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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서규의 영어와 맞짱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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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돌이라는 우리민족 고유의 난방장치가 옥스퍼드사전에 당당히 ''ondol''로 등재됐다는 소식은 몇 해 전에 들은 적이 있다.

이 단어를 보고 ''온돌''이라고 발음할 미국인이 몇이나 될지 걱정이다.

나는 온돌을 설명할 때 그냥 바닥에 파이프를 설치해 온수가 흐르게 하는 난방장치라는 말을 한다. 이런 식으로 난방을 하면 지나치게 공기가 건조되는 것을 막아 미국인들이 만성적으로 달고 사는 비염이나 양탄자에서 나는 곰팡이, 진드기 류의 질병이 없다는 말을 함께하면 그제서야 "오!"라며 찬성을 지른다.

온돌을 이야기할 때 가장 쉬운 것은 ''under-floor heating''이다.

최근에 아주 신기한 경험을 했는데 고원지대인 콜로라도 주 덴버에 가니 상당수의 가정집이 온돌을 설치했다. 파이프를 바닥에 연결해 보일러 물을 순환시키는 것이 똑같다. 일교차가 심해 만든 고육책이라는데 아마 한인업체가 시공한 것일지도 모른다.

이처럼 외국에서도 인기가 있고 외국인도 만들어 쓸 수 있는 것은 굳이 ''온돌''이라는 설명과 함께 복잡하게 생각하지 말고 그 장치의 특성만 간추려 설명하자.

김치의 경우는 좀 다르다. ''fermented salad''나 ''fermented vegetable with favor''이라고 하면 다들 독일인들이 먹는 양배추발효음식인 ''Sauerkraut''를 연상한다.[BestNocut_R]

물론 원리는 같지만 어디 우리처럼 갖은 양념에 생선까지 넣은 김치에 비할 수 있겠나? 나는 사실 이걸 사다 돼지고기랑 마늘, 양념을 넣고 김치찌개를 끓이는데 맛은 거의 똑같다.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이 그리운 사람은 자주 해 먹을 만 하다. 김치가 ''금치''니 말이다. 김치는 김치로 소개하자.

한복도 마찬가지다. 한국사람이나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 외에는 입어볼 기회도 없고 만들거나 제대로 입는 방법도 모르니 말이다.

한국을 소개할 때는 두 가지를 유념하자. 어떤 옷이나 건물, 음식이 외국에서도 즐겨 사용하고 먹는 것인지 아니면 그 특징이 지나치게 한국적이어서 한국에서 재료를 공수하지 않으면 만들 수 없는 것인지 말이다.

덮어놓고 우리말을 수출한다고 영어 식으로 바꿔 표기해도 발음이 어려우면 외국인들은 기억하지 못한다. 문화를 소개할 때에는 상대방의 사정을 봐가면서 강요가 아니라 적당히 유혹하는 고도의 전법이 필요하다.

※필자는 영어, 독일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일본어 등 5개 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한국 토박이로, ''교과서를 덮으면 외국어가 춤춘다''의 저자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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