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창조한국당의 정범구 최고위원은 최근 범여권에서 부상하고 있는 반부패연대와 관련, 핵심은 삼성비리의혹 사건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범구 최고위원은 6일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에 출연, "삼성 비리 문제를 척결하지 않고서는 미래로 나아가는 것은 고사하고 정상적 국가운영도 어렵다고 보기 때문에 이제 정치권이 나서야 한다"며 반부패연대의 제안배경을 설명했다.
정범구 최고위원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의 반부패연석회의 제안에 대해 "그동안 거부한 것이 아니라 입장을 명확히 하기 위해 유보했던 것"이라고 전제한 뒤 "정 후보의 반부패 연석회의는 이명박 후보나 이회창 전 총재 등 정치부패, 선거부패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반면, 문 후보의 반부패연대는 삼성비리 문제를 더 본질적 문제로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범여권 후보단일화와 관련해서는 "연대라는 건 늘 열려있지만 문제는 무엇을 위한 연대인가가 전제되어야 한다며, 단순히 집권을 위한 반 한나라당 연대는 국민에게 다가서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회창 전 총재가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것에 대해 정범구 최고위원은 "우리사회가 집단최면에 걸려있는 것 같다"며 "부패가 무능한 것보다는 낳지 았느냐"는 착시 현상이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이하 인터뷰 내용 )
▶ 진행 : 신율 (명지대 교수/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
▶ 출연 : 창조한국당 정범구 최고위원- 반부패연대 제안의 구체적인 내용은?지난 10월 30일 삼성의 법무팀장을 했던 김용철 변호사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차명계좌로 돈이 거래됐다는 문제를 폭로하고 나서면서 삼성 비자금 의혹과 청와대뿐 아니라 검찰, 국정원, 국세청까지 뇌물을 줬다는 폭로가 나왔지만 지금 일주일이 지나가는데도 정의구현사제단이나 일부 시민단체에서만 이 문제를 제기하지 정치권에선 조용하다. 이 사건은 삼성이라는 재벌에 의해 국가기구 자체가 무력화되는 위험한 사건이다. 이 문제를 척결하지 않고는 미래로 나아가는 건 고사하고 정상적인 국가운영이 어렵다고 봤기 때문에 이 문제 해결을 위해 다른 정파의 삼자회동을 제의했다. 우선 삼성 비자금 문제와 뇌물 문제를 특검법을 통해 명백하게 규명하자는 것이다. 왜냐면 수사의 주체가 되는 검사들까지 뇌물 대상이 됐다고 하기 때문에 이 문제를 검찰수사에 맡겨놓을 수 없다는 인식에서 특검법을 공동발의하자는 제안이다. 그리고 삼성 이재용 상무에게 부당하게 편법증여를 했다는 의혹이 있는 에버랜드 사건과 관련해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 따르면 증인이나 증거가 모두 조작됐다고 하는데, 이 문제가 1심과 2심까지 수사가 끝났지만 다시 원점에서 재수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사회단체뿐 아니라 정치권이 함께 참여하는 범국민대책기구가 설립될 필요가 있다. 이런 문제를 같이 논의하기 위해 정동영 후보와 권영길 후보와의 삼자회동이 필요하다는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 그 내용에 이회창 전 총재나 이명박 후보와 관련된 부분은 없나?이명박 후보는 주로 기업비리, 경제비리 부패의혹을 안고 있는 분이고, 이회창 전 총재는 과거 차떼기의 주역으로 이미 우리 사회의 심판을 받았던 분이다. 이런 분들이 새롭게 전면에, 더구나 가능한 집권세력으로 나오는 데 대해서도 당연히 위기감을 갖는다고 볼 수 있다.
- 대통합민주신당이 제안한 반부패연석회의는 거부한 건가?거부했다기보다는 오늘 우리의 입장을 정확하게 밝히기 위해 입장을 유보해온 것이다.
- 문국현 후보가 제안하는 반부패연대와 정동영 후보의 반부패연석회의는 어떤 차이가 있나?정동영 후보가 애초에 반부패연석회의를 냈을 땐 이명박 후보나 이회창 전 총재와 같은 정치부패, 선거부패만을 척결의 대상으로 하고 있었다. 우리는 지금 현안이 되고 있는 삼성과 같은 기업비리 문제, 특히 재벌들의 잘못된 의사결정구조 문제나 뇌물관행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부패의 근본이 해결될 수 없다고 판단해서 삼성비리 문제를 더 본질적인 문제로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 이회창 전 총재나 이명박 후보의 얘기를 앞에 두나 삼성 비자금 문제를 앞에 두나 마찬가지 아닌가?삼성 비자금 문제나 뇌물비리가 폭로된 지 일주일이 지나도록 일부 언론이나 시민단체나 정의구현사제단에서만 이 문제를 다루고 있지, 원내 다수 의석을 가지고 있는 기존정당은 침묵해왔다. 이 문제는 우리 사회의 비리부패구조의 핵심이다. 이 문제를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고는 부패연석회의라는 건 의미가 없다고 본다.
