대별로 다르지 않아요?

    ◆ 이혜정> 저희도 그럴 거라고 기대를 하고 단과대별로 차이점을 분석해보려고 굉장히 노력을 했는데 정말 차이가 없이 다 똑같았습니다. 심지어 음, 미대까지도.

    ◇ 정관용> 음, 미대도?

    ◆ 이혜정> 네. 그래서 저희가 굉장히….

    ◇ 정관용> 사회과학, 자연과학, 공학, 인문과학 전혀 관계없이?

    ◆ 이혜정> 네.

    ◇ 정관용> 믿을 수 없는데요, 저는.

    ◆ 이혜정> 그런데 그렇게 해서 논문들이 발표가 되어 왔습니다.

    ◇ 정관용> 단과대별로도 똑같다. 교수별로도 그러면 똑같다는 얘기 아니에요, 사실?

    ◆ 이혜정> 이건 전체집단을 했으니까 물론 개중에는 몇 분 그렇지 않은 교수님들도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마는 집단 전체의 형태는, 경향성은 그렇게 뚜렷하게 나타났습니다.

    ◇ 정관용> 우리가 대학입시에만 매달리는 이런 교육이 우리나라 초중고 교육을 황폐화시킨다, 이렇게 말해왔잖아요. 그것의 핵심은 주입식, 암기식 교육이라고 말해왔잖아요.

    ◆ 이혜정>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대학도 똑같네요?

    ◆ 이혜정> 학생들이 인터뷰를 할 때 학점을 잘 받는 걸 어려워했던 애들의 공통적인 얘기가 대학공부는 뭔가 다를 거라고 생각하고 다른 공부방식으로 접근했던 애들이 힘들어했어요. 그런데 학점이 우수한 학생들 인터뷰를 해본 결과 '고등학교 때랑 똑같았다. 그리고 더 심하다. 왜냐하면 고등학교 때는 사지선다, 오지선다에서 찍는 것이었는데 이건 더 완벽하게 외운 걸 말로써 다 풀어서 써야 하니까. 그래서 더 심하고 더 치밀하게 수용적인 그런 학습을 해야만 했다'라고 고백을 하더라고요.

    ◇ 정관용> 중고등학교 때랑 똑같이 더 심하게 해야만 A+가 나오더라.

    ◆ 이혜정> 네.

    ◇ 정관용> 이것 교수들이 문제 아닙니까?

    ◆ 이혜정> 1차적으로는 교수님들의 책임이라고 말할 수 있을는지는 모르지만.

    ◇ 정관용> 아니, 당연하죠.

    ◆ 이혜정> 그런데 학생들만 평가받는 것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교수님들도 평가받는 것에 의해서 움직입니다.

    ◇ 정관용> 네.

    ◆ 이혜정> 그런데 교수님들은 티칭(teaching)을 얼마나 학생들의 역량을 꺼내는 교육을 하는지에 신경을 쓰는 것에 평가받지 않거든요.

    ◇ 정관용> 강의 내용이나 이런 건 별로 평가가 없어요?

    ◆ 이혜정> 어떤 능력을 기르는지를 평가하는 시스템이 우리나라에 없습니다. 교수님이 무슨 내용을 가르치든 어떻게 가르치든 그건 그냥 전적으로 교수 재량이고.

    ◇ 정관용> 교수평가에 점수가 안 들어간다?

    ◆ 이혜정> 교수평가에 강의평가는 들어가지만 그 강의평가는 어떤 종류의 지식의 수용을 굉장히 그냥 재미있게, 지루하지 않게 가르쳤으면 학생들은 '재미있었다', '우수한 강의다'라고 평가하기 쉽거든요. 그래서 그 교수님이 무슨 능력을 길러줬는지까지를 학생들은 평가할 수가 없어요. 그냥 새로운 내용을 재미있게 많이 들었으면 '아, 많이 배웠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어요.

    ◇ 정관용> 그럼 교수평가에 주로 차지하는 건 뭐죠? 주로 연구업 쪽이죠? 논문.

    ◆ 이혜정> 그렇죠. 압도적이죠. 특히 상위권 대학들은 연구실적이 압도적이고 그다음에 좀 중상위권, 중하위권 대학들은 취업을 잘하게 하는 취업률과 관련된 그런 게 그렇겠죠.

    ◇ 정관용> 교수평가에서 강의내용이나 방식에 대한 것은 아예 배제가 되어 있다?

