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의 사생활을 보호하겠다며 직원을 없앤 ‘무인모텔’이 도심에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청소년들의 탈선 장소로 악용되고 있다.
과거 도시 근교나 지방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던 무인모텔은 서울 종로와 신촌 등 유흥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사실상 신분 확인이 이뤄지지 않아 법적으로 금지된 청소년 혼숙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인터넷상에선 10대 청소년들의 ‘무인모텔 사용 후기’가 쉽게 발견될 정도다.
지난 12일 오후 찾은 서울 도심의 한 모텔은 ‘무인모텔 2만원’이라는 홍보 풍선을 내걸고 손님을 끌고 있었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눈에 띄는 카운터에는 직원이 아닌 다양한 방의 내부를 보여 주는 커다란 모니터가 자리를 잡고 있었고 긴 복도를 따라 줄지어 있는 방 안에는 직접 현금 혹은 카드로 계산할 수 있는 기계가 설치돼 있었다.
복도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를 제외하면 지켜보는 눈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업주에게 전화를 걸어 신분증 검사에 대해 물으니 “CCTV를 통해 어려 보이는 손님은 신분증 확인을 한다”는 말이 돌아왔지만 직접적인 대면 없이 작은 화면으로 손님의 나이를 확인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실제로 ‘무인모텔에서 민증 검사 안 한다’거나 ‘신분증 확인하는 기계를 설치한 곳도 있지만 어차피 얼굴을 확인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 것을 들고 가면 된다’는 등의 청소년들의 ‘체험 후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처럼 ‘유인모텔’과 달리 신분을 감출 수 있고 대실비가 저렴하다는 장점 때문에 과거 지방과 근교에서 인기를 끌던 무인모텔이 점차 도심으로 번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의 종로나 신촌 등지에서 무인모텔이 성업 중인데 주머니가 가볍고 신분 위장이 필요한 청소년들에게 무인모텔이 탈선 장소와 성매매의 공간으로 악용될 수 있다”며 “현재 모든 숙박업소는 무인, 유인으로 분리돼 신고하지 않기 때문에 무인모텔의 규모를 파악하기 어렵고 업주들의 청소년 출입 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 최규성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숙박업소 주인이 유인숙박업과 무인자동숙박업을 구분해 지방자치단체에 신고하고 이용객의 신원을 확인하도록 하는 내용의 ‘공중위생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문화일보 / 노컷뉴스 제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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