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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 야당 대표 시절 "역사, 정권이 재단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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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반

    박 대통령, 야당 대표 시절 "역사, 정권이 재단해선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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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통령 돼서는 "정부가 바로잡아야"

    박근혜 대통령(사진=사진공동취재단)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어떤 경우든지 역사에 관해서 정권이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계와 역사학계, 국민 절반이 넘는 반대 여론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강행하고 있는 박 대통령이 10년 전 정권의 역사 개입 문제를 강하게 비판했었다는 점에서 국정화 강행을 추진하는 현재 박 대통령의 이율배반적 태도가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2005년 1월, 당시 야당이었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표시절 신년기자회견을 통해 정권의 역사 문제 공론화를 강경한 어조로 여러 차례 비판했다.

    당시 정부가 한·일협정 관련 문서를 일부 공개하면서 박정희 정부의 굴욕적인 대일협상으로 일제하 징용자 등 피해 당사자들의 청구권이 박탈당했다는 비판이 확산되자 정부의 문서 공개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한·일협정 관련 문서 공개 다음날인 1월 18일 한나라당 운영위원회 직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역사를 정치적으로 다루려고 하면 자신의 잣대로 편리하게 평가하려는 유혹들이 많지 않겠냐"며 "그렇게 되면 국민들도 의혹의 시선을 가질 수 있으므로 역사는 역사가가 평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날에는 신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여당에서 하는 일이 언론이나 국민에게 의혹을 사게 된다면 정부로서는 손해나는 일"이라며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어떤 경우든지 역사에 관해서 정권이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며 "역사를 다루겠다는 것은 정부가 정권의 입맛에 맞게 하겠다는 의심을 받게 되고 정권 바뀔 때마다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역사 문제는 전문가 역사학자들에게 맡겨서 평가하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이 역사 문제를 다루게 되면 국민들이 의혹의 시선을 가질 수 있기 때문에 역사에 관한 일은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에 맡겨야 하고, 정권이 역사를 재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야당 대표 때 "정권이 역사 재단해선 안 된다"…대통령 되자 "역사왜곡 바로 잡아야"

    고등학교 한국사 8종 검인정 교과서. 금성출판사, 두산동아, 미래엔, 비상교육, 천재교육, 리베르스쿨, 지학사, 교학사. (사진=홍성일 기자)
    박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신분이 야당 대표에서 대통령으로 바뀌면서 180도로 바뀐다.

    박 대통령은 2013년 청와대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교육현장에서 진실이나 역사를 왜곡하는 것은 절대로 있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며 역사교과서 속 일부 내용을 바로 잡을 것을 요구하며 정권이 역사 문제를 다룰 것임을 예고했다.

    다음해 2월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업무보고에서는 "사실에 근거한 균형 잡힌 역사교과서 개발 등 제도개선책을 마련해주기 바란다"고 주문했고, 교육부는 "국정체제 전환을 포함한 다각적인 개선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화답하면서 정부가 역사교과서를 손볼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지난 12일에는 국정교과서 발행계획을 본격화하며 관련 예산 44억을 예비비로 꼼수 편성까지 했다.

    열흘 뒤인 22일, 청와대에서 여야 지도부와 가진 5자회동에서는 "현재의 교과서는 우리 현대사를 '태어나서는 안 될 정부', '못난 역사'로 가르치는데 이렇게 패배주의를 가르쳐서 되나"라고 반문하며 "이걸 바로 잡자는 뜻"이라고 역사교과서 국정화의 취지를 직접 설명했다.

    닷새 뒤 국회 시정연설에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역사교육 정상화는 우리 아이들이 우리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긍심을 갖고 자라도록 하기 위해서"라며 "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야당 대표 시절 "정권이 역사를 재단해선 안 되고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고 말한 박 대통령이 10년 뒤 자신의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고 "올바른 역사교과서를 만들기 위해 정부가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이 10년 전 말했던 것처럼 정부가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계획을 밝힌 뒤 야권은 물론 학계와 시민 사회는 박 대통령이 역사를 자신의 잣대로 편리하게 평가하려는 유혹들을 많이 갖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고 국민들도 (정권의 역사 다루기에 대해) 의혹의 시선을 갖고 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3일 동안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국정화 찬성은 36%, 반대는 47%로 반대 의견이 11%포인트 더 많았다. (자료 :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남녀 1010명 대상 휴대전화 임의전화걸기 방식,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이런 가운데 서울대를 포함한 전국 모두 66개 대학 580여명의 교수들이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면서 국정 교과서 집필 거부를 선언했고, 한국근현대사학회, 한국역사연구회, 한국중세사학회, 전북사학회 등 학회 차원의 집필 거부 선언에 참여한 교수·연구진까지 포함하면 현재까지 집필 거부에 참여한 연구자들은 2천여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박 대통령이 "국민과 역사학자의 판단의 영역"으로 두자고 언급했던 역사 문제는 국민 절반, 역사학자 90%의 반대에도 다음달 5일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를 통해 강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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