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 민족이 사용하는 수천개의 언어가 멸종위기에 놓인 가운데 서인도 제도의 일부 섬나라에서 사용되는 언어가 놀라운 생명력을 보이고 있다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이 5일 보도했다.
네덜란드령 큐라소를 비롯해 보네르, 아루바 등에서 사용되는 파피아멘투어(語)는 의사소통이 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된 언어인 `크리올(Creole)어'의 일종이다.
현재 사용인구는 25만명 정도에 불과하지만 큐라소에서는 대부분의 신문이 파피아멘투어로 발간되고 있으며, 가요와 소설도 이 언어로 쓰여지고 의회에서 토론도 파피아멘투어로 이뤄진다.
또 30여개의 라디오 방송도 거의 파피아멘투어로 진행되며, TV를 켜도 파피아멘투어를 들을 수 있다.
지난 2007년 큐라소 정부는 네덜란드어, 영어와 함께 파피아멘투어를 공식언어로 채택했는데, 이는 크리올어로서는 특이한 사례라고 IHT는 소개했다.
실제 언어학자들도 많은 크리올어가 영어나 불어에 의해 잠식당하고 있는 상황에서 파피아멘투어의 생명력은 두드러진다고 평가하고 있다.
네덜란드 언어학자인 바트 자콥스 교수는 "파피아멘투어는 교육, 정책 등 놀라울 정도로 많은 분야에서 사용되고 있다"면서 "이는 언어의 생존가능성 측면에서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학자들은 파피아멘투의 이런 저항력이 급진적 정치 상황과 실용주의에서 나온 것이라면서 특히 지난 1969년 5월 발생한 반(反) 네덜란드 봉기와 연관지어 설명하고 있다.
큐라소에서 파피아멘투어의 생존비밀을 저항(resistance)과 개선(renewal)에서 찾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와 함께 학자들은 파피아멘투어가 식민지배국 언어인 네덜란드어에서 유래했으나 핵심단어는 포르투갈어와 스페인어의 합성이라는 점에도 흥미를 갖고 있다고 IHT는 전했다.
그러나 큐라소에서도 법전은 여전히 네덜란드어로 쓰여지고 있고, 학교에서도 파피아멘투어를 처음 가르친 뒤 네덜란드의 경제적 영향력을 감안해 나중에는 네덜란드어를 가르치는 등 파피아멘투어의 앞길이 밝다고만 할 수는 없다.
큐라소의 좌파정당 대표인 헬민 윌스는 "큐라소가 완전히 네덜란드에서 독립한다면 공식 언어는 영어, 스페인어와 함께 파피아멘트어가 돼야 한다"면서 "네덜란드어는 절대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