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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운동경기에서 이긴 뒤 기쁨의 환호성을 터뜨릴 때 가장 흔히 하는 말이 ''만세(萬歲)''이다. 글자 그대로라면 ''만년을 살라''는 의미인데 나이 많은 노인들이 들으시면 조금 당황하실 말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런 관용어구는 사실 예전에 생겨난 것으로 그 당시에는 나름대로의 용도가 있었다. 중국 황제에게 신하들이 바치는 찬사로 황제이시니 만년을 건강하게 살라는 말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임금에게 ''천세(千歲)''라고 했는데, 만이나 천이나 오래 살라는 장수를 기원하는 말이니 큰 차이는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 반대편 유럽에서도 왕에게는 ''Long live the King''이라는 말로 축하를 드렸으니 장수는 인류 공통의 오랜 염원이었던 모양이다.
황제가 없는 오늘날은 그럼 이미 생겨난 이 표현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까? 축구장에서 ''만세''를 부르는 대상이 이제는 왕이 아닌 각 나라 국민, 문화, 언어가 오랫동안 지속되기를 바라는 염원으로 변한 것은 아닐까?
그런데 아무리 오래 살아도 영어는 영어요 우리말은 우리말이다. 신문이나 잡지를 읽다 보면 답답한 것이 우리말을 쓰면서 번역체 문장을 쓰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는 재능을 가지고 있는데 그것을 쓰지 않는다''라는 말도 우리말로는 어색하다. 영어의 ''to have talent''를 우리말로 그대로 옮긴 것인데 우리말로는 ''재능이 있다''나 ''재능이 많다''가 어울린다.[BestNocut_R]
''to have a silver spoon in mouth''도 은수저를 입에 물었다가 아니라 부자집에서 태어나 먹고살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는 말로 해석해야 마땅하다.
차라리 이런 경우 우리말 속담을 인용해 ''부자가 망해도 삼대는 간다는데 그 친구 운 좋게 부잣집에서 태어났다''고 말하면 더 자연스럽다. 자기가 번 돈이 아니라 부모가 부자여서 호강한다는 말이니 말이다.
국제화시대에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영어를 배우는 것은 중요하다. 전 세계의 거의 모든 정기간행물이 영어로 쓰여진 것이 압도적으로 많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정확한 우리말로 옮길 수 있는지 자신의 능력을 파악해야 한다. 우리말로 번역이 불가능하다면 자신도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는 말이니 우리말 만세라는 구호가 가진 의미는 너무나 크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