    ◆ 이혜정> 방식은 재미있게 하면 돼요. 그런데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가 꼭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말할 수 없듯이.

    ◇ 정관용> '막장 드라마'가 많죠.

    ◆ 이혜정> 네, 강의평가를 높게 잘 받았다고 해서 그 강의가 훌륭하다가 말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거죠. 그런데 우리나라에서 현재 어느 대학에서도 무슨 능력을 기르는지까지 평가하는 시스템은 없어요.

    ◇ 정관용> 성적을 어떤 기준으로 매기느냐, 이런 것에 대한 학교 차원의 가이드가 딱 있나요?

    ◆ 이혜정> 없죠, 대학에서는.

    ◇ 정관용> 없죠? 그런데 교수님들이 그렇게 꼭 자기 말대로 받아 적은 애들만 좋은 점수를 준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 이혜정> 그렇죠.

    ◇ 정관용> 왜 그럴까요?

    ◆ 이혜정> 그런데 보통 다른 관점을 허용하는 문화가 중고등학교에서도 그렇고 사회에서도 그렇고 많이 없는 것, 그런 것이 장려되지 않은 문화. 그리고 나와 다른 생각을 감히 제시하는 것에 대한 어떤 서로 간에 불편한 이런 것도 없지 않아 있겠죠.

    ◇ 정관용> 토론식 수업, 이런 것 안 하나요?

    ◆ 이혜정> 하더라고요. 제가 물어봤거든요, 학생들한테. 그런 수업이 분명 있을 텐데 하니까 학생들이 토론을 하긴 하는데 실제적으로 학점에 결정적으로 반영되지는 않는대요. 예를 들어서 그런 거 있잖아요. 토론이 20% 반영된다. 그런데 토론에 적당히 참여한 대부분이 20점 정도를 받는다. 그러면 그건 변별이 안 되는 거예요.

    ◇ 정관용> 똑같이 받고.

    ◆ 이혜정> 그렇죠. 결국은 시험.

    ◇ 정관용> 결국은 시험성적.

    ◆ 이혜정> 그렇죠. 그러니까 뭐로 변별이 되느냐가 결국은 평가의 실질적인 지표가 뭐냐가 되는 거잖아요. 그런데 학생들은 정확하게 그걸 아는 거죠. 결정적인 게 뭐냐.

    ◇ 정관용> 시험이다.

    ◆ 이혜정> 네.

    ◇ 정관용> 혹시 우리 대학들은 다 상대평가를 강요하잖아요. 수강생 중에 몇 %만 A를 줘라. B가 몇 %. 반드시 몇 %는 C 이하를 줘라. 이런 게 있지 않습니까?

    ◆ 이혜정> 네.

    ◇ 정관용> 그리고 요즘은 학생들이 성적에 매우 민감하잖아요.

    ◆ 이혜정> 그렇죠.

    ◇ 정관용> 그래서 막 따지러 온다면서요?

    ◆ 이혜정> 그렇기도 하죠.

    ◇ 정관용> '왜 제가 B입니까? 근거를 대세요' 이런다면서요. 그럼 '너가 토론하는 모습을 보니까 너가 얘보다 못 했어' 이러면 좀 주관적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교수들이 그런 걸 피해가려고 시험성적으로만 하는 게 아닐까요?

    ◆ 이혜정> 그런데 상대평가 때문에 이렇게 된다라는 논리는 약간 어폐가 있을 수 있는 게 그러면 서구 선진 대학들에서.

    ◇ 정관용> 거기도 상대평가죠?

    ◆ 이혜정> 그럼요. 그러니까 상대평가를 하고 둘 다 다 치열하게 하는데 종류가 다른 공부를 하는 거고 종류가 다른 능력을 기르는 거예요.

    ◇ 정관용> 그러면 이 대목에서 미국의 미시간대학에 가서도 똑같이 A+ 받은 학생들한테 심층조사를 하신 거잖아요.

    ◆ 이혜정> 거기는 양적인 조사를 주로 했어요. 왜냐하면 서울대의 그 학습전략들이 그들에게도 그대로 먹히는지.

    ◇ 정관용> 결과가 어떻게 나왔습니까? 미시간대학은?

    ◆ 이혜정> 전혀 상반되게 나왔습니다.

    ◇ 정관용> 정반대?

    ◆ 이혜정> 서울대에서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라고 생각했던 지식을 수용하는 태도, 이런 것이 거기서는 가장 하위 요인이었어요.

