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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을 보고 ''너''라고?

[아침카페]

한국에서 진짜 높은 사람들을 높여서 부르는 말은 말을 하는 사람과 높임을 받는 사람의 물리적 거리를 기준으로 한다.

가장 높은 칭호 ''폐하(陛下)''라는 말은 말하는 사람이 궁전으로 가는 계단 밑에서 황제나 황후를 우러러 본다는 뜻이다.

''전하(殿下)''라는 말은 계단은 지나서 궁전 밑에서 있다는 뜻이다. 황제보다는 더 가까이 갈 수 있는 왕이나 왕비에 쓰던 말이다.

오늘날까지도 쓰이고 있는 ''각하(閣下)''라는 높임을 받는 사람이 있는 전각에 있고 말하는 사람은 그 밑에 있다는 뜻이다. 군사 정부 밑에서는 대통령에게만 쓰였다.

영어에서는 높임을 받는 사람이 가져야 하는 덕목이나 품격을 나타내는 말을 존칭으로 쓴다.

''Majesty''라는 말이 최고의 높임말이다. 다음으로 ''Highness'', ''Excellency''가 따른다. 뜻으로 보면 ''장엄한'', ''높은'', ''훌륭한'' 존재라는 뜻이다.

[BestNocut_L]직접 대고 부르는 말, 즉 2인칭으로는 앞에 ''Your''라는 말이 붙고, 3인칭으로 쓸 때는 ''His''나 ''Her''가 붙는다.

한국이나 중국식 표현이 영어권의 높임말보다 차라리 솔직하다.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당신과 나 사이에 신분상 거리가 있어서 그렇게 부르기는 하지만 당신의 됨됨이에 대한 의견은 유보하는 것이다.

서양에서는 높임을 받는 사람이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을 부를 때마다 훌륭하다는 아부를 해야 한다.

국민의 선거에 의해서 당선된 대통령에게 ''왕은 사람이 아니다''라는 생각에서 나온 봉건적 호칭을 쓰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 그렇다고 친구나 아랫 사람에게 쓰는 ''너''라고 지칭하는 것도 격에 맞지 않는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의 호칭에 대해서 연방의회에서 논란이 있었다.

"His Excellency," "Elective Majesty," "His Serene Highness," "Elective Highness," "His Highness, the President of the United States and Protector of the Rights of the Same" 등의 거창한 칭호가 논의 되었다.

그러나 의회가 최종적으로 선택한 것은 "Mr. President" 이다.

오늘날까지도 미국의 대통령은 "대통령 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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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은 대통령에게도 ''아무개 대통령'' 하고 부르면 된다. 굳이 당신과 나 사이의 거리를 따지는 어려운 존칭을 쓸 이유가 없다. 존칭 문제로 싸움이 되면 본질 문제는 실종이 되버린다.

한국 사람들끼리 어떤 문제에 관해서 의견이 엇갈려서 격렬한 토론을 하다가, 갑자기 "뭐야 당신이라니, 너 나보고 당신이라고 했어" 이렇게 엉뚱한 호칭 문제로 씁쓸하게 파장이 되는 경우를 가끔씩 본다.


김지영(재미변호사)jkym@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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