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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영어로 머리를 빗는 걸 뭐라고 하죠?" 친한 후배가 불쑥 묻는 말이다. 이 후배는 아직 동사와 명사의 쌍둥이족보를 파악하지 못한 모양이다.
"그거 영어로는 그냥 ''to comb the hair''라고 하면 되는데"라고 말하니 ''comb''은 빗이지 빗는다는 말은 아니지 않냐는 질문이 돌아온다.
사실 영어에서 신조어일수록 명사가 그대로 동사로 쓰이는 예가 더 많다. 앞으로 영어의 미래는 이들 동사·명사의 쌍둥이형제가 좌우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더 예를 들어보자. 양념이라는 뜻의 ''sauce''는 ''양념을 하다''라는 뜻으로도 쓰여 ''sauced pork''는 양념돼지고기, 즉 우리가 자주 먹는 돼지갈비양념구이 정도에 해당한다. 깡통을 의미하는 ''can''도 동사가 된다. ''to can the meat''이라면 ''고기를 통조림으로 만들다''라는 뜻이다.
사실 영국이라는 나라는 유럽에서 촌구석 중의 촌구석이다. 산업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영국이 유럽대륙에 수출한 것은 양털 정도였다.
그런데 이웃나라 프랑스는 모든 면에서 선진국이었다. 중동에서 들여온 향신료로 요리에 필요한 양념을 처음 만든 나라도 프랑스요, 나폴레옹은 장기간의 전쟁에 대비해 음식을 끓여 병에 보관하는 아주 초보단계의 ''통조림''도 만들었다.[BestNocut_R]
영국은 그저 대륙에서 들여오는 이런 선진문물을 영문도 모르고 받았는데 도대체 이 물건에 대한 이름은 알지만 어떻게 만들지를 몰라 혼이 난 모양이다. 그러다 보니 이런 물건을 만드는 동작도 명사를 그대로 붙인 셈이다.
인터넷혁명으로 가장 혜택을 보는 사람은 연예인들 같다. 예전에는 홍보용 사진을 찍어도 신체의 치부를 두꺼운 화장으로 가려야 했는데 이제 디지털카메라가 등장해 사진을 찍고 원하는 대로 덧그림을 그리니 말이다.
유명연예인 L씨, S씨 같은 사람들은 나이 서른이 넘고 마흔을 바라보지만 아직도 20대 피부를 자랑한다. 사실 연예부 기자들은 "가까이서 보면 주름이 장난 아냐"라고 말하지만 이게 다 포토샵 덕분이다. 포토샵으로 사진을 손보는 것도 영어로는 ''to photoshop''이라고 한다.
인터넷이 만든 신종용어도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