    ◇ 정관용> 아, 그러니까 그 미시간대학 학생들은 교수님 말씀 그대로 적어서 그대로 쓰는 학생이 아예 없겠군요?

    ◆ 이혜정> 그렇게 하는 학생들이 보통 B를 받고 그리고 자기 생각, 교수와 다른 생각….

    ◇ 정관용> 그래도 B는 받는군요.

    ◆ 이혜정> B 정도는 받죠. 왜냐하면 열심히는 하니까. 출석도 잘 하고.

    ◇ 정관용> 그런데 거기가 A가 아니라 자기 생각을 덧붙여야 A가 되더라.

    ◆ 이혜정> 그렇죠.

    ◇ 정관용> 결정적인 차이는 그거군요.

    ◆ 이혜정> 네, 그리고 얼마나 다른 독창적인 결정적인 생각을 했느냐. 그리고 다르게 생각하는 게 장려되는 문화고 우리 문화에서는 다른 생각이 있어도 교수님과 생각이 다르면 쓰지 않는다는 학생들이 압도적이었고.

    ◇ 정관용> 미시간대학만 그런 건 아닐까요?

    ◆ 이혜정> 더 상위권 다른 대학들도 많이 그럴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 정관용> 그렇죠? 아주 옛날에 유행했던 TV 드라마, 영화 이런 데 '하버드대학 공부벌레들' 이런 거 있잖아요. 책도 있고. 거기 보면 학생들이 치열하게 밤을 새서 예습을 해 오지 않으면 수업에 참가를 못 하잖아요.

    ◆ 이혜정> 맞습니다.

    ◇ 정관용> 교수가 계속 뭘 물어보니까.

    ◆ 이혜정>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우리 학생들은 그런 식의 수업이 아닌 거죠?

    ◆ 이혜정> 80% 넘는 학생들이 예습은 전혀 학점에 미치지 않는다고 했어요.

    ◇ 정관용> 아. 예습 안 해도 된다?

    ◆ 이혜정> 오로지 복습이 중요하다.

    ◇ 정관용> 거기서 다 드러나는 군요?

    ◆ 이혜정> 그렇죠. 수업이 어떤 형태로 되는지.

    ◇ 정관용> 주입식 암기식이라고 하는 게 거기서 드러나는 군요.

    ◆ 이혜정> 그렇죠.

    ◇ 정관용> 뭔가 미리 준비해 와서 그 주제를 놓고 같이 토론해 보자. 이게 아니군요.

    ◆ 이혜정> 네. 그리고 토론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변별이 나지 않는. 결국 평가에 결정적이지 않은 그렇다는 것을 학생들은 간파하고 있는 것이죠.

    ◇ 정관용> 이혜정 소장께서도 이 연구를 시작하실 때는 이럴 줄 몰랐죠?

    ◆ 이혜정> 전혀 몰랐습니다. 저는 순진하게 학생들한테 공부법, 학점 따는 법 잘 알려줘야지 이렇게 순수한 마음으로 시작을 했는데.

    ◇ 정관용> 이런 결과가 나오니 신입생들한테 동영상으로 도저히 말을 못 하겠더라?

    ◆ 이혜정> 네.

    ◇ 정관용> 그런데 오늘 현재도 그렇게 진행되고 있을 것 아닙니까? 서울대학뿐 아니라 사실 다른 대학들도. 대부분. 한국은 그렇고 미국은 다르고.

    ◆ 이혜정> 미국도 차이점이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 정관용>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이 문제를 제일 앞장서 고민하신 분이니까. 무슨 답이 있습니까?

    ◆ 이혜정> 저는 일단 이 문제가 심각하다는 걸 교수님들이나 또 보직교수들이나 의사결정자들이 알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오면서 신문을 보니까 오늘자 동아일보 사설에서 110년 전 오늘이 이토 히로부미가 조선에 초대 통감으로 부임한 날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때 이토 히로부미가 '이 나라에 인재가 있었다면, 인물이 있었다면 오늘날에 이르지 않았을 텐데'라고 했다고 해요. 저는 인재를, 그 나라의 어떤 종류의 능력을 가진 인재를 기르는지가 그 나라 국가의 존망을 결정짓는 아주 중요한 키라고 생각을 하는데요.

    ◇ 정관용> 그렇죠.