- 창조한국당에서 얘기하는 반부패연대라는 건 후보단일화의 전단계라거나 권력분점 논의의 기초단계라고 보긴 힘들다는 건가?우리는 단일화 논의가 나올 때마다 일관된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국민께서 연대가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하겠지만 원칙이 있는 연대여야 한다는 것이다. 단순히 반한나라당 연대라는 건 국민에게 다가가지 못할 것이다. 국민들이 과연 무엇을 바라고 있는가. 우리는 가장 심각한 문제인 양극화 문제와 비정규직 문제, 우리 사회에 만연해있는 부패구조 문제를 주요의제로 설정하지 않는 연대라는 건 지금까지 관심도 갖지 않았다. 그런데 이번에 정동영 후보가 반부패연석회의를 제안하셨고 권영길 후보도 그런 비슷한 주장을 하셨기 때문에 그렇다면 이 기회에 정치권이 부패구조 문제를 정면으로 같이 다룬다면 의미가 있는 연대가 될 수 있다고 봐서 오늘 우리 입장을 밝힌 것이다.
- 이번 대선에서 이기기 위한 후보단일화는 거부한다?연대라는 건 늘 열려있다. 그러나 무엇을 위한 연대인가가 얘기돼야 한다. 지금까지 후보단일화 논의나 연대론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집권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가 주장하는 건 집권은 필요하지만 과연 무엇을 위한 집권인가다. 무엇이 얘기가 돼야 어떤 세력과 연대하는 문제가 정해지는 것 아니겠나. 이번에 이런 심각한 부패비리구조가 정면으로 노출됐을 때 이 문제를 같이 할 수 있는 정파나 세력이라면 우리가 연대를 못할 이유는 없다.
- 반부패연대를 제안한 건 대선에서의 아젠다 선점이나 후보단일화나 권력분점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제안한 게 아니다?그렇다. 현실정치에서 정치공학을 전혀 무시하고 얘기할 순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공학이 모든 것을 결정해선 안 된다. 우리는 원칙 있는 연대에 대해서는 열려있다.
-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로 인해 관심은 전부 그쪽으로 쏠려있는데?우리 사회가 집단최면에 걸려있는 것 같다. 지금 국민이 이명박 후보나 이회창 전 총재에게 쏠리는 건 ''그래도 부패한 게 무능한 것보다는 낫지 않나''라는 심리적인 집단최면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를 거치면서 민주화는 어느 정도 달성했지만 민주화 과정에서 신자유주의를 택하면서 사회적 양극화가 깊어졌다. 이 문제를 정확하게 봐야 하는데 국민은 지금 착시현상으로 보는 것이다. 살기가 힘들어졌다고 하지만 연봉 1억 이상 되는 소득자는 지난 몇 년 동안 8배가 증가했다고 한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선 비정규직이 850만을 넘어가고 있다. 우리 사회의 경제 문제는 경제가 안 굴러가는 데 있는 게 아니라 양극화를 조장하는 식으로 성장돼왔기 때문인데, 과연 양극화 문제에 대해 이명박 후보나 이회창 전 총재가 대안을 갖고 있나. 창조한국당이나 문국현 후보가 일관된 대안을 내놓고 있는데, 일반시민들은 기존 정치권이 보여줬던 무능이 싫으니까 부패했더라도 무능한 것보다는 낫지 않느냐는 착시현상을 갖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국민의 인식을 정확하게 환기시킬 필요가 있다.
-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 때문일까?
그렇다. 노무현 정부 들어와서 민주화라는 구호는 여전히 내세웠지만 일반국민들, 특히 중산층은 완전히 와해되고 차상위계층은 빈민계층이 되고 사회 양극화가 엄청나게 심해졌다. 노무현 정부 출범을 지지했던 대다수가 가장 피해를 보고 폭격을 받았다. 노무현 정부가 표는 서민에게서 받고 정책은 노무현 정부를 찍지 않았던 사람들을 위해서 해왔는데, 거기에 대한 중산층이나 서민들의 반발이 지금 이명박 후보나 이회창 전 총재에 대한 반대쏠림으로 나타나고 있다.
- 이회창 전 총재 출마설 이후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데?국민들의 착시현상 때문이다. 우리가 가장 싫어하는 말은 우리를 범여권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우리는 현 정부의 실정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이유도 없고, 현 정부와 전혀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을 들고 나왔다. 그런데 우리가 정치에 진출하는 새로운 세력이기 때문에 기존 정치권의 기득권이나 메이저 정당 위주로 보도하는 언론의 관행 때문에 많은 핸디캡을 안고 뛰고 있다. 우리가 주장하는 바가 국민 대다수에게 충분히 전달되고 있지 않다.
- 문국현 후보의 지지율은 언제쯤 올라갈까?원래 10월말까지 10%대 지지율을 달성하는 게 목표였는데 우리가 원했던 만큼 되진 않고 있다. 그러나 어둠이 짙다고 어둠을 탓할 순 없다. 어둠을 탓한다고 어둠이 물러가는 건 아니고, 우리가 빛을 보여줘야 어둠이 걷히는 것이다. 우리가 빛을 보여주고 있는데 아직 국민 대다수에게 빛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고 있어서 이 문제를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