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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일당백(一當百)'이 아름다웠던 문재인·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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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칼럼] '일당백(一當百)'이 아름다웠던 문재인·안철수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사진=자료사진)

     

    대한민국 야당을 두 쪽 낸 문재인과 안철수는 한때 '일당백(一當百)'의 위인(偉人)이었다. 일당백이라면 삼국지에 등장하는 최고의 무장 '여포(呂布)'를 꼽는다. "사람 중에는 여포요, 말 중에는 적토(赤兎)다" 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여포는 일당백의 장수였다. 유비 관우 장비로부터 협공을 받고도 끄떡하지 않았고, 조조 휘하의 맹장들인 하후돈과 허저도 그에게는 적수가 되지 못했다.

    문재인, 안철수 두 사람은 칼과 창 대신 인품과 경륜 그리고 이미지만으로 내로라하던 정치인들을 단박에 제압했다. 문재인은 노무현의 분신답게 야당 정객들을 제압했다. 안철수는 장외에 있으면서도 참신한 이미지와 여론을 업고 대중을 사로잡았다. 두 사람은 적토마를 탄 여포 못지않은 대한민국 정계의 일당백이었다.

    2016년 정월, 두 사람은 어처구니없이 일당백의 장수에서 '이상한 도깨비'로 변신했다. 조선시대 문인 강이천이 쓴 <삼경(三警)>에 '이상한 도깨비' 이야기가 나온다. 도깨비 식성이 두꺼비를 엄청 좋아하지만 두꺼비를 먹으면 죽는다. 그래서 도깨비는 두꺼비를 볼 때마다 울면서 잡아먹고, 먹고 나서 죽는다. 도깨비의 식탐을 통해 욕망이 얼마나 치명적이고 고질적인지 일깨우는 우화다.

    두 사람은 어째서 이상한 도깨비가 된 걸까. 문재인은 야당이 두 쪽 나자 비로소 정신을 차린 것인지 대표직을 내려놓았다. 안철수가 탈당이라는 배수진을 치고 요구했을 때 대표직을 내려놓았더라면 좋았을 것을 실기하고 말았다. 김종인을 데려다 놓고 그에게 전권을 맡기고 물러났으니, 안철수는 안 되고 김종인은 된다는 오해를 사고 말았다.

    안철수라고 다를 건 없다. 서울시장 후보를 박원순에게 양보하고, 대통령 후보를 문재인에게 양보한 후 그가 얻은 것이 '이상한 강단(剛斷)'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탈당을 선언할 때 안철수는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눈동자에 힘이 들어가 있고 표정은 강직했다. 그렇게 <국민의당>을 만들었지만 일당백일 때의 파괴력도 없고 참신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문재인은 본래 정치인이 아니었다. 변호사로 성실하게 생활하던 가장이었다. 노무현을 만나 정치에 입문했을 때, 문재인의 얼굴은 호감을 주었다. 나는 2003년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으로 청와대에 입성한 문재인의 얼굴을 좋아했다. 티브이에 나오는 문재인의 표정은 때 묻지 않은 맑고 청빈한 이미지였다. 기존의 정치인들과는 달랐다. 그에게 희망을 건 이유다. 노무현이 저런 사람을 참모로 썼다는 것이 마음에 들었다. 벌써 13년 전 일이다.

    안철수 역시 정치인이 아니었다.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자 컴퓨터바이러스백신을 만들었던 그가 정치를 하겠다고 하자 주가는 치솟았다. 여론조사는 연일 상승 곡선을 그었고 그를 따라잡을 후보는 없었다. 2011년 서울시장 후보로 나온 박원순은 여론조사 지지율이 5% 한자리에 맴돌고 있었지만 안철수가 후보를 양보하면서 거뜬히 당선됐다. 안철수는 '양보'라는 통 큰 관용을 통해 야권 연대의 힘을 보여줬다. 그의 인기는 폭발했다. 안철수의 때 묻지 않은 깨끗한 얼굴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2012년 야당의 대통령 후보 경쟁에서 문재인에게 양보했을 때까지도 나는 그의 팬이었다. 4년 전 일이다.

    그 사이 모든 것이 바뀌었다. 문재인이 노무현으로부터 배운 것들, 노무현 사후 광야에서 겪은 수난과 깨달음의 결과가 고작 이것인지, 어찌 퇴보한 것인지 궁금하고 의문스럽다. 안철수라고 다를까? 두 번의 통 큰 양보를 통해 얻은 것, 배운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권모술수를 배워야하고 진흙탕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논리, 대의를 위해 소의를 버려도 된다는 '필요악'을 깨달은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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