    ◆ 이혜정> 특히 대학 교육은 사회의 리더 그리고 인재들의 풀을 양성하는 기능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대학에서조차도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인재가 아니고 그리고 다르게 생각할 수 있고 새롭게 생각할 수 있는 인재가 아니고 그냥 주어진 판에 순응만 해야 한다는 그런 인재라면 그러면 식민지시대의 조선교육과 뭐가 다른가. 이런 위기의식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위기의식이 있어서 이게 바꿔야 되는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면 그다음에 방법은 사실 많습니다.

    ◇ 정관용> 어떤 방법이요?

    ◆ 이혜정> 제 책의 절반이 방법에 대한 건데요. 예를 들자면 대학 입학년도, 졸업년도, 졸업한 후의 1년, 졸업 후 5년, 이렇게 학생들한테 여러 가지 학교에서 길러야 할 역량들을 쭉 평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그 변화사항을 보고 예를 들어서 대학교 1학년 때 왔는데 그것과 대학교 4학년 때 학습능력이 달라진 게 아무 것도 없다. 비판적 사고능력이 줄었다. 내지는 리더십, 협업능력, 커뮤니케이션 여러 가지 역량들 있지 않습니까? 그런 것이 늘었다, 줄었다 이런 걸 판단할 수 있는 근거 데이터가 있으면 그거 가지고 학과 교수님들한테 제시를 하면 그거 가지고 학과 교수님들은 아, 이렇게 하나도 4년 동안 우리가 가르쳤던 학생들이 변화가 아무 것도 없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지? 반성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집니다. 그러면 학과에서는 커리큘럼을 개혁하고 그리고 프로그램을 개혁을 하고 그리고 가르치는 방법을 개혁하고 그리고 평가를 개혁해야 합니다.

    ◇ 정관용> 그렇죠. 근거 자료가 있으니까.

    ◆ 이혜정> 네.

    ◇ 정관용> 그런데 지금 말씀하신 비판적 사고능력,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능력. 이런 걸 신입생 때, 그 다음에 졸업 때 측정해서 실제 데이터를 갖고 있는 대학들이 많이 있나요?

    ◆ 이혜정> 홍콩이 2000년대 초부터 2012년까지 거의 10여년 동안을 3년제 대학에서 4년제 대학으로 바꾸는 커리큘럼 개혁을 했어요. 영국에서 중국으로 반환되고 나서. 그런 커리큘럼을 하는 과정에서 그런 방법을 썼습니다. 커리큘럼 개혁을 1년을 추가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기존의 3년을 다 바꿔서 새로운 4년을 만드는 과정을 하는데 입학년도, 졸업년도, 졸업 후 1년, 졸업 후 5년을 쭉 그 데이터를 분석해서 변화가 없거나 혹은 더 우리가 길러야 할 능력이 떨어졌다고 학생들이 그렇게 답변을 하면 그 학과에서는 책임지고 프로그램 개혁을 해야만 했었습니다. 그런 방식으로 해서 10여년에 걸쳐서 커리큘럼 개혁을 한 그런 사례가 있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하면서 홍콩의 대학들이 굉장히 아시아에서 아주 주도권을 쥐고 상위랭킹으로 올라갔죠.

    ◇ 정관용> 네, 세계랭킹도 높아졌죠.

    ◆ 이혜정> 네. 굉장히 높아졌습니다.

    ◇ 정관용> 홍콩과기대 이런 데도.

    ◆ 이혜정> 홍콩대, 홍콩중문대, 홍콩과기대가 모두 높아졌습니다.

    ◇ 정관용> 그 10년의 노력으로 그렇게.

    ◆ 이혜정> 네. 물론 그 이전에도 잠재력은 있었습니다.

    ◇ 정관용> 어찌 보면 제가 미국이나 이런 대학들은 지금 말씀하신 그런 걸 일부러 안 해도 이미 그런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고 홍콩은 아마 우리 식이었을지 몰라요.

    ◆ 이혜정> 그래요.

    ◇ 정관용> 그렇죠? 그런데 변화를 주려고 하니 방법이 떠오른 것이고 아예 학생들을 어느 능력을 키웠는지 그 교수가, 그 학과가. 이걸 아예 숫자로 다 보여주는 군요.

    ◆ 이혜정> 네. 그걸 학교 본부 차원에서 해서 각 과에 데이터를 주는 거죠. 그럼 각 과에서는 그걸 보고서 어느 부분이 부족했는지를 반성하면서.

    ◇ 정관용> 당신네 학과 졸업생들은 비판적 사고능력이 하나도 안 늘었어요. 이걸 고쳐라, 이렇게 한다는 거죠?

    ◆ 이혜정> 그렇죠.

    ◇ 정관용> 우리 이런 방법이 있다는 것도 서울대의 유명한 교수들 다 잘 알 것 아닙니까?

    ◆ 이혜정> 잘 몰라요.

    ◇ 정관용> 관심이 없나요?

    ◆ 이혜정> 일단 본인의 연구가 가장 본인한테는 가장 큰 우선순위. 연구실적이 가장 큰 우선순위고 그리고 강의, 교육 쪽의 평가는 주로 수업시수 분량으로만 평가를 많이 하기 때문에 어떤 능력을 기르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점검하는 시스템이 전무합니다. 지금 현재 대학에서는.

    ◇ 정관용> 이혜정 소장께서 서울대한테 이런 방법 쓰자고 제안 안 하셨어요?

    ◆ 이혜정> 제가 할 수 있는 루트로는 했었는데 우선순위에서 항상 밀렸습니다.

    ◇ 정관용> 지금 그거 문제가 아니다. 이렇게 나와요?

    ◆ 이혜정> 더 큰 문제들.

    ◇ 정관용> 문제는 이렇게 좋은 대학에서 좋은 학점을 받은 학생들이 또 대기업에 다 몰리거든요.

    ◆ 이혜정> 대기업뿐만 아니라 고시해서.

    ◇ 정관용> 고시로 가고 이 사회의 지도층이 되는 거예요. 솔직히 저희 방송국들도 입사하기가 어려워서 좋은 성적이 아니면 서류전형에서 떨어져요.

    ◆ 이혜정>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좋은 성적이라고 뽑은 그들이 사실 기자나 PD 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학생들이 오는 거군요?

    ◆ 이혜정> 어떻게 보면 그럴 수도 있습니다.

    ◇ 정관용> 기자나 PD는 뭔가 삐딱해야 하거든요.

    ◆ 이혜정> 그렇죠.

    ◇ 정관용> 그런데 너무 온순한 아이들만 오는 거군요?

    ◆ 이혜정> 네. 굉장히 순응적인. 그리고 시키는 일은 굉장히 잘하는.

    ◇ 정관용> 그렇다고 방송국에서 학점 낮은 애들만 뽑을 수도 없고. 어떻게 해야 좋습니까, 이거?

    ◆ 이혜정> 방송국에서도 역량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개발하거나.

    ◇ 정관용> 아이고. 너도나도 다 그걸 새롭게 해야 해요? 뭔가 정부가 나서서 딱 할 수 있는 방법 없을까요?

    ◆ 이혜정> 그런데 정부도 지금.

    ◇ 정관용> 이게 교육혁신 아닙니까? 교육과 혁신 연구소니까.

    ◆ 이혜정> 그렇죠. 그런데 정부에서도 대학평가를 하거나 예산을 배분하거나 할 때 어떤 능력을 기르고 있는지를 평가하는 방식은 없고요.

    ◇ 정관용> 아예 없죠?

    ◆ 이혜정> 네. 그냥 거의 주로 취업률.

    ◇ 정관용> 취업률이에요.

    ◆ 이혜정> 그러니까 학과 통폐합시키고 그리고 비인기학과 다 없애버리고 이런 식으로 가잖아요. 그러니까 정부에서의 철학 자체가 어떤 능력을 기르고 있는지를 중점을 두는 그런 철학이 아닌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참, 조선일보가 우리 이혜정 소장의 연구결과를 인용해서 기사를 썼는데 그 제목이 '서울대에서 A+ 받으려면 생각을 하지 마라' 이렇게 썼더라고요.

    ◆ 이혜정> 네. (웃음)

    ◇ 정관용> 이 기사제목 괜찮아요? 조금 심한 것 아니에요?

    ◆ 이혜정> 그런데 극단적으로 서울대 인터뷰를 했던 46명 학생들 중에 굉장히 당신이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데 좋은 생각, 관점이 있는데 교수님과 의견이 다르면 답안이나 시험에 쓰냐 안 쓰냐 해서 46명 중에서 41명이 안 쓴다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안 쓴다고 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좋은 성적을 못 받을까봐라기보다는 더 큰 이유는 ‘교수님과 의견이 다르면 제 생각이 틀렸겠죠’라는 생각이에요.

    ◇ 정관용> 몸에 뱄군요.

    ◆ 이혜정> 학생들은 자기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하고 무조건 교수님 관점이 맞을 것이라는 그런 믿음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까 그런 인식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려는 용기도 안 나는 거죠.

    ◇ 정관용> 참 납득이 안 갑니다. 다른 건 몰라도 사회과학계, 서울대학에 있는 각 과 교수들 중에는 좀 보수색이 강한 교수도 있고 다소 진보적인 교수들도 있어요. 저도 다 압니다. 그런데 어떻게 그 두 교수의 생각이 다 맞다고 생각을 해요, 학생이?

    ◆ 이혜정> (웃음)

    ◇ 정관용> 말이 안 되잖아요.

    ◆ 이혜정> 그러니까 그 수업에서 그 교수님 의견을 따라가는 거죠. 다른 수업이면 다른 교수님의 의견을 따라가는 거죠. 그런데 본인 생각은 없는 거죠.

    ◇ 정관용> 그냥 고분고분히 누구 말이든 다 듣는다.

    ◆ 이혜정> 본인 생각을…. 그래서 아마 조선일보 기사의 타이틀을 그렇게 뽑은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생각을 하지 마라 이렇게. 아, 큰일 났습니다. 이 문제의 심각성, 우리 일반 시민들이 좀 많이 알아야 되겠고 대학을 향해서 자꾸 질타하고 손가락질도 해야 되겠고요. 어쨌거나 이 방송 막 부푼 꿈으로 대학 새내기 된 학생들도 듣고 있거든요. 뭐라고 말해줘야 합니까? 소장님이 책임지고 마무리 말씀 해 주세요.

    ◆ 이혜정> 아니, 물론 일단은 사실 학생들한테 많은 선택권이 있지는 않아요. 교수님이 그렇게 평가를 주고 A를 주겠다는데 학생들이 독야청청할 수는 없잖아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수님들 중에서는 학생들에게 집어넣는 교육뿐만 아니라 꺼내는 교육을 시도하시는 교수님들도 꽤 많이 있으시거든요. 문제는 그런 과목을 개설을 하면 학생들이 수강신청을 그걸 취소해요.

    ◇ 정관용> 그게 어렵거든요.

    ◆ 이혜정> 그리고 도전적이고 챌린징한 건 더 뭔가 귀찮고 번거롭다고 생각을 해서 가만히 그냥 떠먹여주는 교육에 익숙해 있기 때문에 그런 과목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정관용> 그렇겠죠.

    ◆ 이혜정> 그런데 그렇게 되면 결국은 자기의 객관적이고 비판적인 사고능력이 안 길러지거든요. 그게 박지성이 공 차는 거 3000번 본다고 해서 자기가 그렇게 공 잘 찰 수 있는 게 아니거든요. 자기 비판적 사고는 길러지는 근육 같은 거거든요. 그래서 그냥 그런 교수님의 강의를 순응만 하는 그런 종류의 강의뿐만 아니라 정말 어렵고 번거롭더라도 좀 많이 챌린징한 그런 꺼내는 종류의 수업을 선택하는 용기도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생각이 듭니다.

    ◇ 정관용> 학생들한테.

    ◆ 이혜정> 네.

    ◇ 정관용> 저는 차마 학생들한테 그렇게 말 못 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 학생들 따지고 보면 과거에 비해서 사교육 의존비중도 높고 입시교육을 하는 내내 자기 생각 안 하는 연습만 했을 겁니다.

    ◆ 이혜정> 맞습니다.

    ◇ 정관용> 이제 와서 '너 당장 생각 좀 바꿔서 이렇게 해' 쉽지 않아요. 대학이 변해야죠.

    ◆ 이혜정> 그렇죠.

    ◇ 정관용> 대학이 변해서 학생들을 그렇게 이끌어주는 그런 역할을 해야 아마 이런 서울대학이니 카이스트니 이런 대학도, 지금 자꾸 세계순위 떨어집니다.

    ◆ 이혜정> 맞습니다.

    ◇ 정관용> 이대로 있다가는 하위권 대학 됩니다, 이제.

    ◆ 이혜정> 그리고 거기서 나온 인재들이 또 우리나라를….

    ◇ 정관용> 오늘 여기까지 하죠. 오늘 새 학기 처음인데 또 너무 심하게 하면.

    ◆ 이혜정> 너무 무겁게 가지 말고.

    ◇ 정관용> 고맙습니다.

    ◆ 이혜정>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교육과 혁신 연구소 이혜정 소장이었습니다. 여러분도 상당히 놀라셨죠? 우리 현재 상황 좀 뼈저리게 우리가 같이 반성하고요. 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가는 노력이 시작됐으면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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